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망국의 원흉, 현대판 외척과 환관
입력 : 2024-09-20 06:00:00 수정 : 2024-09-20 06:00:00
추석 연휴를 전후하여 뉴스토마토의 김건희 여사의 총선 개입 보도는 충격적이다. 기사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배경으로 국민의힘 선거 후보 공천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명태균 씨다. 그는 국민의힘이 어떤 지역에 누구를 공천하거나 컷오프시킨다는 사실을 당 공천위원회의 공식 발표 이전에 항상 미리 알고 있다. 그의 정보력과 설계 능력은 소위 윤핵관으로 불리는 인사들을 능가한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대통령과 여사의 비선 라인을 통한 정치개입이라는 초특급 태풍이다. 명 씨를 통한 김건희 여사의 총선 개입을 의심케 하는 통화 녹음까지 공개된 이상 아무 일도 없던 것으로 넘어가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차대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앞으로의 대응을 충분히 예상한다. 지난 7월에 공개된 주가 조작범인 블랙펄인베스트 이종호 씨의 녹음 파일을 둘러싼 논란의 판박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검찰과 경찰, 국방부 인사에 개입하고 또 다른 주가 조작범과 경제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이종호 씨는 존재 자체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위협이었다. 그럼에도 김 여사나 대통령실은 이종호 씨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윤핵관인 윤상현, 권성동 의원은 아예 대놓고 삼부토건과 이 씨를 옹호하며 녹음 파일을 제보한 김규현 변호사와 민주당을 음모론자로 몰아갔다. 급기야 이 씨와 그 옹호 세력은 아예 국민의힘에서 기자회견까지 했다. 국민의힘의 윤핵관들이 아예 이종호 씨 변호인을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이번에는 다를까? 추석 연휴 직전에 명태균 씨를 통한 여사의 총선 개입 보도가 나왔음에도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다. 명 씨가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를 배경으로 국민의힘의 공적인 공천 절차를 농락했다면 당연히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밝히고 명 씨에게 책임을 물어야 국민의힘이 떳떳해진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고, 그 반대로 명 씨를 비호하거나 묵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히려 국민의힘 윤핵관들은 보도에 대해 또 다른 음모론을 제기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며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게 했다고 떠벌리는 역술인 천공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응징하거나 비판한 적이 없다. 간신 집단이 아니고서야 정권과 대통령 부부를 파멸로 몰아갈지도 모르는 위험을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여당이라면 그 정체가 아리송하다.
 
역술인, 주가 조작범, 정치 브로커와 이에 협력하는 윤핵관이 여당의 공적 시스템을 압도하는 가운데 이를 시정하고 바로 잡으려는 인사를 여당 내에서 찾아보기란 어렵다. 제갈량이 <출사표>에서 한나라의 후회스러운 과거를 회상하면서 “선제(유비)께서는 환제(桓帝)와 영제(靈帝) 시대를 탄식하고 가슴 아파하지 않으신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를 기울게 한 간신의 시대를 한탄하는 대목이다. 이 시절 중국은 큰 간신 밑에 작은 간신이 득실거리고 외척과 환관이 권력 다툼을 했다. 양기(梁冀), 동탁(董卓)과 같은 외척과 무간(武幹)에 공적 시스템이 무너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출사의 결의다. 김 여사의 친족과 주변 인물들은 사실상 현대판 외척이다. 정권에 올바름을 제시하지 않는 윤핵관들은 역시 현대판 환관이라 불릴 만큼 치욕스러운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지금 여당에 이와 같은 쇄신 운동이 일어나지 않은 채 이번에도 권력 주변을 청소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게 되면 다시는 윤석열 정부에게 희망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 점이 한동훈 대표에게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깨닫게 해 줄 터이지만 과연 그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간이 많지 않음을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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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