(국장석에서)이재명의 민주당 그리고 정권심판
입력 : 2024-03-06 07:00:00 수정 : 2024-03-06 07:53:12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9월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제1차 윤석열정권 폭정 저지 민주주의 회복 촛불문화제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이 국민의힘 우세로 돌아섰습니다.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의 전환은 충청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기·인천은 아직 민주당 우세지만, 이조차 불안합니다. 흔들리던 PK(부산·울산·경남)는 국민의힘 강세를 굳히며 TK(대구·경북)와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안방인 호남마저 이번 공천 파동에 큰 실망을 보이는데 여타 지역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지역별로 서울과 충청이 돌아섰다면, 세대별로는 50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50대는 40대와 함께 민주당의 든든한 기반입니다. 2030은 변동성이 커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민주당으로선 호남과 50대만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얘긴데, 결과는 뻔합니다. 참패입니다.
 
반전을 도모할 계기도 마땅치 않습니다. ‘정권 심판’ 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정권 심판론이 여전히 강하긴 하지만, 그 주체가 민주당이어야 한다는 데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그렇게 구도는 '윤석열 대 이재명'에서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변했습니다. 
 
혹자는 이번 총선을 ‘윤석열 심판’이 아닌 ‘이재명 심판’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대표는 고사하고 친명 주류의 희생 하나 없는, 동시에 원칙과 기준 없이 충성도만으로 공천 칼날을 행사하는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엄벌을 말합니다. 하다하다, 김혜경씨를 보좌했던 인물을 전남에 전략공천 했다는 소식은 귀를 의심케 합니다. 호남은 경선이 원칙이었습니다.
 
조롱과 냉소로 동지를 대하는 이재명 대표의 언행에 치를 떠는 이들도 있습니다. 적이라도 사람에 대한 예우를 갖춰야 품격이 섭니다. '시스템 공천'만을 말할 게 아니라 낙천한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설득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것이 정치력이며 리더십입니다. "탈당도 자유"라는 말로 마지막까지 비수를 꽂아야 직성이 풀리겠습니까.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경고는 이전에도 숱하게 있었습니다. 성남시장을 시작으로 경기지사를 지낸 대선주자가 안방을 버리고 인천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방선거를 책임졌지만 나홀로 살았습니다. 무명의 상대를 만나 지역구에 갇힌 것도 모자라, 선거 말미에는 다급함 끝에 김포공항 이전이라는 설익은 공약도 내놨습니다. 당과의 조율도 일체 없었습니다. 금배지를 달자 곧바로 당대표에 도전했습니다. 위기의 민주당을 구하겠다는 자기모순이었습니다. 도무지 반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단식투쟁 끝에 부결 호소로 코미디가 되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체 이재명 대표의 언행 어디에 '국민'이 있고 '원칙'이 있으며 '신뢰'가 있다는 말입니까. 동지와 당보다는 항상 ‘내가 먼저’였습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나는 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애써 비참한 현실을 외면했습니다. 결국 작금의 공천 파동은 단두대 밑에 목을 내놓고 중력의 법칙을 거스른 꼴입니다. 그렇게 ‘이재명의 민주당’은 완성되었습니다. ‘개딸’이라는 강력한 우군을 업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을 배출한 명문(名門) 민주당을 껍데기뿐인 1인 사당으로 전락시켰습니다.
 
민주당 집안싸움에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둘 생각은 없습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민주당 사정이야 알 바 아닙니다. 다만, 총선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있습니다. 민심이 이대로 굳어져 총선이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날 경우 윤석열정부 폭주는 더욱 심해질 게 자명합니다.
 
지난 2년, 그야말로 암흑의 시간이었습니다. 경제는 엉망이 됐고 민생은 절망의 연속이었습니다. 남북 관계를 비롯해 외교는 어떻습니까. 열강들 틈바구니 속에서 어렵게 추구했던 실리를 지독한 편향성이 대체했습니다. 사회 또한 전쟁터가 됐습니다. 해묵은 이념·역사 논쟁이 나라를 뒤덮었고, 그 결과 극단적 진영논리가 서로를 손가락질 하게 만들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자유’는 자신만의 전유물로 전락했습니다.
 
때문에 진정 두려운 것은 민주당의 패배가 아니라 국민의힘 승리가 가져올 민생 도탄입니다. 그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일 것입니다. 그 때도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이재명'만을 바라보겠습니까. 
 
편집국장 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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