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정책검증)④가계부채, 朴 국민행복기금 VS 文 피에타3법
(특별기획)朴·文 모두 '반짝효과' 시장질서 왜곡 우려
전문가 "개별 대책 아닌 범부처 차원 종합대책 마련 필요"
입력 : 2012-12-06 14:53:24 수정 : 2012-12-07 15:12:39
[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우리나라 경제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문제는 18대 대통령 당선자에게 서민을 위한 핵심 정책임과 동시에 빨리 털어버리고 싶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권을 잡자마자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경우 경제 피라미드 하층인 서민들부터 무너지고, 이는 곧 국가 경제 혼란으로 이어진다. 결국 정권을 잡자마자 5년 동안 '실패한 대통령'이란 꼬리표를 달아야 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모두 가계부채 해결 방안 공약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는 사실상 1000조원이 넘어선 가계부채의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서민들의 부채를 털어주는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조성’을 내놨다.
 
문재인 후보는 고금리 대출을 파격적으로 낮춰주고, 채무자 권리를 강화한 ‘피에타 3법 제정’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통령 당선이 우선인 이들 두 후보가 국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실효성 떨어지는 '장밋빛' 공약들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박 후보의 공약은 기금조성과 도덕적 해이, 문 후보의 공약은 불법사금융 양성 등의 문제로 시장질서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朴, 18조원으로 부채탕감 VS 文, 상한금리 25%로 인하
 
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박 후보의 국민행복기금 18조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가지고 있는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1조8000억원으로 정부 보증으로 10배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국민행복기금으로 빚을 못 갚는 사람들의 연체 채권을 금융회사로부터 사들이고 신용회복 신청자의 부채 50%(기초수급자는 70%)를 갚아준다는 방침이다.
 
대출금리 30% 이상의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자는 1인당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연 10%대 은행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하고, 캠코의 바꿔드림론도 확대 시행한다는 게 박 후보의 가계부채 문제 해결방안의 주요 골자다.
 
문재인 후보의 피에타 3법은 이자제한법·공정대출법·공정추심법 등으로 고금리 대출로부터 서민을 보호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부업체 및 제2금융권의 과도한 대출과 불법 추심행위를 규제하는 방안이 핵심 내용이다.
 
현행 연 39%인 대부업 이자율 상한선을 캐피탈업계 평균 대출금리 수준인 25%로 대폭 낮추고 채권 추심을 위해 채무자를 만날 수도 없게 했다.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출 적합성 평가를 강화하고, 대출 약관 설명을 자세히 하도록 소비자 권한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두 후보의 공약은 서민들이 지금까지 무겁게 짊어지고 온 빚은 탕감해주고 채권자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경직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는 방안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자활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충분히 기회를 준다는 점은 다시 생활이 빚에 허덕이게 하지 않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문재인 대선후보 가계부채 공약 비교>
 
◇도덕적 해이·서민금융 위축 등 역효과 우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정책이 실현 가능성이 떨어져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창출'과 '소득증대'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단기적 효과만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박 후보 공약의 경우 많은 부채탕감으로 인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기금의 재원조달은 정부자금이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 부실발생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실제로 최근 서민들이 생활자금을 대출받는 대부업체의 연체율이 14~15%대로 지난해 평균 9%대보다 대폭 상승했다.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대선후보들의 정책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져 빚을 갚지 않으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박 후보는) 기금을 만들어 어려운 사람들을 부분적으로 도와주겠다는 것”이라며 “당장 부채로 곤란에 처한 사람들은 도움이 되지만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문제없이 재원을 조달하고 집행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지에 대해 관심있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금 출연은 정부 부채로 잡히지 않지만 부실이 나면 정부재원으로 충당을 해야하기 때문에 결국 정부지원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 공약은 시장질서를 무너뜨려 서민들의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점이 지목됐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법률적으로 강하게 (대부업체를) 억압하면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금융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며 “이자를 제한하는 법안은 금융기관이 저소득층에게 거래를 하지 않게 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문 후보의 대책은) 이자를 제한해 어려움 확산을 막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며 “지금 현재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이며 이자 제한에 따른 영향 등에 대한 구체성은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개별 아닌 종합적 대책 마련 필요해
 
그렇다고 두 후보의 공약이 전혀 터무니 없는 방안은 아니라는 것 또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일부 보완과 구체화 작업을 거친다면 현 가계부채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부채 문제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지금 내놓는 단기대책과 함께 중장기 대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3%대 초반과 내수 부진이 예상되고 있어 가계부채 문제는 단시일에 해소되기는 어렵다”며 “두 후보의 공약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지만 문제가 터지지 않게 방지하는 정책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구용욱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문제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볼 수가 있다”며 “소득을 어떻게 올려주느냐, 소득이 좋아지면 부채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이냐, 부동산 가격을 띄우면 되는데 채무자들이 과연 빚을 갚을 것이냐 등 복합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구 수석연구위원은 “일자리 창출, 소득증대, 가계부채 등 복합적인 문제인데 개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부정책의 문제여서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까지 종합적으로 대책을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전적 예방차원에 대한 접근으로 소비자 금융교육 강화와 금융기관 교육 등도 중요하다”며 “후보들의 가계부채 공약은 향후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모아 현실성 있게 만들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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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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