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또 다른 전쟁..여론조사의 함정
입력 : 2012-12-17 14:47:33 수정 : 2012-12-17 15:20:46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대선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간 물밑 공중전 또한 치열해졌다. 주로 언론을 통해 전개되는 여론전을 일컫는 공중전은 통상 수면 위에서 후보 또는 캠프의 공식 발언을 통해 발화·전개된다. 16일 3차 토론을 끝으로 막을 내린 TV토론과 캠프 대변인 간 공식 브리핑을 통해 주고받은 격론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왜 물밑에서, 그것도 활발하게 공중전이 전개될까.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6일 이전부터 실시되는 모든 여론조사는 공표가 전면 금지된다. 막판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대선 6일 전인 13일부터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는 현재 언론보도 등을 통해 공표할 수 없다. 이른바 '깜깜이 선거'다.
 
그러면 실제 여론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을까. 정반대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부설 정책연구소 등을 통해 최근 매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결과는 즉시 종합상황실과 전략기획실 등 선대위 지휘부로 보고된다. 세대와 지역별 표심 추이를 면밀하게 추적하면서 선거 전략의 기반이 된다.
 
때론 후보의 일정 수정 등을 통해 전략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도 한다. 박근혜 후보가 최근 부산을 내리 찾는 것도, 문재인 후보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 후보로서는 부산의 바람이, 문 후보로서는 수도권의 박빙이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세대별로는 40대가 주요 타깃이다. 동시에 투표 참여에 대한 추이 또한 놓쳐서는 안 될 항목이다.
 
이 모든 게 시시각각 변하는 민심의 지표인 여론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그야말로 과학 선거다. 문제는 자체 전략의 근간으로만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에선 언론에 일부러 흘리면서 이를 확대 재생산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데이터가 기자들 사이에 도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민심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자칫 잘못 전달된 정보는 기사 방향을 흩뜨릴 수도 있다. 이는 또 다시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밴드웨건 또는 언더독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장난질'이다. 때문에 일부 기자들은 데이터 원본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대외비를 이유로 전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확인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가 13일을 기점으로 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출처는 주로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여연)다. 지난 11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전국의 유권자 4000명을 대상으로 ARS를 통해 진행됐다. 이미 상당수 기자들은 여연의 결과표를 손에 쥐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보안을 한다고는 하나 이 역시 기자들 손에 쥐어지긴 마찬가지다.
 
기자들도 영악(?)해졌다. 캠프 데이터는 단순 참고용만으로 삼을 뿐 신뢰성을 주지 않는다. 같은 날 조사라고 보기엔 양측의 격차가 비정상적으로 벌어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표본 선정에 차이가 있을 경우 결과 또한 엇갈리는 것이 당연하다. 대신 각 언론이 대선 보도를 위해 사전 조사한 여론조사에 더 많은 신뢰성을 부여한다.
 
일부 기자들은 눈 딱 감고 정보수집 욕구를 참는다. 확인되지 않은 데이터에 매몰될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정보는 유세현장을 통해 얻는다. SNS 등 온라인 순회도 여론을 확인하는 한 방법이다. 눈과 귀와 피부로 확인한 현장만이 기사의 질을 담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매일 달라지는 유세장 분위기, 대중 참여의 자발성과 호응도, 대중끼리 주고받는 귀엣말 등이 여론을 확인하는 주요 소스다.
 
대선까지 이틀 남았다. 48시간 후면 진정한 민심이 확인된다. 봉인에서 풀리는 여론조사 또한 그 신뢰성을 다시 한 번 검증받게 된다. 살아있는 여론은 현장에 있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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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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