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사태 점입가경…형 전면 공세에 동생 반격 전략은?
'성년후견제'지금은 계륵…나중엔 판 흔들수도
입력 : 2015-10-19 06:00:00 수정 : 2015-10-19 06:00:00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등기이사직에서 형 신동주(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에 의해 해임되고,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까지 내주게 되면서 신 회장측도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한수가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신 회장 앞에 놓인 카드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두 아들'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쥔 롯데홀딩스 임직원(총 33.8%)들이 종전 입장을 유지할 것인지가 가장 큰 변수다. 
 
그러나 이마저도 롯데그룹의 총수(동일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 총괄회장의 표면적 의중과 달라 확신할 수 없다. 신 회장이 엄연히 '현 회장'이기는 하지만 지난 14일 광윤사 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이 과시한 그룹 내 파워가 임직원들에 미칠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신 회장이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말 한 것으로 인해 신 회장에 대해 일본 여론이 나빠진 점도 부정적 예측을 더한다. 롯데홀딩스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임직원은 직원지주회 등 대다수가 일본인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민법상 성년후견인제도가 묘수로 검토될 수 있다. 신 총괄회장이 법률행위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법원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확인해 신 전 부회장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다.
 
성년후견인제도는 2013년 7월 과거 '금치산·한정치산제도'를 피후견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쪽으로 대폭 보완·개선해 만든 제도다. '성년'의 고령, 장애 등으로 미약해진 법적 의사 결정을 후견인이 대리한다.
 
법원은 성년후견 신청이 들어오면 ▲본인 의사확인 및 진술청취 ▲청구인 및 관계인 의견제시 ▲정신감정 등 절차 등을 거쳐 후견인을 정한다. 물론 피후견 당사자의 복리가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그간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돼 왔다. 이는 지난 16일 신 총괄회장이 인터뷰 도중 취재진의 질문을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 등이 공개되면서 설득력을 더 갖는 모습이다.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을 신청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많다. 일단 신 회장은 '4촌 이내의 친족'으로 청구자격이 있다.
 
민법 937조상 '피후견인을 상대로 소송을 했거나 하고 있는 자'는 후견인 결격사유에 포함되지만 지금의 소송들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먼저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채권자 자격으로 낸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에서 채무 당사자는 롯데쇼핑(대표이사 이원준)이다. 호텔롯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는 신 회장이 피고로 올라와 있지만, 이 소송에 당사자에는 신 총괄회장이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나 신 회장은 성년후견 청구를 아직 하지 않고 있다. 최근 "고령인 아버지를 앞세워 일을 꾸미지 말라"며 형 신 전 부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가운데 그 배경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신 총괄회장이 소문과 달리 건재한 상태일 수 있다는 점이다. 성년후견을 청구하면 피후견인은 법원이 지정한 병원에서 정신감정 등을 받아야 하는데, 신 총괄회장이 건재하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신 회장이 오히려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더 직접적인 배경은 법적으로 실익이 없다는 분석이다. 성년후견인 제도는 후견이 필요한 당사자의 개인 재산관리나 신변관리로 제한된다.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신 총괄회장 개인 주식이나 재산관리로 한정된다. 그동안 신 총괄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 사실상 대표로 있었지 각 회사의 대표는 현재 따로 있다. 신 총괄회장의 주식만으로는 경영지배권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성년후견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자신이나 자신의 측근이 후견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도 이유다. 법원은 이런 경우 어느 쪽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는 중립적인 사람을 지정하기 때문이다.
 
여론상 문제도 있다. 성년후견인 지정이 해당자의 부족한 의사능력을 전제하는 것이어서 아직 후견인제도에 대해 인식이 좋지 않은 만큼 신 회장이 이를 청구한다면, 비난 여론이 쏟아질 우려가 높다.
 
익명을 요청한 한 가사 전문 변호사는 "그간 접촉이 많지 않았던 만큼 신 총괄회장의 상태에 대해 신 회장이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신격호 총괄회장이 실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더라도, 신 회장이 성년후견을 청구하는 것과는 별개"라면서 "패륜 등 쏟아질 비난 여론을 의식한 탓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은 신 전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도 성년후견 신청권이 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이 성년후견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상황이 지금보다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 법적 실익이나 측근의 후견인 지정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역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결국 성년후견인제도는 신 회장이나 신 전 부회장에게 모두 묘수이기는 하지만 계륵인 셈이다.
 
다만, 법정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성견후견인 청구가 여러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있다.
 
성년후견제에 정통한 복수의 가사 전문 변호사들은 "팽팽한 대치가 계속될 경우 누가 먼저 어떤식으로 신청을 하느냐에 따라 판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 직접 관리를 시도한 지난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에서 신 총괄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신선호 산사스 회장, 오른쪽 두 번째는 SDJ코퍼레이션 민유성 고문.사진/뉴스1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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