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퇴직연금 가입자 교육 '눈가리고 아웅'
이메일 발송이 전부.. 가입자 28.1% 퇴직연금 정보 '全無'
"가입자 피해 우려..기업이 적극 교육해야"
입력 : 2013-06-24 09:48:08 수정 : 2013-06-24 09:51:21
[뉴스토마토 양예빈기자] #입사 3년 차 직장인 A씨는 신문에서 퇴직 연금 기사를 접할 때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퇴직 연금 가입자 교육은 물론 받은 적이 없다. 회사에서 한번도 퇴직 연금 가입자 교육을 위해 모이라고 하지 않았다. '한번 알아봐야하는데'하고 생각하다가도 하루하루 업무에 신경쓰다보면 미처 챙길 겨를이 없다. 지난번 스팸메일함을 정리하다가 가입자 교육 관련 메일을 본 것같기도 하다. 대충 읽어봤지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다른 스팸메일들과 함께 그냥 휴지통에 버렸다.
 
퇴직연금이 도입된 이후 7년이 지났다. 퇴직연금 가입자 수가 지난 1월기준 472만200명을 넘어선다. 전년동기(349만4000명) 대비 35.1%나 증가했다.
 
도입사업장수도 20만7319개소로 전년동기(13만7456개소) 대비 50.6% 증가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총 적립금 규모도 67조2808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같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운영에 필수 요소인 가입자 교육은 '눈가리고 아웅'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입자 35% "교육 받은 적 없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에 따르면 기업들은 ▲서면 또는 전자우편 등을 통해 정기적인 교육자료의 발송 ▲직원연수·조회·회의·강의 등 대면 교육 실시 ▲정보통신망을 통한 온라인 교육 실시 ▲해당 사업장 등에 상시게시(확정급여(DB)형에 한함) 등의 방식으로 연 1회 이상 가입자 교육을 실시해야한다. 이를 어길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퇴직연금 담당자 364명, 근로자 1088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제도 전반에 대한 만족도 등을 조사한 결과, 퇴직연금 가입자의 35%가 퇴직연금에 대한 교육경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때 불편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부족이 37.0%로 높게 나타났으며, 변경절차를 모르는 사람도 11.0%였다. 또 28.1%는 퇴직연금제도와 관련한 정보를 전혀 몰랐다.
 
 
◇가입자 교육 의무, 위탁기관에 미뤄져...
 
가입자 교육의 의무와 책임은 기업에 있다. 하지만 근퇴법에 따라 기업은 운용관리업무를 수행하는 퇴직연금사업자과의 계약체결을 통해 가입자 교육을 위탁할 수 있다.
 
가입자 교육 미시행으로 기업에 과태료가 부과되면 기업이 위탁기관에 계약 불이행으로 구상권을 청구 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기업이 퇴직연금 운용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만큼 기업이 '갑', 위탁기업이 '을'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위탁기관이 가입자 교육을 하려고 해도 기업이 이미 위탁기관에 책임을 넘겼기 때문에 교육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교육이 이뤄지더라도 강의 등을 통한 대면 교육 실시는 사실상 매우 어렵다"며 "대부분의 교육은 위탁기관이 이메일을 통해 기본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업들의 책임전가와 비협조적인 태도로 근로자들 중 상당수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가입자 몫
 
퇴직연금은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특히 확정기여(DC)형은 기업이 매년 임금총액의 12분의 1이상을 근로자 개인별 계좌에 적립하고, 근로자가 기업의 부담금과 추가납입분에 대해 직접 운용한다. 근로자의 금융 지식이 운용 수익과 직결될 수 있는 구조이므로 가입자 교육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DC형 가입자인 B씨(37세)는 "금융 상품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보니 적립금 운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며 "금융 상품 구조에 대해 자세히 교육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돈은 꼬박꼬박 들어가는데 그에 대한 정보는 없어도 너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존 이메일 발송 등과 같은 형식적 교육으로는 복잡한 퇴직연금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리 만무다.
 
퇴직연금 관계자는 "기업이 금융기관에 가입자 교육을 위탁시키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기업이 가입자 교육에 대해 전면 책임지고, 위탁기관이 기업이 요청하는 자료, 강의 등을 제공하는 형태로 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기업이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을 위한 시간, 장소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면대면 교육을 확대해 가입자들이 전문가로 부터 직접 금융지식을 전달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우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업의 책임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하고 이를 위한 정부당국의 계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금융위원회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이를 관리 감독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는 연금 협회가 있어 당국이 교육을 잘하는 기업에 대한 모범 사례를 발굴해 다른 사업장들이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게 한다"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모범 사례 발굴을 통해 기업들이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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