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상생협력 실천안 마련..창조경제 화답 마무리(종합)
이건희 회장 발언과 궤를 같이 해..투자·채용에 이어 상생까지 종합팩키지
입력 : 2013-06-05 18:04:30 수정 : 2013-06-05 18:11:35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삼성이 5일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실천안을 내놨다. 재단 설립, 인력 양성에 이어 동반성장까지, 재계 리더로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화답하는 일련의 시나리오가 이로써 완성됐다.
 
삼성은 이날 국내 산업계의 창조적 역량을 키우고, 1차와 2차 협력업체의 경쟁력 제고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를 위해 올해 3270억원을 포함해 향후 5년간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상생협력아카데미’를 삼성전자 내에 설립, 그간 1차 협력사에 그쳤던 교육과 컨설팅 등의 지원을 2차 협력사로까지 대폭 확대키로 했다.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은 “1차 협력사 지원을 통해 기대했던 낙수효과가 미흡했다”며 “최소 30~40%, 최대 50%까지 2차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직접 교육과 컨설팅, 개선방안 마련까지 지원의 폭을 넗히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와 함께 특허가 없어 창업과 신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벤처·개인창업자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특허의 일부를 무상 공개키로 하고, 그 범위 또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보유 특허 20여만건 중 1752건을 2011년부터 협력업체에 무상으로 공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대상 특허를 확대하고 협력사에 한했던 공개 범위 또한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2013년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투자 계획.(자료제공=삼성그룹)
 
이는 이건희 회장의 발언과 정확히 궤를 같이 한다. 이 회장은 지난달 8일 미국 현지에서 진행된 박 대통령과 경제사절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창조경제는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잘 선택됐다"면서 "이를 위해선 기초과학이 튼튼해야 하고,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대·중소·벤처기업의 동반성장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삼성은 창조경제가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투자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우리 경제를 튼튼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민주화를 놓고 대립 일선에 서 있던 정부와 재벌 간 긴장감이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이 회장은 이날 박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이후 삼성의 행보는 빨라졌다. 방미 일정을 마친 직후인 지난달 13일 첫 계획안이 나왔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 올해부터 10년간 총 1조5000억원을 출연하겠다는 게 골자. 삼성은 재단을 통해 4대 기초과학 분야와 소재기술, ICT(정보통신기술) 융합형 창의과제 등 3대 미래기술 육성 프로그램을 중점 추진함으로써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근원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틀 뒤인 15일엔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5만명 양성'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중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매년 2000명씩 총 1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채용 규모도 규모지만, 핵심은 초·중·고생 4만명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조기교육을 실시해 해당분야 인력 저변 확대에 힘쓰겠다는 것이라고 삼성은 설명했다. 한마디로 양질의 토양을 구축하겠다는 얘기였다.
 
재단 설립이 '투자'라면 인력 양성은 '채용'과 연결된다. 근저에는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 ‘교육’은 최종 단계인 이날 상생협력 실천안에도 투영됐다. 투자와 채용, 상생이라는 정부 기조를 모두 뒷받침하면서도 ‘교육’이라는 나름의 삼성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여건’이라고 표현했다. 직접적인 자금지원 등보다는 1·2차, 나아가 3차 협력사까지, 산업 생태계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여건 마련에 힘쓰겠다는 설명이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마련한) 큰 줄거리는 이걸로 마무리됐다”며 “남은 것은 실천”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당초 지난달에 상생협력 실천안을 내놓으며 일련의 시나리오를 마무리하려 했으나 대내외 사정으로 일정 부문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부서간 조율과 협의과정을 거치다 보니 약간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으나, 일각에서는 전동수 발언 파문과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부정입학 의혹 등 예기치 못한 돌발악재가 터지면서 시점 조율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풀이했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타운 전경.(사진=뉴스토마토)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김기성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