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외풍에 흔들리는 포스코, 언제까지?
입력 : 2013-09-06 15:31:39 수정 : 2013-09-06 15:34:50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포스코가 외풍(外風)에 흔들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철강 경쟁력을 갖춘 포스코는 정권 교체 때마다 대표이사 CEO가 바뀌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야말로 잔혹사(殘酷史)다.
 
지난 5일 한 일간지가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청와대에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명예롭게 은퇴하는 길을 택하겠다”며 사의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포스코는 즉시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스스로 다잡기 위해 애썼다.
 
사실 정준양 회장의 교체설은 이미 올해 3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주주총회에서 공공연히 나돌았던 소문이었다.
 
당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박 대통령은 국정 철학을 공유할 공공기관장이 필요하다고 말해 ‘MB맨’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는 수장들이 좌불안석에 몰렸다. 정준양 회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1998년 3월 정명식 전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2003년 유상부 회장, 2008년 이구택 회장이 정권 교체와 함께 포스코 CEO에서 사퇴했다.
 
‘정권교체=포스코 CEO교체’.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등식이 돼 버렸다.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 이구택 전 회장은 CEO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했고, 정준양 회장은 대표이사 선임의건에 대한 정관개정 등의 노력을 펼쳤지만, 외풍 앞에선 무력했다.
 
이 같은 외풍은 임직원을 비롯해 조직 내 사기 저하는 물론 진행 중인 핵심 프로젝트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초 일부 언론사와 사정기관에 정준양 회장 관련 내부비리가 담긴 음해성 제보문서가 투고되는 등 포스코 대표이사 CEO 자리를 놓고 폭로전은 극에 달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철강산업은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전세계 철강업계가 새롭게 재편 중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외풍은 포스코의 경쟁력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따지고 보면 포스코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정부가 포스코 인사권에 개입할 명분이나 근거는 전혀 없다.
 
정부는 기업이 역량을 키워 성장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풍토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주인 없는 기업에 권력을 행사해 인사 개입에 나서는 건 어떠한 이유로든 합리화될 수 없다. 떨어지는 콩고물이라도 받아먹기 위해 더 이상 머리를 굴려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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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