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체, 소재산업으로 눈 돌리는 이유?
입력 : 2013-09-25 17:27:07 수정 : 2013-09-25 17:30:50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제일모직이 패션사업 매각으로 첨단소재 기업으로 탈바꿈을 선언하면서 화학기업들의 포트폴리오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소재사업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에서 찾는 화학 소재 산업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유기 전자재료 업체인 일본 JSR과 니토덴코, 스미모토화학 등을 국내 화학기업들의 벤치마킹 사례로 꼽았다.
 
박 연구원은 세계 화학산업의 트렌드를 저가 원료의 확보와 고수익 제품 확대로 요약하고, 국내 화학기업은 후자에 집중하고 분석했다.
 
그는 "국내 화학 기업은 저가의 나프타 원료 확보를 위해 해외진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나 극히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면서 "한국의 IT 경쟁력을 바탕으로 관련 소재 산업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의 원료인 원유를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일본과 독일계 석유화학 기업들은 새 먹거리로 일찌감치 소재사업을 낙점했다.
 
시황에 흔들리지 않는 고수익 확보와 높은 기술진입 장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으로 소재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 본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독일과 일본 석유화학 기업들은 본업인 석유화학 제품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0%, 45%에 그쳤다.
 
석유화학의 원료인 나프타를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효율성이 낮은 생산 설비를 축소하거나 원유 산지로 전진 배치시키고 정보소재와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실제 JSR의 토대는 합성고무 사업이다. 그러나 지금은 유기 전자재료 사업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특수고무인 엘라스토머를 비롯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명과학, 리튬이온 캐퍼시터(축전기)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판 시장의 과점 업체 중 한곳인 일본 스미토모화학 역시 소재사업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원자재 사업을 중동으로 이전하고, 일본 내에서 정보전자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지난 2011년에 이미 비범용성, 비석유화학 제품 비중이 60%를 넘어섰다.
 
국내에선 LG화학이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게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LG화학의 정보전자소재 사업부문은 편광판과 3D TV용 FPR(편광 안경 방식)등 광학소재, 감광재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소재, 회로소재 등 전자재료를 생산해 전 세계 전기·전자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액정화면표시장치(LCD)용 유리기판, 태양전지 소재, OLED 조명 분야로 발을 넓혀 정보전자 소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의 성과는 실적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LG화학의 정보전자소재 사업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 2011년 3743억원, 2012년 4356억원, 올 상반기 2158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보전자소재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13.3%에서 지난해 22.8%, 올 상반기 23.7%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석유화학 업황의 부진을 정보전자소재가 일부 상쇄하는 역할을 하며 실적의 버팀목으로 서서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박 연구원은 "일본 소재기업이 집중하는 분야는 크게 고수익성 IT용과 2차전지 및 태양전지 등 에너지, 헬스케어로 나뉜다"면서 "국내 전자소재 기업들은 그간 벤치마킹해 왔던 일본의 소재 기업들의 현 전략을 통해 향후 소재 산업의 방향성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LG화학의 오창 3D FPR 필름 생산라인(사진=LG화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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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