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노조 파업 찬반투표 종료..노사 다시 교섭장으로
입력 : 2014-10-22 15:42:13 수정 : 2014-10-22 15:42:13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20년 만의 파업을 앞두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사가 갈등 해결 국면에 들어섰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오는 24일부터 그동안 중단했던 임단협 교섭을 재개한다.
 
2분기 1조원이 넘는 최악의 실적 부진에, 임원진을 대상으로 한 고강도의 인적쇄신, 조직개편, 여기에다 경영진의 호소까지 더해지면서 노조도 기존 강경 기조만을 이어가기에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0일 중앙쟁의대책위 회의를 열고, 22일 오후 5시를 기해 파업 찬반투표의 무기한 연장 방침을 철회키로 했다. 지난달 23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지 한 달만이다. 앞서 노조는 사측이 조합원들의 투표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투표 기간을 무기한 연장한 바 있다.
 
노사 양측은 지난 5월 상견례 이후 40차례가 넘는 임단협 교섭에서 단 1건의 조항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요구에 사측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신경전만 더해졌다. 
 
그러면서 노사 관계는 20년 만의 파업이 가시화되는 등 최악으로 치달았다. 양측의 긴장을 누그러뜨린 것은 사측의 고강도 인적쇄신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2일 전 임원 사직서 제출이라는 고강도 개혁작업에 착수한 이후, 13일 사장단 및 본부장 인사에 이어 16일 조선 3사의 임원 31%를 감축하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임원인사가 있었던 16일 김환구 신임 안전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 및 노사협력실 임원들은 노조를 찾아 사측의 잘못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임과 동시에 어려움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고, 이는 노조의  강경함을 누그러뜨리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노조는 20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결과보고를 통해 "신임 본부장과의 만남에서 사측이 노조의 자율성을 방해한 부분에 대해 사과했고, 공문을 통해서도 재발방지 의지를 표명했다"면서 "한 달 만에 교섭을 다시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조는 지난 21일부터 현장교섭위원을 상근시키고 있으며, 교섭위원 수련회를 통해 오는 24일로 예정된 제41차 임단협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2일 오후에 발표될 찬반투표 개표 결과에 상관없이 노사 교섭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표 결과 과반 이상의 찬성표가 나올 경우 파업을 진행할 수는 있지만 모처럼 찾아온 해빙 무드를 굳이 헤쳐가면서 파업을 강행할 이유는 없다는 분석이다.
 
노조 내부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파업 강행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온건 성향의 현장조직으로 알려진 노동자민주혁신투쟁위원회(이하 노민투)는 최근 유인물을 통해 “지난 1일 열린 집회에서 정병모 노조위원장은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이 절반을 넘어 총회가 성사됐다’고 선언했다”며 “하지만 노조는 개표하지 않고 사측과의 교섭도 중단한 채 회사가 방해해서 투표를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10월 중순까지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는 점은 노조가 교섭에서 요구안을 쟁취하거나, 투표 결과를 개표해서 파업할 자신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5일에 열린 6차 쟁의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현 집행부 소속 간부와 노민투 소속 간부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일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내부갈등은 현 집행부가 파업 찬반투표의 무기한 연장 방침을 철회하는 데 직간접 원인이 됐다는 게 복수의 관계자들 전언이다.
 
아울러 권오갑 신임 사장이 출퇴근 시간 회사 정문에 나와 직원들과 직접 악수하고 인사하며 소통하려고 노력한 점도 조합원들의 마음을 바꾸는 데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2분기에 1조1037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되고 올 3분기 누적 수주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19% 감소하는 등 경영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어 파업 강행 시 노조 안팎에서 쏟아질 비난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어닝 쇼크에 이어 수주 급감으로 1년 전에 비해 주가가 절반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10월21일 종가 기준 27만4500원이었던 현대중공업 주가는 22일 10만4000원으로까지 추락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노조가 일단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면서 파업카드를 사측을 압박하는 용도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 상황을 감안할 때 장기간 파업은 현실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협상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양측이 조금씩 물러난다면 원만한 타결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가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 개표는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시작해 오후 9시경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신임 사장이 울산 본사 해양사업부 출입문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파업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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