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줄고 영업익은 껑충…'역성장' 고민하는 석화업계
입력 : 2016-01-27 17:36:33 수정 : 2016-01-27 20:08:31
[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저유가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매출이 줄고 영업이익은 늘어나는 기현상이 두드러졌다. 유가 급락에 따라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2014년과 비교하면 1년만에 상황이 역전됐다.
 
LG화학은 26일 지난해 경영실적을 발표하고 기초소재부문의 연간 매출이 14조6325억원으로 2014년(17조2645억원)보다 17%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다. 반면 영업이익은 1조6769억원을 기록, 1조1173억원이었던 2014년에 비해 50% 가량 늘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6.5%에서 11.5%로 뛰어올랐다.
 
이는 저유가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던 데다, 2014년에 비해 수급 상황이 크게 개선되면서 스프레드(마진)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LG화학만의 현상이 아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여천NCC·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은 2014년보다 21.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85.4% 급증했다.
 
특히 나프타분해설비(NCC)가 있는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률은 2014년 2.4%에서 2015년 3분기까지 14% 수준으로 올랐고, 대한유화도 같은 기간 3.4%에서 16%로 상승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저유가가 심화되며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됐다.
 
눈 앞의 성과는 크지만 석화업계는 여전히 고민이 깊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영업이익은 기초소재 일부 제품의 일시적인 스프레드 개선과 환율 상승 등 호의적 외부환경으로 인한 행운이 뒤따라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매출은 저성장과 저유가 영향으로 목표에 미달했음은 물론 수년간 역성장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현 상황은 급격하게 하락하는 유가에 비해 제품 가격이 덜 하락해서 이익의 폭이 커진 것이기 때문에, 유가도 오르고 제품가도 올라가는 '베스트'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외형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수익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또 테레프탈산(TPA) 등 중국시장에서 경쟁이 심한 제품의 경우 부진이 계속되는 고질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기초유분, 중간원료 수출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3대 유도품 중 합섬원료는 2010년 이후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도 "화학제품은 실생활의 거의 모든 제품에 들어가는 기초소재라 글로벌 경기가 호황일 때 가장 좋은데, 현재가 호황 사이클인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의견이 분분하다"며 "유가, 중국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프리미엄 제품 생산과 함께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리스크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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