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서세' 50주기 추모행사 열려
대법원, 추모식·학술심포지엄 등 개최
입력 : 2014-01-13 00:06:39 수정 : 2014-01-13 00:10:50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대법원은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1887~1964)의 서세 50주기를 맞는 오는 13일 '나라의 큰 별, 살아 있는 정의,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를 슬로건으로 선생의 뜻을 기리는 행사를 갖는다고 12일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대법원 1층 대강당에서 진행되는 추념식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해 전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 윤영철 전 헌법재판소장, 선생의 유족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선생의 생애를 되짚어본다.
 
이어 오후 2시부터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진행되는 학술심포지엄에서는 학계에서 선생의 업적을 연구한 성과를 발표하고, 참석한 판사와 학계 인사, 학생 등이 이를 주제로 토론하는 자리를 갖는다. 이를 통해 선생의 업적과 정신에 비춰 사법부의 발전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선생의 타계 50주기 특별전이 이날부터 오는 17일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대법원 1층 복도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예약을 하지 않아도 입장할 수 있고, 비용은 무료다.
 
아울러 대법원은 '정의를 바로세운 우리나라 첫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그림)를 제목으로 선생의 업적을 담은 만화 위인전을 발간했다.
 
만화 위인전에는 선생이 어린시절 의병으로 활동하던 시기와 일본으로 건너가 법공부를 한 시절, 독립운동가를 변호하던 변호사 시절, 최초의 대법원장으로 재직한 일대기가 담겼다.
 
대법원은 이 책을 각급 법원과 어린이 도서관에 배포해 어린이들을 위한 법교육 교재로 활용할 예정이다.
 
선생의 호 가인(街人)은 거리의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일제강점기 나라를 잃고 거처할 곳 없는 현실을 개탄하고 독립을 바라는 마음에서 선생이 직접 붙였다.
 
그는 우리 사법부의 초기 대법원장을 지낸 한편 일제강점기에는 항일독립운동의 일환으로 독립운동가를 변호한 인물이다.
 
선생은 회고록에서 민족변론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일정의 박해를 받아 비참한 질곡에 신음하는 동포를 위하여 도움이 될 수 있는 행동을 하려 함에 있었다"고 밝혔다.
 
선생은 광복 이후 미군정에서 사법부장을 지내고 건국 후에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며 민법과 형법, 형사소송법 등 우리 사법의 근간이 되는 법률의 기초를 닦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행정부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낸 일화도 유명하다. 1952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정적이던 서민호 의원이 자신을 살해하려던 군인을 사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현역장교를 권총으로 쏘아 죽였는데 무죄라니 될 말인가"라며 반발했고, 이에 선생은 "판사가 내린 판결은 대법원장인 나도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없는 것"이라며 "무죄판결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절차를 밟아 상소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맞받았다.
 
'청렴한 삶'은 선생을 삶 전체에 베어 있다. 그는 대법원장으로 있으면서 반 토막난 수정도장으로 결재를 했다. 박봉에 시달리던 판사가 사표를 들고 찾아오자, "나도 죽을 먹으며 산다. 함께 참고 고생해 보자"고 만류해 그 판사가 사표를 거두고 돌아 간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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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