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내집 마련 종자돈? 이자부담만 늘리는 '파리지옥'
소득보다 높은 전세 상승률…주거비 지출 갈수록 최악
입력 : 2015-10-12 15:49:28 수정 : 2015-10-12 15:49:28
전세입자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거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자돈으로 여겨지던 전세계약금은 빚을 얻어 집을 샀을 때 지불하는 담보대출 이자와 별반 다른 것이 없을 정도로 그 부담이 커지고 있다.
 
2년전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신도시에서 1억원에 점포겸용주택 45㎡ 전세를 얻었던 김 모씨(36세·남)는 최근 이보다 3000만원 오른 1억5000만원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외벌이로 아이를 키우며 2년 동안 1000만원밖에 안되는 저축액으로 오른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어 최근 2~3개월 동안 주변 전셋집을 알아봤지만 비슷한 금액으로 구할 수 있는 전셋집을 찾지 못해 추가 대출을 통해 재계약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계약을 진행했다.
 
그동안 월 30만원 정도였던 김 씨의 전세 이자 대출은 이보다 8만원 정도 늘었다. 반면, 월 80만원 수준이었던 저축액은 70만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김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 뿐만 아니라 주변 전셋값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올라 비슷한 금액으로 전셋집 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사비용이라도 줄이기 위해 3000만원을 올려주고 재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집을 사기 위한 종자돈으로 생각했던 전셋자금이 지금 당장 이자 감당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부담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소득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전셋값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전세입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현미(새정치)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자금대출은 7조20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5.4% 급증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 10.2%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전세자금 대출 총액의 경우 지난 2009년 10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35조5000억원으로 6년 새 3배 가량 늘었다.
 
이같은 전세자금 대출 규모 증가는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지만 소득이 이를 뒷받침 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 집계 결과 올해 2분기 기준 전셋값 상승률은 통상 전세 재계약 시점인 2년 전과 비교해 10.9% 증가했다. 반면, 통계청이 조사한 올해 2분기 전체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27만원으로 2년전 404만원과 비교해 5.7% 오르는데 그쳤다.
 
특히, 주거 비용 부담이 소득 상승률을 상회하는 등 주거비로 인한 가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가계지출 가운데 주거·수도·광열 부분 소비는 2년 전 26만원에서 올해 2분기 기준 27만8000원으로 소득보다 0.9%포인트 높은 6.6%나 상승했다.
 
김성용 CR피플앤시티 대표는 "서울에서도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단지가 속출할 정도로 전셋값이 집값의 턱밑까지 오르면서 세입자들의 전세대출 이자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전세자금이 내 집 마련을 위한 토대였지만 전셋값 상승률이 소득 증가 수준을 크게 웃돌면서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이 갈수록 늘면서 그에 따른 가계 부담은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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