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참여재판 놓고 법조계 갑론을박
"판사는 이념에 따라 투표하지만 이념에 따라 재판 안해..문제 없어"
"안도현 시인 참여재판 평결 만장일치 무죄..다른지역이면 달랐을 것"
입력 : 2013-10-30 17:16:51 수정 : 2013-11-04 11:01:55
◇법정 내부(사진=뉴스토마토DB)
 
[뉴스토마토 최기철·전재욱기자] '나꼼수' 국민 참여재판에 이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안도현 시인에 대한 국민 참여재판이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선거법 위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논란이 불붙고 있다.
 
정치색이 짙고 지역감정이 아직 남아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법관이 아닌 지역 주민들에 의한 유무죄 판단이 적절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선거법 위반을 계속 참여재판의 대상 범죄로 유지할 지에 대해서는 법조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30일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 판사는 "참여재판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조차도 모든 사건을 배심원제로 시행하지는 않는다"며 "명예훼손 등 법리적 판단이 어려운 사건은 배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선거법 사건을 많이 다뤄온 한 변호사도 "정치적인 사안의 형사사건은 이념적 논리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안 시인 재판이 대구에서 진행됐으면 배심원 평결이 어떻게 됐겠는가"라며 배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제도가 자리잡아가는 과정에서 불거진 '과도기적 증상'으로, 전면 배제보다는 단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서울고법의 한 현직 판사는 "판사도 이념에 따라 투표를 한다. 그렇다고 이념에 따라 판결을 선고하지 않는다"며 "판사가 최종 판결을 하는 만큼 배심원의 정치적 성향이 평결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의 현직 부장판사는 "국민참여재판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고,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지만 정치권이 시도하지 않는 한 법정 안에서의 재판이 정치화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법정을 정쟁의 장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구태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날 있은 서울고법 국정감사장에서도 국민참여재판이 도마에 올랐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데서 시작한 여야간 공방은 ‘나꼼수’ 재판 무죄, 안 시인 무죄평결에 대한 재판부의 선고연기 등으로 불이 옮겨 붙으면서 과열양상을 보였다.
 
김진태(새누리당) 의원은 "문재인 의원이 안도현 시인의 재판에 참관한 것을 보고 '제대로 참여재판이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며 "결국 어제 배심원 7명 전원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지역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86% 지지를 보낸 지역이다"며 "배심원이 고뇌 끝에 결정을 내려도 이런 식으로 훼방놓으면 진의가 왜곡되고 의심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해철(민주당) 의원은 "재판은 공개가 원칙이며 얼마든지 참석할 수 있다. 다른 정치인을 (재판)할 때 국회의원 이삼십명씩 간다"며 "방청석 갔다는 이유로 뭐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을 뿐더러, 배심원 명예를 심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문 의원이 안 시인의 참여재판에 참석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부적절하고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복수의 법조인들은 “자신을 지지하기 위해 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참모의 재판에 참석한 것을 보고 배심원들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겠느냐”며 “대선 후보였던 법조인으로서 격에 맞지 않는 부적절함을 보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재판은 전 범죄의 재판에 국민을 참여시킴으로서 재판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민의 사법참여를 돕자는 취지로 2008년 도입됐다.
 
그러나 제도 초기 부작용이 예상되면서 강도나 강간 등 중범죄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적용하다가 배심원단 평의와 판사의 판결이 90% 이상 일치하는 등 제도가 정착되면서 지난 해 7월부터 선거법 위반 등을 포함한 모든 형사합의부 사건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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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