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덕수궁 대한문 앞 집회 허용해야..경찰 처분 위법"
입력 : 2013-12-06 12:17:21 수정 : 2013-12-06 12:21:00
◇서울행정법원(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쌍용자동차 희생자 분향소 설치를 금지하기 위해 대한문 앞에 화단을 설치하고 시위장소를 축소·제한한 경찰과 행정청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함상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52)가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상대로 낸 옥외집회금지 통고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중구청장이 덕수궁 대한문 앞의 불법적인 집회·시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화단을 설치, 경찰관들이 하루도 빠짐 없이 화단을 둘러싼 채 서 있어서 덕수궁 대한문 옆 인도에서는 헌법상 보호되는 평화적·비폭력적 집회·시위마저 제한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민변 측에서 주최하려던 집회는 경찰 측에서 제한한 금지구역이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임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해당 금지구역은 이번 집회의 목적·내용과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으므로 집회 장소로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집회 장소로 신고한 해당 금지구역을 포함해 덕수궁 대한문 옆 인도는 그 폭이 4~5m인 반면, 해당 금지구역은 화단에서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노란색 점자블록 이전까지인 약 1.5m에 불과하다"며 "신고서에 적시된 집회의 인원과 규모 등을 고려하면 금지구역에서 집회가 개최된다고 하더라도 주변 교통 소통이 심각하게 저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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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어 "금지구역에서 집회를 허용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나 집단적인 폭행·손괴 행위 등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도"고 설명했다.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쌍용차 범대위)는 지난해 덕수궁 대한문 옆 인도에 농성 천막과 분향소를 설치한 후 쌍용차 정리해고 희생자 추모를 위한 집회를 개최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덕수궁 담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문화재청장은 중구청장에게 '화재발생지역 등에 화단을 조성해 불법시설물 설치와 집회·시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과, 집회·시위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경비인력을 증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4월부터 중구청장은 화단을 조성했고, 경찰관들은 화단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을 막았다. 
 
이에 권 변호사는 지난 7월11일 중구청장에게 주자최를 '민변 노동위원회'로 지정하고 "서울 중구 태평로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하게 해 달라"면서 낸 옥외집회 신고서를 냈다.
 
집회·시위에 참가예정인원은 30여명으로 같은 달 15일~26일사이에 진행할 예정이었으며, 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집회 장소 내부에 앉아 있거나 서 있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또 시민들의 통행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는 앰프, 스크린 등 집회 물품은 주로 덕수궁 대한문 정문 쪽에서 사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남대문 경찰서는 "집회 장소가 주요도로이고, 화단 등으로 인해 주변 인도 폭이 매우 협소하다. 평소 덕수궁 관람객·횡단보도 이용 시민·일반 통행인 등이 많아 매우 혼잡하다"며  집회장소를 대폭 축소해 대한문 앞 인도에서의 집회 자체를 금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권 변호사는 법원에 옥외집회금지 통고처분 취소소송을 내면서, 중구청의 집회 제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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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