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몰린 동네 주유소들 "돈 없어 폐업도 못해"
입력 : 2013-04-12 15:07:52 수정 : 2013-04-12 15:10:16
[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주유소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자본이 탄탄한 기업형 주유소가 동네 소형 자영 주유소들을 가격과 마케팅에서 압도해 이들 주유소들의 휴·폐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폐업 주유소는 103개, 휴업 주유소는 424개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폐업 주유소와 휴업 주유소 숫자는 각각 51%, 5% 늘었다. 월별 휴·폐업 숫자도 지난해 6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전국적으로 매달 100여곳의 주유소가 휴·폐업 등으로 영업을 중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에 밀린 소형 주유소 휴·폐업 증가
 
문제는 대부분 휴·폐업 주유소가 자본력이 없는 소형 자영 주유소란 점이다.
 
◇서울시 장지동의 폐업 주유소 모습
 
주유소협회는 소형 자영 주유소들의 휴·폐업 급증 이유를 주유소들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설명했다.
 
지난 2011년 전국 주유소들의 영업이익률은 0.6%, 2012년 영업이익률은 0.5%로 주유소는 1만원어치 기름을 팔았을 때 50~60원 가량의 이익을 거둔다.
 
낮은 영업이익률 탓에 주유소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박리다매'뿐이다.
 
한국 석유관리원은 주유소가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월 기준으로 최소 14만2000ℓ(휘발유 기준 매출액 2억8000만원)의 판매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6337곳(전체 주유소 49.5%)의 주유소들이 이 판매량을 못채워 매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주유소 중 4000여곳은 월 판매량이 10만4000ℓ에 못 미쳐 인건비조차 지금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다소 하락할 것으로 보여 지난해 영업이익률 0.5%보다 낮은 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폐·휴업하는 주유소들의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금 주유소를 세 곳 운영하고 있는데, 한 곳이 계속 적자를 기록하지만 다른 두 곳이 영업이 잘돼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조만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주유소를 폐업할 생각인데, 돈이 만만치 않아서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승철 석유관리원 이사장은 "현재 주유소 시장은 반 정도는 돈을 남기고, 반 정도는 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국내 적정 주유소는 현 1만2803개보다 40% 정도 적은 7000~8000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돈 없으면 폐업도 못해..토양 오염등 부작용 심각
 
현재 주유소 폐업비용은 주유소 규모에 따라 1억4000만~2억2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주유소 건물 철거비용이 7000만~8000만원, 매립된 주유탱크를 없애고 토양을 정리하는 데에만 7000만~1억4000만원이 소요된다.
 
수익성이 악화돼 문을 닫는 주유소들은 이런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최근에는 폐업 대신 무작정 방치를 하는 '휴업' 주유소가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 주유소 간 가격 차이,
 
주유소 협회는 지난 2월 기준 휴업 주유소는 424곳으로 전체 주유소(1만2781여곳)의 3%나 됐다.
 
휴업 주유소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외관상 문제가 아닌 매립된 유류탱크로 인한 토양오염까지 연결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유소 업계는 2억원 가량 소요되는 폐업 지원비 마련을 위해 주유소협회를 중심으로 공제조합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유소 협회가 설립하는 공제조합은 폐업한 주유소 업주를 대상으로 초기 사회 정착 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재원은 회원사로 가입한 주유소들이 매월 내는 3만원 상당의 회비와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시작하기도 전부터 일부 주유소 협회 회원사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협회 회원사들은 공제조합 가입이 의무사항이고, 매달 회비를 내서 협회 전체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비용으로 폐업을 지원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태도다.
 
정부 역시 폐업 주유소 지원책에 대한 별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공제조합 설립에 대해 업계 의견이 모이고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 타당성을 따져 볼 것"이라며 "폐업지원책에 관해 정부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검토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나 공급가 인하 없이 알뜰주유소 도입 등 기름 유통에 관한 정책만 세워 주유소간 가격 경쟁만 극심해졌다"며 "정유사와 정부만 배부르고 힘없는 일반 주유소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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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