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무속인 된다며 가족 떠난 아내 이혼 청구 받아줘야"
"혼인 파탄 적극 막지 않은 남편도 책임"
입력 : 2015-12-09 06:00:00 수정 : 2015-12-09 06:00:00
외국으로 이민 갔다가 무속인이 되겠다며 가족을 두고 국내에 들어와 11년간 별거한 아내의 이혼 청구를 대법원이 받아들였다. 혼인 파탄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남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아내 A씨(49)가 남편 B씨(51)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원고가 혼자서 가족들이 있는 과테말라를 떠나 한국으로 귀국한 뒤 혼자서 10년 이상 생활함으로써 피고와의 혼인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혼인생활 중 직면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은 피고에게도 혼인관계의 파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원고와 피고의 나이, 미성년 자녀가 없는 점, 혼인생활기간이 13년 정도인데 비해 별거기간이 약 11년에 이르는 점, 무속인의 삶을 살고 있는 원고가 평범한 가정생활로 복귀하기 어려운 점, 피고에게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여러 정황이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럼에도 원고의 잘못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났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은 이혼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와 B씨는 1990년 5월 결혼한 뒤 2남1녀를 두고 살다가 1998년 자녀들을 데리고 엘살바도르로 이민을 갔다가 2000년 초 과테말라로 이주했다. 이후 A씨는 2004년 1월 국내로 들어왔다가 신내림을 받은 뒤 무속인이 되겠다며 별거를 시작한 뒤 2012년 4월 B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그러나 혼인의 파탄 책임은 무속인이 된 뒤 장기간 동안 가족 곁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혼을 요구하는 A씨에게 있다며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 사진/뉴스토마토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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