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혼전의 18대 대선.."투표율이 곧 득표율"
입력 : 2012-12-19 10:04:20 수정 : 2012-12-19 10:06:16


[뉴스토마토 김기성 기자] 앵커: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바로 내일이면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 대통령의 윤곽이 드러납니다. 길고도 짧았던 22일간의 공식선거운동 기간을 총정리합니다. 또 최종 판세 분석과 함께 대선 결과를 미리 전망해 봅니다. 정치팀 김기성 기자 나왔습니다.
 
김 기자, 자 오늘로 공식선거운동이 막을 내렸죠?
 
기자: 네. 정말이지 전쟁 같았던 22일이었습니다. 각 후보를 뒤따랐던 취재기자들이 몸져누울 정도였습니다. 전국 100여곳, 1만km 이상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서울·부산 간 11번을 왕복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현장에 단련된 기자들조차 힘에 버거운 대장정이었습니다. 분 단위별로 쪼개진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두 후보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겠지만 정신적 압박감은 옆에서 지켜본 저희조차 숨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속은 그야말로 새까맣게 타 버린 듯 했습니다. 그만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박빙의 승부였습니다. 71년 박정희·김대중, 두 사람 대결 이후 42년만의 양자대결이었으며, 사상 최초의 성(性) 대결이었습니다. 보수와 진보, 양대 진영이 한 치의 분열 없이 사상 최대로 결집력을 끌어올렸습니다. 역대 최고의 진검승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앵커: 그 전쟁 같았던 22일간의 대미는 어디서 장식됐습니까.
 
기자: 박근혜·문재인,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엇갈렸습니다. 맞수의 운명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박 후보는 창원, 부산, 대전, 서울을 잇는 경부선 상행선을 탔습니다. 최대 격전지인 부산·경남을 시작으로, 전통적으로 전략적 요충지인 대전·충청을 지나 최대 표밭인 서울에서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잠시 뒤인 8시15분엔 광화문 광장에서 마지막 유세를 갖습니다. 당 안팎의 인사들이 총출동해 박 후보에 대한 지지세를 서울 한복판에서 확인시킨다는 계획입니다.
 
반대로 문 후보는 경부선 하행선을 탔습니다. 가락 농수산물시장 방문으로 첫 일정을 소화한 문 후보는 강남역 등지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한 뒤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습니다. 중간 중간 거점인 천안과 대전, 동대구역에서 하차해 사전에 준비된 유세 단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문 후보 역시 잠시 뒤인 8시50분 부산역 광장에서 집중유세를 한 뒤 이곳 최대 번화가인 광복로를 찾아 시민들과 만날 예정입니다.
 
앞서 두 사람은 이날 오전 나란히 각 당사를 찾아 마지막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박 후보는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을 끌어다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이루겠다"고 다짐했고, 문 후보는 "투표로 새 시대를 열어 달라"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습니다.
 
앵커: 서울과 부산, 경부선의 끝과 끝인데요, 두 사람이 이들 지역을 마지막 유세지로 택한 특별한 배경이라도 있습니까.
 
기자: 흔히들 후보 동선에 행간이 숨어 있다고 합니다. 선거 전략의 결정판이 후보 동선인 셈인데요. 박 후보는 서울을, 문 후보는 부산을 최대 승부처로 보고 있습니다.
 
먼저 박 후보는 서울에서 최소 5대 5의 무승부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입니다. 현재 박빙 열세임을 새누리당도 부인하지 않고 있는데요. 지난 19대 총선 결과를 대입해 보면 박 후보 측의 전략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152석을 얻으며 압승했지만 서울만은 야권(민주당 30석, 통합진보당 2석)에 32석을 내주며 패했습니다. 48곳 가운데 32곳, 비율로는 67%를 내준 것입니다. 특히 4·11 총선 투표율이 54.3%로 역대 최저치에 가까웠다는 점은 70% 전후로 예상되는 이번 대선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때문에 밀리더라도 한 자릿수 이내로 방어해야만 승리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문 후보는 공식선거운동의 시작과 끝을 부산에서 합니다. 문안 인사로 불리는 안철수 전 후보와의 첫 공동유세 또한 부산이었습니다. 박 후보의 안방에서부터 시작된 바람을 수도권으로 끌어올려 판세 자체를 뒤흔들겠다는 전략인데요. 실제 부산의 변화가 심상치 않습니다. 90년 3당 합당 이후 대구·경북과 한데 묶여 보수진영의 텃밭으로 전락했지만 2010년 6·2 지방선거를 계기로 과거 민주화를 주도했던 야성을 되찾았다는 평가입니다. 당초 박 후보 측은 35%선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을 막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미 40%를 넘나들 정도로 방어선은 깨진 상황입니다. PK로 불리는 부산·울산·경남에서 문 후보가 예상외의 지지도를 보일 경우 과거 지역주의에 의존했던 구도 자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앵커: 그런 속뜻이 포함됐군요. 그렇다면 대선이 불과 하루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결과에 미칠 변수를 꼽아본다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기자: 뭐니 뭐니 해도 투표율입니다. 이미 양측이 견고하게 지지층을 결집한 상황이어서 웬만한 변수에 표심은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념 간의 전선이 이토록 양분화된 전례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부동층마저 역대 최소로 줄어들었습니다. 흑 아니면 백, 둘 중에 하나로 나뉜 것이죠. 때문에 양 진영은 물론 선거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투표율이 최대 변수"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세대별로 지지후보 성향이 뚜렷이 갈렸습니다. 50·60대 중장년층은 박 후보를, 20·30대 젊은 층은 문 후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중장년층의 투표율이 역대 대선에서 80%를 상회할 정도로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젊은 층 또한 그만큼 투표장에 나와 줘야 승부가 된다는 얘깁니다. 이 경우 40대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데요. 현재 40대는 문 후보에게 다소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박 후보에게도 그에 못지않은 40%를 넘는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때문에 투표율이 70%는 넘어야 문 후보에게 승산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양측이 힘의 균형을 찾는 팽팽한 기준점이 70%선이란 얘깁니다. 뉴스토마토가 17일과 18일, 양일간 대학교수와 정치평론가, 여론조사전문가 등 선거 전문가 20명에게 설문한 결과, 예상 투표율은 68~72%로 집계됐습니다.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얘기와도 같습니다. 설문에 참가한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유권자 분포가 고령화된 점을 감안하면 투표율이 72%는 넘어야 젊은 층이 투표에 나섰다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세대별 투표율이 이번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투표율이 곧 득표율"이라는 그의 분석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보입니다.
 
결국 각자의 지지층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느냐가 이번 대선의 분수령으로 보이는데요, 대선 투표가 시작되는 내일 아침 서울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날씨 또한 변수로 부상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박빙의 승부인 만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겠다는 유권자의 의지를 꺾기에는 부족함이 많아 보입니다.
 
앵커: 최근 논란이 된 국정원 여직원의 불법 선거 개입 의혹이라든지, 선관위로부터 적발된 박 후보 측의 불법선거사무실, NLL을 둘러싼 남북 정상 간 대화록 등 새롭게 등장한 이슈들은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네. 표심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변수는 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조금 전 말씀드렸듯이 이미 양측의 지지층은 명확히 갈렸습니다. 때문에 말씀하신 사안들이 이슈화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판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있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는 극히 드뭅니다. 다만 막판 네거티브가 난무하고, 안보 이슈가 재등장하는 등 선거가 혼탁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마지막까지 표심을 저울질했던 부동층의 투표 참여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의 말에서 확인되듯이 새누리당의 전략으로도 보입니다. 앞서 김 본부장은 16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중간층이 이쪽도 저쪽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면서 투표를 포기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해 야당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부동층이 양측의 흑색선전 공방에 환멸을 느껴 투표장을 찾지 않는 것이 막판 전략이란 고백입니다.
 
앵커: 선대위 최고 책임자가 말했다고 보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부적절한 발언이군요. 자, 그럼 김 기자. 이번 대선의 특징을 압축한다면 무엇을 들 수가 있습니까.
 
기자: 모두에 말씀드렸듯이 42년 만에 재개된 양자대결이었으며 이념대결이었습니다. 사실 이 정도로 혼전을 거듭한 선거는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지난 17대 대선만 해도 당시 한나라당 경선이 결승전과 같았습니다. 이명박, 정동영 두 후보가 맞붙은 본선은 사실 너무나도 싱겁게 끝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번은 선거가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 엿새 전인 13일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는 모두 공표가 금지돼 있는데요, 공표만 금할 뿐이지 실제 양 캠프와 각 언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여론조사를 돌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입수한 결과표를 뜯어보면, 정말 혼전입니다. 특히 마지막 TV토론이 있었던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두 사람은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하기도 하는 등 우열을 가릴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역대 최고의 명승부로 기록될 한판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또 다른 점은 정권심판론이 희석됐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박정희 대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대결 구도가 부각되면서 박 후보의 역사인식과 참여정부의 공과가 다시 여론의 심판대로 끌어올려지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이 뒤늦게 정권심판론을 꺼내들며 구도 전환에 애썼지만 이미 한 번 자리 잡은 판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박 후보의 강한 태생과 또 박 후보가 국민에게 여당 내 야당으로 인식된 점 또한 한몫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입니다. 역대 대선이 현 정부에 대한 심판 기준에서 진행된 점과는 사뭇 다른 양상입니다.
 
그외 정책의 차별성도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물론 각 항목별로 보면 차이점이 큽니다만, 큰 틀에서는 두 사람 모두 같은 얘기를 해왔습니다. 새 정치와 경제민주화, 복지가 바로 그것인데요. 정책에서만큼은 이념적 구분이 모호해졌습니다. 이는 기존 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이 열망으로 나타난 안철수 효과와 심화된 양극화, 피폐해진 민생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자,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대선 이후에 대해서도 미리 전망해 볼까요?
 
기자: 어느 누가 승리한다고 해도 후폭풍의 소용돌이는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른바 정계개편이 본격화되는 건데요. 먼저 새누리당의 경우 박 후보는 이번 대선을 마지막 정치여정으로 규정했습니다. 비례대표 의원직도 던졌는데요, 박 후보가 패배할 경우 정계은퇴는 예정된 수순과 같습니다. 새누리당으로선 메울 수 없는 큰 공백이 생기는 충격입니다. 이는 박 후보가 승리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임제 체제에서 권력은 바로 미래를 찾게 됩니다. 민주당과 달리 뚜렷한 차기 주자군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당내 투쟁은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의 경우엔 더 직접적입니다. 이미 문 후보가 정계개편을 천명했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 측과 제 정당, 시민사회, 여기에다 합리적 보수 진영까지 한데 아우르는 국민연대를 이루겠다고 했습니다. 문 후보가 대선에서 이길 경우 이는 거국내각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다만 문 후보가 질 경우 민주당은 또 다시 큰 파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문 후보를 비롯한 친노 진영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2선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주류의 공백은 비주류 간 격돌을 의미합니다. 절치부심하던 호남이 재기를 노릴 것이며 당내 제2세력으로 자리한 민평연 또한 가세할 게 뻔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안 전 후보 측으로 떨어져 나갈 수도 있구요. 결국 민주당의 몰락은 그리 어려운 전망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 지점인데요. 양당 내부가 다시 권력투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혼탁 양상을 띠면서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이 또 한 번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이는 안철수의 등장을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이 가능합니다. 그가 여야 모두를 한 덩어리로 비판하면서 제3지대에서 깃발을 꽃을 경우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치를 이끌어왔던 양당제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습니다. 안 전 후보가 정치를 계속해서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고, 대선 과정에서 무엇보다 새 정치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빅뱅의 결말은 안철수일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2011년과 2012년 정국을 뒤흔들었던 그가 2013년마저 그의 한해로 끌어당길 수 있는 지점입니다.
 
뉴스토마토 김기성 기자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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