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 전망' 이병기 후보자 청문회 예상 외 순항
정치자금 불법전달에 대해서 "평생 속죄"
'차떼기 연루'·'북풍 연루' 의혹에 대해선 강력 부인
野 의원들도 정책 질의..박지원 "이런 우호적 청문회 처음"
입력 : 2014-07-07 18:06:00 수정 : 2014-07-07 18:16:58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가 7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인제 의원(당시 자유민주연합 부총재)에게 정치자금 불법전달 한 것에 대해선 거듭 사과했다.
 
반면, '차떼기 연루'·'97년 북풍 공작' 의혹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후보자의 이런 대응에 야당 의원들도 '정치적 중립'을 주문하는 등 공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자는 오전 청문회 개시 직후 인사말에서부터 2002년 정치자금 불법 전달 사건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그는 "가슴 깊이 후회하고 있으며, 잘못된 것을 잘 알기에 국민들께 항상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산다"고 했다. 이어 "지난날의 허물을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여야 의원들의 거듭된 지적에도 "평생 속죄하는 심정으로 살아왔다"며 "두번 다시는 제 머리 속에서 정치관여, 정치개입에 대해선 잊고 살겠다"고 말하며, 의원들 앞에서 바짝 엎드린 자세를 보였다. 그러면서 "정치자금 불법 전달 문제는 백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이 의원 측에 자신이 정치자금을 전달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제가 이 의원과 고교 동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캠프 차원에서 충청권 공략을 위해 이 의원을 영입하려는 시도 와중에 정치자금을 전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가 당시 민주당을 탈당한 후 자유민주연합 부총재로 있던 상황도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가 7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News1
 
이 후보자는 그러나 당시 대선자금을 불법으로 모았던 이른바 '차떼기' 연루 의혹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말이 안된다"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차떼기나 밭떼기는 차를 갖고 가서 직접 모금하고 분배하는 것에 관여했으면 인정할텐데 저는 당에서 준 돈을 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차떼기에 연루됐던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전부 감옥에 갔지만 본인은 사법처리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97년 북풍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관련 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조목조목 열거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이 사건과 제가 관련이 없기 때문에 당시 검찰이 샅샅이 뒤졌지만 (문제가 없었다)"며 "당시 (관련자였던) 상사와 밑에 있던 직원 6~7명이 구속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이 같은 입장 피력 후, 여당 의원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들도 정책 질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당 의원들은 효율적인 정보 수집 활동을 위해서 휴대폰 감청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이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이 후보자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그동안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을 거치며 여러 가지 누적돼 온 적폐 때문에 그것이 안 돼 왔다"고 답했다.
 
그는 "일신 변모해 앞으로 정치에 전혀 개입하지 않을 각오를 갖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국회의 신뢰를 얻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 의지를 여러 차례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희상 의원의 "정권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 중 국가의 이익 편에 설 것으로 확신해도 되나"는 질문에, 그는 "확신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적인 것에 관여한 적 없고, 또 그렇게 믿고 싶다"며 "제 자신도 약속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진 의원은 국정원과 국방부의 댓글 부대 운용에 대한 의견을 요구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댓글 부대는 있어선 안 된다"며 "사이버 심리전을 할 때는 국익이나 국가안보와 관련된 분야에서 해야 한다. 막연히 정치적 분야에서 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대선 개입, 대화록 유출, 간첩조작에 대해 취임 후 사과할 의사가 있느냐"는 박지원 의원의 질문에 대해 "조사결과 국정원이 책임 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 저도 연속해서 책임져야 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야당 의원들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 북방정책과 6·29 선언에 이 후보자가 관여했던 점을 거론하며 유연한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후보자는 '5·24 조치' 해제와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의에 "북한이 호응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노력할 것이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박지원 의원은 공세적이지 않은 청문회 분위기와 관련해 "이렇게 우호적으로 청문회 하는 건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전 청문회에선 국정원 직원들의 청문회 촬영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하며 청문회가 30여 분간 정회되기도 했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취재 명찰을 패용하고 야당 의원들의 질의자료를 촬영하다 적발된 국정원 직원 때문에 정회, 많은 취재진이 국정원 직원을 취재하고 있다.ⓒNews1
 
사실 확인 결과, 국정원은 국회 사무처에 취재 요청을 해, 일시 취재증을 발급 받아 4명의 취재인력(영상 2명, 사진 2명)을 이날 청문회장에 배치했다. 이는 그동안 관례에 따른 것이지만, 정보위 의원들에게는 통보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 사무처'가 언론이 아닌 국정원에 '일시 취재증'을 발급한 것을 문제 삼으며, 국정원 직원들의 퇴장토록 조치했다. 아울러 국정원 직원들이 촬영한 영상에 대한 확인을 요구했다. 국회 정보위 입법심의관과 여야 추천 인사들이 확인한 결과 영상에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여야는 전문가를 통한 추가적인 확인 작업을 거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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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광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