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지분율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높아
전년대비 소폭 하락.."부당 일감 몰아주기 가능성 잔존"
입력 : 2013-08-29 17:31:11 수정 : 2013-08-29 17:39:58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지난해 49개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조사 결과 최근 4년 동안 내부거래 금액은 2009년 119.5조원, 2010년 144.7조원, 2011년 186.3조원으로 해마다 늘다가 지난해 185.3조원을 기록해 최초로 감소했다.
 
또 같은 기간 내부거래 비중은 소폭으로 등락을 반복하긴 했지만 2011년 13.24%에서 2012년 12.30%로 지난해 수치는 전년보다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
 
주목되는 건 이런 흐름 속에서도 총수일가 지분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지는 사례가 여전했다는 점이다.
 
내부거래 규모가 크다고 곧장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하는 시각은 위험하지만, 내부거래로 이익이 날 경우 그 '부'는 지분율만큼 총수일가에 귀속되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시사하는 의미가 작지 않다.
 
공정위는 "내부거래비중 및 금액이 다소 감소했지만 아직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관행 등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번 자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49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 1392개사를 대상으로 공정위가 공시자료 등을 이용, 지난해 계열사간 상품과 용역 등의 거래현황을 조사한 뒤 29일 공개한 것이다.
 
자료제공: 공정위
 
◇경제민주화 영향?..지난해 내부거래 규모는 줄어
 
공정위에 따르면 상장사, 비상장사,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 등 조사대상 모두 소폭이나마 내부거래 비중이 감소했다.
 
내부거래 금액도 2009년부터 계속 늘다가 지난해 처음 증가세가 꺾였다.
 
그 이유로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자발적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복합적으로 작용" 했다고 풀이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 일환으로 대기업의 내부거래가 일정한 비율을 넘어가면 증여로 간주해 세금을 매기는 식의 조치가 잇따르면서 대기업 스스로 내부거래를 줄였다는 설명이다.
 
◇총수일가 지분율 높은 재벌그룹, 내부거래 비중도 높았다
 
문제는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안고 있는 문제가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는데 있다.
 
이번 조사 결과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 여전했다.
 
공정위가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 41개 그룹 1255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에 따른 내부거래 비중을 따졌더니 총수일가 지분율이 100%인 기업은 내부거래 비중이 44.87%, 지분율 50% 이상 기업은 내부거래 비중이 25.16%, 지분율 30% 이상 기업은 내부거래 비중이 20.82%, 지분율 20% 이상 기업은 내부거래 비중이 10.61%로 나타났다.
 
총수일가 지분율 20% 미만 기업만 이례적으로 지분율 20% 이상 기업 보다 내부거래 비중이 다소 높게 나타났을 뿐 전반적으로 총수일가 지분율 많아질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많아지는 특징이 확인된 셈이다. (아래 표 참조)
 
자료제공: 공정위
 
이런 특징은 총수 있는 상위 10개 재벌그룹 집단(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두산)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됐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미만인 재벌은 내부거래 비중이 13.14%, 지분율 20% 이상인 기업은 내부거래 비중이 16.16%인데 비해 지분율 30% 이상인 기업은 그 배 이상인 38.52%로 내부거래 비중이 껑충 뛰었고 총수일가 지분율이 50% 이상, 100%인 기업은 내부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는 56.88%, 54.20%로 집계됐다. (아래 그래프 참조)
 
자료제공: 공정위
 
총수 2세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 역시 일정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총수 2세 지분율이 20% 미만 기업은 내부거래 비중이 12.14%, 20% 이상인 기업은 22.27%, 30% 이상인 기업은 30.70%, 50% 이상 기업은 50.26%, 지분율 100% 기업은 47.24%로 나타나는 등 총수2세지분율이 높을 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대체로 높았다.
 
이런 경향은 상장사보다 비상장사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총수 있는 상위 10대 대기업집단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총수2세 지분율이 50%를 넘거나 100%인 '상위 10대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는 절반을 넘거나(55.26%) 절반에 육박(46.63%)하는 등 그 비중이 매우 높았다.
 
자료제공: 공정위
 
◇내부거래금액 'SK, 현대차, 삼성' 순으로 많아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지분이 모두 높은 기업도 별도로 공개했다.
 
삼성 계열사인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NS, SK 계열사 SKC&C, 한화 계열사 한화S&C, 코오롱 계열사 미우나오션개발, STX 계열의 포스텍과 STX건설 등이 이에 해당하는 기업으로 이들 기업은 내부거래 비중이 50%를 넘거나 근접한 수치를 기록 중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가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현대엠코, 이노션 등 모두 4개에 달했고 이 가운데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무려 78.20%에 달했다.
 
이 회사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그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30%를 나눠 갖고 있다.
 
이노션이란 광고회사는 정몽구, 정의선 그리고 정 회장 딸인 정성이 고문이 지분을 100% 나눠갖고 있는데 현대차와 내부거래 비중이 48.76%에 달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나눠 갖고 있는 한화S&C도 내부거래 비중이 46.33%에 달했다.
 
자료제공: 공정위
 
한편 이번 조사 결과 전체적으로 내부거래금액이 큰 상위 5개 재벌그룹은 SK(35.2조원), 현대자동차(35.0조원), 삼성(28.2조원), 포스코(15.5조원), LG(15.3조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5개 재벌그룹의 내부거래금액 규모가 전체 조사대상 재벌그룹 내부거래의 69.7%를 차지했다.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상위 5개 재벌그룹 STX(27.49%), SK(22.51%), 현대자동차(21.33%), 포스코(20.59%), 웅진(18.76%) 순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잔존 가능성"
 
공정위는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데 의미를 두면서도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모두 높은 업종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추구행위가 잔존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영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총수일가지분율 또는 총수2세지분율이 높은 “비상장사”의 내부거래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이고 서비스, 광고, 물류 등 그간 일감몰아주기 관행이 문제됐던 분야의 내부거래비중은 여전히 높은 실정"이라며 "오는 10월께 모범적 거래기준을 다듬고 그 이행실적은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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