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美 상급법원서 삼성에 패배..전세 역전 신호탄?
입력 : 2012-10-12 14:18:07 수정 : 2012-10-13 15:16:16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애플이 제기한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처분을 파기 환송하면서 양사 간 특허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특히 최근 특허 침해에 대한 소송이 남발하면서 자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특허분쟁의 진원지나 다름 없는 미국에서 나왔다는 점은 주목된다.
 
11일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내린 이번 판결은 갤럭시 넥서스의 미국 내 판매 금지를 명령한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상급법원의 최종 결론이다.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애플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판단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원칙적으로는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은 아니기 때문에 확대해석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애플의 종전 주장처럼 삼성의 제품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법원이 객관적으로 규명했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세기의 특허전'으로 주목 받았던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 본안소송에서 배심원단이 애플의 손을 들어주며 삼성에게 피해 보상금으로 10억500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평결한 내용도 이후 항소과정에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에게는 청신호다.
 
국제특허법인의 한 관계자는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특허전쟁의 가장 큰 문제는 특허권의 내용 그 자체보다, 소송을 제기하는 회사가 자의적으로 피해금액을 추산한 다음 판매금지 처분 등을 요구해 경쟁사들을 움츠려 들게 한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향후 소송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기적으로도 이번 판결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같은 날 미국 대법원 주최로 열린 ‘국제법률 심포지엄 2012’에서는 민사소송에서의 배심원 전문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또 애플의 특허공세를 보다 면밀하게 검증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표준특허 소송을 제한하자는 의견도 뒤따랐다.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역대 세 번째로 미국 연방법원 판사에 임명된 존  리(44세·한국명 이지훈) 판사는 이날 "특허소송과 같은 민사소송에서는 배심원의 전문성이 부족해 부적절한 평결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 판결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번 미국 항소법원의 판단은 원칙적으로는 특허침해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확정판결 이전의 판매금지 조치를 파기한 원론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이번 판례 하나로 삼성전자가 특허소송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분수령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IT업계 전반에 걸쳐 특허소송전의 과열을 경계하는 인식의 공유됐다고는 하지만 특허문제는 기본적으로 정책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실제로 특허전이 변곡점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사례의 축적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에 미국 항소법원이 판매금지 조치를 파기한 제품이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이 아니라 구글의 레퍼런스 폰이라는 점도 관건이다.
 
미국 내 특허권과 관련된 정책 기조가 자국 보호주의를 뚜렷이 할 경우 자국 기업인 구글에 대해서는 관대한 처분이 있을 수 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외국기업이라는 불리함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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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