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거부권…셀프 면죄부에 민심 '임계점'
윤, 취임 후 24번째 거부권 수순…입법권 무력화
입력 : 2024-09-30 17:40:21 수정 : 2024-09-30 17:40:21
[뉴스토마토 김진양·유지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또 한 번 거부권(재의요구권)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취임 2년5개월여만에 24번이나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을 외면하게 되는데요. 특히 이번에는 거부권 사용 대상에 윤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법안이 포함돼 있어 '가족 방탄'이란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정부, 재의요구안 의결…윤 대통령 '재가' 수순
 
정부는 30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김건희 여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이용활성화법) 등 3건의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상정해 통과시켰습니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거대 야당의 입법 강행이 멈추지 않고 있다"며 "초유의 입법권력 남용이 계속되며 정치는 실종되고 삼권분립의 헌정 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재의요구권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위헌적 법률, 집행할 수 없는 법률, 국익에 반하는 법률, 정부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공세를 내용으로 하는 법률 등에 대해서는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헌법상 대통령의 의무"라며 거부권 사용의 정당성을 부여했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르면 이날 중으로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것이란 관측과는 달리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무회의 의결 당일 즉각 수용을 해왔던 기존의 태도와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인데요.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셀프 면죄부'라는 비판과 함께 국민 여론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으로 보입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된 해당 법안들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10월 4일까지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김건희 여사 특검법·순직해병특검법·지역사랑상품권법 거부권 규탄 야5당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벌써 24번째…역대 대통령 거부권보다 많아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취임 이후 총 24건의 법안을 국회로 되돌려보낸 것으로 집계됩니다. 이는 이승만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박정희 5건·노태우 7건·노무현 6건·이명박 1건·박근혜 2건)의 거부권 사용 횟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은 수치인데요. 
 
지난해 7월 채모 해병이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사건과 관련한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내용의 '채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를 포함해 총 3번이나 거부됐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법이 추가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과 김건희 특검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도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습니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불통 행보에 범야권은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 5당은 정부의 거부권 의결 직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입법권을 깡그리 무시하고 삼권 분립의 헌법정신을 짓밟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폭정을 국민의 이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이 김건희 왕국으로 전락했다는 탄식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범죄를 은폐하고 수사를 방해하는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 또 다시 특검을 거부한다면 기다리는 국민적 저항과 정권 몰락뿐이다"라고 특검 수용을 촉구했습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김건희 여사, 채해병에 대한 특검은 모두 대통령 본인 혹은 김 여사가 직접 연루된 의혹"이라며 "이런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대통령 본인과 심각한 이해충돌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헌법이 규정한 거부권의 내재적 한계를 명확히 일탈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민주당은 거부권이 행사되는 즉시 재표결에 나서겠다는 방침입니다. 윤 대통령이 오는 4일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휴일이라도 본회의를 열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선거법 공소시효가 10월10일까지여서 그 일정에 맞춰 적절하게 알아서 할 생각"이라며 "10월10일 전에는 특검법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확정지어줘야 한다"고 동조했습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의 재표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합니다. 현재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 의석수는 192석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8표의 이탈표가 발생한다면 가결될 수 있습니다. 
 
김진양·유지웅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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