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축제로 만든 '무한도전'의 놀라운 도전
입력 : 2014-05-26 16:21:37 수정 : 2014-05-26 16:26:07
◇'무한도전'이 선거를 통해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사진=MBC 홈페이지 캡쳐)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MBC '무한도전'의 차기 10년 리더를 결정하는 '선택2014'는 하나의 축제가 됐다. 무려 45만 8398명이 설레는 마음으로 선거에 참여했다.
 
유재석과 노홍철, 정형돈이 후보로 나선 이번 '무한도전' 선거는 오는 6월 4일 있을 지방선거의 투표를 독려했고,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예행연습이 됐다. 선거를 예능화한 지점은 국내 예능이 또 한 번 진화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들만의 리그를 비꼰 풍자와 해학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5월 '무한도전'이 내세운 특집은 '선택2014'이었다. 차기 10년 리더를 결정한다는 모토 아래 정형돈과 유재석, 노홍철이 후보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의 풍자는 '무한도전'만이 보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무한도전'은 세월호 침몰 참사와 정치인들의 잘못된 행태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개그컨트롤 타워의 부재를 통해 재난 안전 시스템 부재를 일갈했고, "진정한 위기는 위기인 것을 모를 때, 위기임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위기를 알고 혼자 도망칠 때"라는 유재석의 말 역시 세월호 침몰 참사를 일으킨 사람들에 대한 강한 비판이 담겨 있었다.
 
"유재석을 막기 위해 나왔다"고 하면서 유재석과 노홍철, 정형돈의 지지를 마음껏 오고가는 박명수를 통해서는 저격수와 철새 정치인의 행태를 지적했다. 자신의 공약보다는 상대방의 공약과 인권을 공격하는 모습에서는 네거티브 전략을 풍자했고, 노홍철의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공약도 현실정치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이돌을 대거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졌음에도 "평범한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정형돈의 행동 역시 한 번 뒤집어 보면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정치인들의 이미지와 겹친다.
 
혹자는 이를 두고 '꿈보다 해몽'이라고 격하하기도 하지만 '무한도전'의 정치권을 향한 일침은 다른 예능에서는 볼 수 없는 냉철함과 솔직함이 담겨 있었다.
 
◇영유아도 투표를..선거 예행연습이 된 투표 현장
 
지난 22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진행된 투표 열기는 뜨거웠다. 서울 여의도 MBC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두 곳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투표현장에는 어린아이부터 나이가 많은 어른들까지 몰려들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된 온라인 투표는 30만을 넘는 투표 참여를 기록했다. 특히 신규회원 가입자 수가 전일 대비 25배나 상승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8배가 늘었고, 해외 거주 외국인도 6배나 증가했다. 국경을 초월하는 '무한도전'의 영향력이 그대로 입증된 대목이다.
 
어린 아이들도 부모의 손을 잡고 현장을 찾았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동참해 실제 선거 현장의 분위기를 꾸민 '무한도전'의 투표는 선거의 예행연습이 됐다.
 
'무한도전'의 선거는 단순히 웃음과 투표 독려의 차원을 넘어서 국민이 화합하는 소통의 자리, 축제의 자리를 만들었다.
 
◇투표 열기, 지방선거로 이어질까
 
이번 '무한도전'의 선거는 실제 선거와 유사하게 진행됐다. 후보들이 공약을 내걸고, 지지세력을 얻어 찬조연설을 했고, 토론회까지 열었다. 선관위 직원들이 동참해 지문감식기를 통해 불법선거를 방지하고, 투표권을 투표함에 넣는 것까지 실제와 같았다.
 
아울러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과정으로 진행하고 투표소도 지방선거 투표소를 재현했다. 여러 시청자들에게 지방선거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선관위는 '무한도전'을 통해 선거 홍보에 앞장섰다. 이날 현장에서 선관위 직원들은 투표를 하는 시민들에게 "6월 4일 지방선거에도 꼭 투표를 해달라"는 독려를 했다. '무한도전'이 이끈 열기를 지방선거까지 이어가겠다는 의도다.
 
한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 독려를 해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투표하라는 말을 해도 실제 선거날에는 투표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무한도전'의 특집으로 많은 사람들이 투표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한 표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유재석의 말처럼 6.4 지방선거에서도 이 열기가 그대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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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상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