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FRB "자산매입 규모 유지..경제침체 완화"
"기존 1조7500억달러 채권 매입안 유지"
"인플레 위협은 당분간 없을 것"
금리 현수준 동결
대차대조표 구성 및 규모, 조정 가능성 시사
입력 : 2009-06-25 10:51:38 수정 : 2009-06-25 11:51:38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6월 FOMC 정례회의에서 국채와 모기지증권의 매입규모를 기존 1조7500억달러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경제 위축 속도가 둔화되고 있고 인플레이션 위협이 "당분간 누그러진 상태에 머물 것"으로 예견했다.

 

24일(현지시간)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고 FOMC는 성명서에서 "상당 규모의 자산 방출은 비용 압력을 꺾을 것으로 보이며,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누그러진 상태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FRB는 연방 기준금리는 현행 0~0.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리는 "상당 기간 동안" "예외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경제가 얼마나 빨리 50년래 가장 깊은 침체상태에서 벗어나 회복될 수 있을지를 주시하고 있다. 이날 정부 발표에 따르면 실업률은 계속해서 늘고 있는 반면 5월 내구재 주문은 예상밖으로 상승했다. FRB는 또한 '장부상 1조달러를 늘리는 것이 채권 수익률을 더 높이고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시장의 우려를 가라앉히기 원하고 있다.

 

와코비아의 상임 이코노미스트이자 전 의회 이코노미스트였던 존 실비아는 "FRB가 곧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명확히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FRB는 향후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선택 여지을 남겨두길 원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현 단계에 머물자는 게 FRB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성명서에서 FRB는 "경기 수축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며 "금융시장의 조건들은 일반적으로 볼 때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차대조표상의 구성 및 규모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신용과 유동성 프로그램을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의견의 부재

 

FRB의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지난 3월 FOMC 회의 때 결론 났던 FRB의 3000억달러 국채 매입 계획은 이번 성명서에 따르면 9월 중순까지 마무리된다. 또한 FRB는 1조4500억달러의 모기지 채권을 올해 안에 매입한다는 방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현재의 속도로 볼 때, FRB는 8월 말까지 300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FRB의 장부상 자산은 지난해 1조1700억달러 늘어난 2조700억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는 은행과 기업어음 발행업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소비자와 기업체들에 신용 공여를 유지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채권을 구매한 데 따른 것이다.

 

카네기 멜론 테퍼 스쿨의 이코노미스트이자 리치몬드 연준의 전 상임 고문이었던 마빈 굿프렌드는 "매우 어려운 시기"라고 언급했다. "FRB는 인플레 위험을 낮게 유지하는 데 목표를 두지 않았던 만큼 현재 인플레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경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에 아마도 유동성을 더 필요로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채 수익률

 

국채 가격은 4일만에 첫 하락세를 보였다.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6bp 올라 이날 오후 5시경(현지시간) 3.69%를 기록했다.

 

중앙은행장들이 경제 회복 기대를 반영하는 한 국채 수익률 증가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이보다 더한 증가세는 위험을 고조시킬 수 있다.

 

이날 S&P500지수는 FRB의 성명서 발표 후 상승폭이 줄었고 다우지수는 하락세로 마무리됐다.

 

국채 수익률과 연동해 움직이는 모기지 금리는 주택시장 반등을 지연시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의 평균치는 이달 초 5.59%까지 증가한 바 있다. 프레디맥, 맥린 등에 따르면 이는 11월 이래 최고치 기록이다. 지난 6월 18일로 끝난 주에는 5.38%까지 미끄러지긴 했지만 말이다.

 

◇'너무 낮다'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부사장 리차드 슈클랑어는 "되돌아보면 우리는 그린스펀이 이끄는 FRB가 연방 기준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너무 낮게 유지해왔던 2003년과 2004년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2006년 2월에 그린스펀 전 FRB 의장으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았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3일 의회 증언에서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이 재정 지출로 사용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관련, "FRB가 미국의 재정적자를 찍어내진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근원 물가가 상승했지만 지난 4월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은 수그러 들었다.

 

개인 소비지출 가격 지수는 지난해 4월 이래 1년동안 0.4% 상승했다. 유가는 지난해 4월에 배럴당 112달러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같은 달엔 배럴당 50달러 가량에 머물렀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는 지난해 4월 이래 1년 동안 1.9% 상승했다.

 

FOMC의 도전

 

지난 10일 리치몬드 연준의 제프리 래커는 "FOMC의 도전은 장부상 자산이 하락할 것이란 점과, 회복이 충분히 일어난 다음 바로 인플레를 방지하기 위한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 전망 또한 증가해왔다. 10년만기 국채 수익률과 10년 만기 물가연동채(TIPS)의 수익률 차이는 지난달 초 1.41% 기록에서 전날에는 1.84%까지 오른 바 있다. 이는 채권 시장에서 향후 10년간 미국의 물가가 1.84%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FRB의 관료들은 이번 FOMC 회의에서 성장률과 실업률,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수정했다. 새 전망치는 다음 달 공개될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내년 미 경제가 1.9% 성장하고 인플레이션은 1.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업률의 경우 지난 5월 9.4%라는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서 내년에는 9.7%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견됐다.

 

◇부의 축소

 

 실업과 기록적인 자산 가치 하락은 소비자들의 지출이 1분기의 상승세를 유지하기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와 딜라드, 그리고 고가 브랜드 체인인 삭스 등은 지난 4일에 5월 판매가 예상보다 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주 페덱스는 순익이 애널리스트 전망치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미츠비시 UFJ의 상임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토퍼 럽키는 "느린 경제 회복도 어쨌든 회복"이라며 "FRB가 조만간 긴급대책으로 내놓은 금리 인하를 철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가 낮은 상태로 유지되는 한 FRB의 선언은 경제 전망에 따른 가정에 머무를 것이며, 이러한 종류의 그린슈트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채권 시장에서 빠져나오게 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머니마켓 선물 시장의 수축은 트레이더들이 2010년 초 연방 기준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을 한달 전보다는 높게 보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다만 여전히 현 데이터는 경제가 빠르게 침체로부터 회복되거나 소비자 물가가 가속화될 것을 시사하고 있지는 않다.

 

◇소비심리 위축

 

산업설비 가동률은 5월에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3월과 4월 모두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 닷 컴의 상임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시장은 때때로 스스로 앞서 가는 데 이번이 그런 경우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실업률이 계속 증가하고 경제 전 분야에 걸친 생산력이 과잉상태에 머무는 한 핵심 물가 상승세가 완화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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