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만에 175만..상식을 말한 '변호인'의 무서운 질주
입력 : 2013-12-23 11:27:00 수정 : 2013-12-23 11:43:13
◇'변호인' 포스터 (사진제공=NEW)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예상은 했지만 무서운 흥행속도다. 지난 18일 오후 5시 이후로 개봉된 영화 '변호인'은 지난 22일까지 누적관객수 175만2162명을 기록했다.
 
국내 정치사에 굵직한 영향을 끼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했고, 1981년 정부에서 벌인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을 소재로 해 개봉 전부터 관심이 높았다.
 
일각에서는 "송강호, 급전이 필요한가"라는 비아냥도 있었으며, 극우성향 인터넷사이트인 일간베스트 회원들은 포털사이트의 영화 평점을 테러하는 행위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변호인'은 관객들의 높은 공감을 사며, 입소문이 흘러 주말이틀 동안 108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의 화두는 상식..상식을 이야기한 '변호인'
 
영화는 송우석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상식을 변호한다.
 
영국인 저자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가 불온서적이라는 이유로 독서모임을 하는 대학생들을 소위 '빨갱이'로 몬 정부에 맞서 싸운 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34세 노무현'을 모티브로 했지만, 영화는 '부림사건'에 대한 정치적인 해석에 앞서 이 시대의 정의와 상식에 대해 되돌아본다.
 
정의와 상식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현 상황에 '변호인'이 상식을 말함으로써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는 평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실제사건을 다룬 작품은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갈증을 풀어준다. 올해의 화두는 '상식이 있는 사회'였다. 너무나도 상식적이지 않은 현실을 마주한 상황이다. 대중이 상식을 추구하는 욕망을 '변호인'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의 답답함과 국가에 의해서 희생당한 분들의 이야기, 권력과 맞서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라며 "영화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 밖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적인 요소도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속물 변호사가 인권 변호사로 변해가는 과정이 설득력있게 전개된다. 중·후반 공판 장면이 주를 이루는데도 불구, 적재적소 유머가 삽입돼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말미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감동은 묵직하며,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와 주제의식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 영화의 투자 및 배급을 맡은 배급사 NEW의 박준경 마케팅홍보본부장은 "시나리오를 보고 전 직원이 재밌게 봤다는 평을 내놨다. 시나리오 과정부터 정말 좋았고, 남녀노소 누구나에게 추천할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송강호 (사진제공=NEW)
 
한해 2천만 배우 송강호..곽도원·김영애·임시완·오달수
 
영화 '설국열차'와 '관상'을 통해 올 한해 18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배우 송강호는 '변호인' 개봉 4일 만에 2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당분간은 누구도 깰 수 없는 기록이라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그중 송우석 역을 맡은 송강호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그야말로 호평일색이다. "지금까지의 송강호와 달랐다"는 말이 돌 정도로 송강호의 연기는 이제껏 보여준 지점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곳에 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그 시대의 정신, 고인의 삶을 일개 배우인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최소한 마음의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전달되길 바라면서 연기했다"는 송강호의 말이 진심으로 여겨진다.
 
정덕현 평론가는 "송강호가 한 연기는 정말 어려운 연기다. 실제 인물이고, 현재 진행형인 인물이다. 어색한 연기를 하면 바로 표가 난다. 그만큼 부담이 될 수 있는 역할"이라며 "그런 역할을 맡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데, 베테랑이라 어깨에 힘을 빼고 생활적인 연기를 했다. 정말 대단한 지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영화가 감정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배우의 역할이 큰데, 송강호는 단연 국민배우답게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애-곽도원-이성민-임시완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NEW)
 
송강호 뿐이 아니다. 곽도원과 김영애, 임시완, 오달수를 비롯해 정원중, 조민기 등 다양한 배우들이 영화에 힘을 보탰다.
 
송우석과 대적하는 차동영 경감 역의 곽도원은 무서움을 넘어서 공포스럽기까지한 이미지로 균형을 맞췄다. 송강호의 연기력이 더욱 빛난 이유는 곽도원의 무게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기돌'이라 불리는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은 혹독한 고문을 받고 이성을 잃는 박진우를 통해 연기자로서 성장했다. 박진우의 모친이자 국밥집 주인 역의 김영애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영화의 재미를 담당한 오달수는 특유의 유머로서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신문기자이자 친구로서 송우석을 응원하는 윤택 역의 이성민도 진심이 묻어나는 연기로 감동을 자아냈다. 
 
송우석을 인권변호사로 변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선배 변호사 역의 정원중과 검사로서 송우석과 대적하는 조민기 역시 영화에 힘을 싣는데 공헌했다.
 
박준경 본부장은 "송강호 뿐 아니라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자기 역할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열연이 초반 성공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4일 동안 '변호인'이 기록한 175만 관객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7번방의 선물'이 기록한 119만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상식과 정의를 말하는 '변호인'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지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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