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들고 행복한 내집으로..'3040' 트렌드 바꾼다
규모 줄인 단지형 전원주택, 커뮤니티 기능 부여
3억원이면 교통, 편의 모두 누리는 도심 근처 전원생활
입력 : 2013-09-09 15:51:45 수정 : 2013-09-09 17:03:12


[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지난 5일 찾은 경기도 용인의 한 단지형 전원주택지. 32가구 규모의 단지 곳곳에서 신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거나 한편에선 이삿짐을 실어나르는 손길이 분주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입주민의 70%가 어린 자녀를 키우는 30~40대 젊은 부부들이다. 분양사무실에서 만난 김종남(남, 34)씨는 "강북 아파트를 팔고 전원주택을 짓기로 결정했다"며 "아이들 학교 보내기에도 큰 불편함이 없고 3억원 수준에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용인 도심인 처인구에 조성되고 있는 이 단지는 숲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전원주택지만 시내와 가까워 도심 접근성, 편의시설이 양호한 편이다. 강남, 잠실 등 서울 도심으로 이동하는 광역버스망이 잘 구축돼 있으며, 차로 조금만 나오면 학교, 할인마트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어린 자녀를 키우는 '3040' 젊은 부부들이 전원주택의 주 수요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이 귀촌생활을 위해 전원주택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도심에 직장을 둔 젊은 부부들이 수도권 외곽에 실속형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조성되고 있는 단지형 전원주택지 '라움빌리지' 전경(사진=R토마토DB)
 
캠핑문화 발달, 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도 이들이 외곽으로 빠져 나오는 이유다. 전원생활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도가 높아진데다 대안학교, 혁신학교를 선호하는 부모가 늘면서 꼭 도심에 살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가격 거품을 빼고 도심과 최대한 가까운 입지 조건을 자랑하는 단지들이 틈새를 공약하면서 전원주택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허재석 브레인웍스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주택의 개념이 실거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천편일률적인 공동주택 대신 각자의 생활패턴에 맞춘 맞춤형 전원주택을 찾는 수요층이 30~40대를 중심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3040 마음 잡으려 몸집 줄이는 전원주택
 
상대적으로 주택구매 여력이 부족한 젊은층을 사로잡기 위해 몸집도 줄어들고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지어지는 규모의 전원주택은 대지면적 900~1000㎡, 건축면적 200㎡를 적용한다. 가격은 6억~8억원대다.
 
반면 30~40대가 선호하는 주택은 대지면적 430㎡, 건축면적 100㎡을 적용해 건축비를 절감한다.
 
허 대표가 공급하고 있는 용인 전원주택의 경우 토지 분양가는 3.3㎡당 120만~150만원, 건축비는 3.3㎡당 400만~5000만원대다. 이를 합하면 서울 평균 전세가 수준인 3억원 정도로 동화속에서 나올 법한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맞춤형 설계, DIY시공 방식을 적용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거나 지열난방 시스템을 설치해 전원주택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비싼 관리비를 절감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도 접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부모와 함께 사는 젊은 부부가 두 개의 주택을 붙여 마당만 공유하는 '세대분리형' 주택을 짓는 식이다. 두 개의 주택을 고도가 다르게 접붙혀 지그재그형 공간활용이 가능하도록 한 '듀플렉스' 방식은 같은 공간도 넓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심형 전원주택에 입주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부모세대와 함께 거주하는 젊은 부부가 출입문을 따로 두는 '세대분리형' 방식으로 지었다.(사진=R토마토DB)
 
수분양자가 원하는 집의 모양과 구조를 간단히 스케치하면 설계사무소에서 구조도면을 완성한다. 단지형 전원주택은 지열난방 시스템을 설치하면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태양광을 별도로 설치하면 전기료를 더 아낄 수 있다. 건축기간은 평균 4개월이다.
 
◇"단계별 세부계획 세우고 가족 구성원이 함께 지어야"
 
전원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땅을 사고 그 위에 건축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다. 먼저 예산을 확정하는 단계서부터 대출비중, 취·등록세, 건축허가비, 개발부담금 등 세부 지출항목을 고려해야 한다.
 
예산을 확정한 후에는 지역을 선별한다. 먼저 시·군을 정하고 동으로 좁혀나가는 식이다. 30~40대 젊은층이라면 '면·리'보단 학교, 병원, 쇼핑센터 등 기반시설이 마련된 '동' 위주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독립형과 단지형 전원주택의 장단점을 비교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독립형은 이웃의 간섭이 없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를 뒤집으면 이웃 간 교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단지형은 이웃간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한편으로 외롭지 않게 전원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될 수 있다. 관리사무소가 있어 택배를 대신 받아줄 수 있고 방범이 유리한 것도 단지형 주택의 장점이다.
 
이 외에도 진입로가 잘 닦여 있는지, 주변에 공장, 축사 등 위해시설이 없는지도 꼭 살펴봐야 하는 필수 항목이다.
 
허재석 대표는 "전원주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어떻게 전원주택을 선택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집을 직접 짓기 위해서는 단계별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은 만큼 가족 구성원이 충분히 논의하고 구조나 건축방식에 합의를 이뤄야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용인 인근 전원주택단지 현황(자료=브레인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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