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영건 인터뷰)②이재학 "격려의 박수보다 환호성을 받겠다"
입력 : 2013-11-29 09:59:53 수정 : 2013-11-29 10:03:30
◇이재학. (사진=이준혁 기자)
 
[창원=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팬분들이 지난 시즌 여러모로 열정적으로 응원하셨다. 내년에는 격려의 박수보다 저희 팀이 강해져서 환호성을 받도록 하겠다."
 
올해 신인상을 받은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투수 이재학(23)은 주변 상황에 모두 감사하는 겸손한 모습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에게 만족과 안주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KBO(한국야구위원회)의 공식 비활동 기간인 12월에도 "결코 방심하지 않고 운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구고 졸업 시점인 2010년 두산 베어스 2라운드 10순위로 지명받은 이재학은 데뷔 첫해 '1승1패, 평균자책점 5.01'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2011년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하다가 그해 처음 시행된 2차드래프트 제도를 통해 NC로 옮겨왔다.
 
NC가 1군에서 처음 뛴 올해 그도 첫 1군 풀타임 활약을 펼치면서 10승5패, 평균자책점 2.88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평균자책점은 한국인 투수 가운데 1위고, 144개의 탈삼진도 2위다. 생애 딱 한번 기회가 오는 신인왕의 주인공도 됐다.
 
이재학 자신이 돌아본 올해 모습은 어떨까.
  
◇'인생의 터닝 포인트' 2차 드래프트로 바뀐 인생
 
- 이제 올 시즌도 다 마무리됐다. NC가 1군에서 처음 활약했던 해인데 느낌이 남다르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첫 해라 긴장이 됐던 게 사실이다. 첫 달에는 좀 떨렸는데 5월부터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 같아 다행이다.
  
- 신인선수라면 누구나 욕심내는 신인왕을 탔다. 축하한다. 본인이 탈 것이라 예상했나.
  
▲생각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을 타겠단 생각보다는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름이 불렸던 순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가장 먼저 어느 분의 축하를 받았나.
 
▲이날 아버지가 현장에 들르셨고 옆에 계셨다.
 
- 그런데 이렇게 좋은 활약을 펼친 시발점은 공교롭게도 2차 드래프트다.
 
▲지금 생각하면 NC로 온 것이 큰 터닝포인트였다. 하지만 당시는 요즘 말로 '멘붕(멘탈 붕괴)'이었다. 충격보다는 그냥 멍한 기분이었다. 하루이틀 멍한 느낌으로 살았다. 하지만 주변에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말로 위로했고, 내가 생각해봐도 어짜피 일어난 일인데 넋놓고 있기보다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고 봤다.
 
- 두산에 섭섭한 점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두산에 섭섭함이 없었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의 많은 분들이 "두산은 선수층이 두꺼워 비집고 들어가야 하지만, NC는 아직 신생 팀이기에 잘 해낸다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멘붕' 상태를 해소하고 NC로 넘어왔다. '여기 아니면 갈 곳이 더 없다'는 생각과 각오로 오기와 독기를 품었다.
 
- 2차 드래프트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 이혜천 선수가 NC로 왔다. 두산 유니폼을 입던 투수 출신으로 나름 반갑기도 하고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두산에서 함께 뛰던 선수들이 NC로 많이 와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고창성 선배를 시작으로 올해는 FA(자유계약선수) 이종욱-손시헌 선배, 2차 드래프트로 이혜천 선배가 NC로 왔다. "많이 오네?"라는 생각과 함께 반가웠다. 이종욱-손시헌 선배는 내가 2군에만 있다 여기로(NC로) 와 거의 접하진 못했지만 이혜천 선배는 투수이다 보니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마주쳤다.
 
◇이재학. (사진제공=NC다이노스)
 
◇"12월에도 창원에 남아서 1년을 대비할 것"
 
- 이번 시즌을 되돌이켜보면 아쉬운 점도 많을 것 같다.
 
▲물론 당연히 있다. 완벽한 투수가 아니기에 제구력이 나빴다는 사실도 그렇고, 특히 9실점한 LG와의 경기가 아쉽다.
 
- 정말 그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LG킬러'라고 부르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어쩌다.
 
▲사실 전부터 마운드에 오르면 올해 신인왕에 대한 욕심이 없지 않았다. 욕심이 화를 불렀다. 당시 마운드에 오를 순간마다 신인왕 생각이 났다. 그날은 희한하게 어떻게 던져도 다 맞았다. 그때 이후로 시즌 끝날 때까지 신인왕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자책하지는 않으려 했다. 그날 기자들과 이야기할 당시 "남은 LG전에 줄 점수를 모두 줬다"고 농담했다. 패배는 반성하나 이후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 26일로 마무리훈련도 마쳤다. 마무리훈련을 통해 특별히 보완하려한 사항은.
 
▲체인지업 말고 다른 변화구도 던지려 준비 중이다. 커브와 슬라이더를 연습해봤다. 또한 직구의 제구력을 키우려 했다. 한해 피로를 푸는 훈련도 했다.
  
- 12월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규정한 비활동 기간이다. 혹시 12월 계획은 어떠한가.
 
▲일단 12월 초에는 행사가 많다. 시상식을 비롯해 여기저기 가볼 곳이 있다. 10일 이후에는 매년 겨울에 하던 체력보강훈련을 하려고 한다. 어깨를 보강하고 허리를 강화하는 훈련은 중요하다. 이 훈련을 해야만 한 해를 잘 버틸 수 있다. 몸이 튼튼해야 밸런스도 맞고 공도 잘 간다.
 
- 본가가 대구인 것으로 안다. 본가에 가서 훈련할 계획인가.
 
▲아니다. 창원에 남아서 하려고 한다.
 
◇이재학. (사진제공=NC다이노스)
 
◇"160이닝 투구-2점대 평균자책점이 목표"
 
- NC에 터를 둔 지도 이제 2년여다. 친한 선수가 있나.
 
▲아무래도 비슷한 나이대의 또래가 선배보다는 편하다. 이태양, 손정욱, 박민우 등.
 
- 모든 선배들이 다 좋겠지만 특히 '힘이 되는' 도움을 주는 선배가 있나.
 
▲누구 한 명은 꼽기가 어렵다. 모든 선배들이 좋다. 정말 많이 챙기고 도와주시고 힘들면 좋은 말을 해준다.
 
- 그렇다면 직접 몇 명을 묻겠다. 다른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주장인 이호준 선수의 칭찬이 많았다.
 
▲선수들의 실질적인 리더인 주장으로 후배들을 정말로 잘 이끌어 주셨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하시고 후배들의 다양한 이야기도 성의껏 듣고 조언하신다. '정말로 잘 이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선배다. 강압적인 것이 아닌 가까운 분위기를 보이면서도 카리스마가 필요하면 상황에 맞춰 팀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인했다.
 
- 투수로서 팀내 베테랑인 손민한 선수는 어떤가.
 
▲대선배님이지만 가깝게 맞아주는 분이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편한하게 여쭙는다. 경기 중에는 코치님에게의 질문이 쉽지 않은 때가 있다. 그런 때면 손민한 선배에게 질문을 한다. 많은 도움이 된다. 폭넓게 힘이 되는 분이다.
 
- NC에 입단하기 전까지 마산이란 곳은 좀 낯선 곳이었을 것 같다.
 
▲그런 것은 별로 없다. 풍경이 어색하긴 했지만 어짜피 야구하러 왔기에 야구 활동을 열심히 했다.
 
- 혹시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할 것인가.
 
▲할 것 같다. (약 10초 정도 지난 후) 아니다. 모르겠다. 다른 것도 하고 싶다. (웃음) 일반 공부도 해보고 싶다. 야구가 재미있어서 다시 야구하려고 했겠지만.
 
- 공부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나이 40을 넘어 선수로 뛰기에 다소 힘든 때가 온다면 대학원에 진학해 학위 따고 싶은 생각도 있나. 해태 출신 김봉연 극동대 교수의 예도 있다.
 
▲추후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그런 생각은 없다. 그때 되면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고, '야구선수 누구에게나 롤모델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선수 생활을 할 것이다.
 
- 내년 시즌 목표는.
 
▲160이닝 이상의 투구와 2점대의 평균자책점이다. 못해도 3점 초반의.. 다승은 "내가 몇 승 하고 싶다"고 원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목표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독자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 부탁한다.
 
▲창원을 비롯한 경남 중심의 NC 팬들이 지난 한해 동안 열정적으로 성원해주시고 응원하셨다. 멀리까지 찾아와 응원해주던 팬들도 기억난다. 내년에는 격려의 박수보다 저희 팀이 강해져서 대중의 환호성을 받도록 하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 나부터 열심히 하겠다. 다시 한 번 많은 팬들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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