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놓고 공방.."산업생태계 위해 필요" vs. "낡은 사고의 질병"
'국민대통합 심포지엄', 보수-진보 마음 문 닫힌채로 끝나
입력 : 2013-05-29 18:51:45 수정 : 2013-05-29 18:54:38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보수와 진보의 입장 차이가 이렇게 큰데 과연 국민대통합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경제민주화를 놓고 보수와 진보와 팽팽하게 맞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국민대통합 심포지엄'에서 양측을 대표하는 학자와 경제인, 언론인 등은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에 대해 날을 세웠다.
 
일자리와 노사문제를 주제로 한 1세션에 이어 동반성장을 주제로 한 2세션에서는 ▲중소기업적합업종 ▲하도급 공정거래 ▲유통분야 제도개선 등에 대한 발표와 '동반성장, 어떻게 해야하나'는 주제로 종합토론이 이뤄졌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민주화라는 정책적 수단을 통해 대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산업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며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한다면 국민에 더 큰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여성의 일자리 질을 높여야 하고 비정규직 일자리 처우가 좋아져야 하며, 대기업 협력업체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창조적 소수자들이 압력을 무릅쓰고서라도 사회통합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국민대통합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일자리, 노사문제, 동반성장 등에 대해 진보-보수 진영 인사를 초청, 토론회를 열었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전경련)
 
이에 대해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경제민주화란 촌락공동체로 돌아가려고 하는 낡은 사고의 질병적 현상으로 사회를 퇴행시키는 개념"이라며 "인구 200~300만명의 소규모 국가에서나 통용되는 규칙을 만들어 가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실장은 "국회가 마음대로 처분적 법을 양산해내고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원칙이나 법치에 어긋나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거친 비판을 이어나갔다. 그러면서 "진정한 국민대통합은 국민 각자의 개인주의에 기반한 법치가 있을 때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시장경제질서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을 정부 차원에서 보증 지원 또는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나 신용불량자에게 또 다시 돈을 빌려주는 식으로 구제방안을 마련하는 것 등은 법치에 어긋나는 것으로 결국 사회를 퇴행시킨다는 것이다.
 
◇전경련이 29일 개최한 '국민대통합 심포지엄'에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했다.(사진제공=전경련)
 
보수논객인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도 동반성장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김 교수는 "한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낙후된 재래시장을 현대화시켜야 한다"며 "시장도 대형마트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업형 수퍼마켓의 상당수는 동네 상인들이 지분을 투자해 공동운영하는 체제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것이 진정한 동반성장"이라고 말했다. 결국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수퍼마켓)가 확대되야 동네 상인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상식과 어긋나는 일종의 궤변이다. 
 
이에 김민정 미래소비자포럼이사 겸 계명대 교수는 "소비자들은 사회적 약자인 영세상인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SSM 규제를 찬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또 재래시장은 김정호 교수가 말한 것과 달리 물리적, 컨텐츠적 측면에서도 과거보다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모두 마친 뒤 김민정 교수는 기자와 만나 "오늘 토론을 보며 과연 국민대통합이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본적 입장차이가 이렇게 큰데 결국은 정권싸움이 될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하도급 공정거래 관련 발제를 위해 참석했던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국민 통합 안 되겠다. 열린 마음으로 가야 대화가 되는데 자신들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난 것 같다"고 심포지엄 참석에 대한 허탈함을 드러냈다.
 
위 연구위원은 "특히 정규재 논설실장에 충격을 받았다"며 "진보 쪽에서는 조금이나마 발전시키기 위해 일정 정도 협의와 타협을 하고자 왔지만 전경련에서 초청한 보수계 인사들은 마음문을 꽉 닫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정호 연세대 교수는 "보통 토론을 하면 비슷한 사람들끼리 와서 했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들끼리 얘기를 하다보니 부딪히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서로 이해하는 거 아니겠느냐"며 "얼굴도 자주 보다보면 대화가 좀 통하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김 교수는 전경련의 이번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좀 더 나은 토론을 위해 '축적 토론'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사전에 몇 회에 걸쳐 서면토론을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대면토론을 하자는 것이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국민대통합 심포지엄을 만든 것 자체는 참 아름다운 일"이라며 "다만 전경련의 진심도 그래주길 바란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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