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욱의 가요별점)AOA, 예쁜 외모가 전부는 아닌 걸그룹
입력 : 2014-06-20 08:43:28 수정 : 2014-06-20 08:47:39
◇새 앨범을 발표한 AOA. 멤버 개개인의 개성을 살린 유니폼이 눈길을 끈다. (사진=FNC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걸그룹 AOA가 새 노래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19일 발매된 앨범 ‘단발머리’는 데뷔 3년차를 맞은 AOA의 첫 번째 미니앨범인데요.
 
새 앨범 발매와 함께 AOA는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타이틀곡 ‘단발머리’의 무대를 처음 공개했습니다. 많은 남성팬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AOA는 상큼한 무대를 꾸몄습니다. 특히 멤버들의 의상이 화제가 됐는데요. 7명의 멤버들이 스튜어디스, 치어리더, 경찰 등 다양한 직업군의 각기 다른 유니폼을 입고 무대에 올라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포털사이트나 인터넷 게시판 등을 살펴보면 AOA의 멤버들의 의상과 외모가 노래에 비해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듯도 합니다. 예쁜 외모에 대한 관심이 노래에 대한 관심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AOA에겐 잘된 일일 수도 있겠고, 음악보다는 외모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은 것을 걸그룹의 숙명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치어리더로 변신한 멤버 설현. (사진=FNC엔터테인먼트)
 
그런데 말입니다. AOA는 좀 특별한 구석이 있는 걸그룹입니다. 예쁜 외모가 전부는 아닌 그룹이란 점에서 그렇습니다.
 
AOA는 ‘출신 성분’부터가 좀 독특합니다. 같은 소속사의 선배 그룹으로는 씨엔블루와 FT아일랜드가 있습니다. 두 팀 모두 국내를 대표하는 아이돌 밴드들인데요. 아이돌 음악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댄스나 힙합 등의 장르를 주로 하는 소속사가 아닌, 밴드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소속사에서 내놓은 걸그룹이 바로 AOA입니다.
 
AOA는 두 개의 유닛 그룹으로 나눠집니다. 지민, 초아, 민아, 유나, 유경으로 이뤄진 AOA블랙과 혜정, 설현, 찬미로 구성된 AOA화이트죠. 그리고 이중 유경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의 멤버들이 현재 활동 중인 AOA입니다.
 
 
‘모야’라는 노래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AOA의 밴드 유닛인 AOA블랙의 노래인데요.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기타, 건반, 드럼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합니다. 물론 밴드 음악을 한다는 것이 '실력파 가수'의 필요충분조건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멤버 개개인이 악기를 연주할 줄 알고, 무대에서 라이브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고 볼 수 있겠죠. 밴드 연주도 가능하고, 댄스 퍼포먼스도 가능한 걸그룹. AOA 외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단발머리’는 사실 AOA의 히트곡인 ‘짧은 치마’ 만큼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 느낌을 주진 않습니다. AOA는 올해초 발표한 ‘짧은 치마’를 통해 섹시한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었는데요.
 
그런데 ‘단발머리’를 상업적으로 얼마나 매력적인 음악이냐는 측면에서만 봐선 안 될 것 같습니다. 노래를 가만히 들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는데요. 이 노래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댄스 장르의 아이돌 음악과 조금은 다른 면이 있습니다. '단발머리'는 다른 걸그룹들이 흔히 부르는 댄스 음악에 비해 밴드 음악의 성격이 강합니다. 이 노래엔 목소리를 왜곡하는 전자음이나 끝없이 반복되는 후크도 없습니다. 대신 세련된 느낌의 브라스와 기타 사운드가 곡을 이끌어갑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AOA의 차별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겉보기엔 다른 걸그룹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AOA는 밴드 기반의 음악을 합니다. 그리고 그 음악을 통해 경쟁력 있는 보컬 실력을 보여줍니다. 한 가지 욕심을 낸다면 멤버들의 자작곡도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AOA는 이번 앨범을 통해 히트 작곡가인 용감한 형제와 호흡을 맞췄는데요. 용감한 형제는 1번 트랙에 실린 인트로곡 'Fantasy'를 제외한 나머지 4곡의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습니다. 용감한 형제는 ‘짧은 치마’를 통해 AOA와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췄었는데요.
 
AOA 측은 이번 앨범을 발표하기 전 앨범의 타이틀인 ‘단발머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었죠. "여성들이 단발 변신으로 기분 전환을 시도하듯 무대 위에서도 반전 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멤버들이 각양 각색의 모습으로 변신한 것도 보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이미지를 대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단발머리’란 곡은 AOA 스스로의 의미 있는 변신을 보여주는 곡인 것 같습니다. 높은 인기를 얻었던 ‘짧은 치마’를 통해 보여줬던 섹시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AOA만의 음악적 색깔을 한층 살려냈습니다.
 
◇AOA가 신곡 '단발머리'로 인기몰이에 나섰다. (사진=FNC엔터테인먼트)
 
3번 트랙에 실린 ‘Joa YO!’는 미디엄 템포의 곡인데요. 여름을 맞아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탁 트인 푸른 바다로 떠나자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 중 AOA의 상큼 발랄한 매력을 가장 잘 살린 노래입니다. 특히 노래의 즐거운 분위기를 한층 돋워주는 AOA 멤버들의 내레이션이 인상적이네요.
 
4번 트랙엔 슬픈 감성이 담긴 노래 ‘내 반쪽’이 실렸습니다. “나에게서 가져간 내 반 쪽
행복하니 넌.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놔. 너 땜에 깨져버린 내 반 쪽 어떡할래. 붙이려 애를 써도 흉터만 남아“와 같은 가사의 노래입니다. 노래 전체적으로 그루브한 느낌을풍기는데요. 리듬을 적절히 타면서 목소리에 감정을 실어내는 AOA 멤버들의 보컬 실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번 트랙의 ‘말이 안 통해’는 파워풀하면서도 펑키한 느낌의 곡입니다. 이번 수록곡 중 밴드 음악의 느낌이 가장 잘 살아있는 곡인 것 같네요. 지금과 같은 댄스 퍼포먼스도 물론 좋지만, AOA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를 하면서 공연을 선보이는 모습도 조만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이름도 모를 걸그룹들이 참 많습니다. 그 중에서 대중들의 눈에 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AOA는 ‘짧은 치마’의 히트를 통해 팀의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멤버들은 각종 드라마 출연을 통해 개별 활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제 또 한번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인데요. 다른 걸그룹과는 다른 자신만의 무언가를 갖고 있는 그룹이란 점에서 AOA의 꾸준한 성장을 기대해볼 만합니다.
 
< AOA 미니 1집 '단발머리'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데뷔 3년차 걸그룹의 심상치 않은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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