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효성, 사상최대 실적에도…EPC 부실로 구조조정 논란
카타르·파키스탄·인도서 260억 손실…전력PU장 이어 EPC 총괄임원까지 경질…4개팀 전원 창원공장행
입력 : 2016-02-19 09:00:00 수정 : 2016-02-19 09:36:40
효성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보란 듯이 불황을 이겨냈다. 주력인 섬유부문의 호조 속에, 부진했던 중공업부문이 환골탈태하면서 포트폴리오도 한층 안정화됐다. 그러나 해외 EPC 사업에서 수백억대 손실이 발생,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효성은 지난 3일 2015년도 경영실적 공시(잠정)를 통해 매출액 12조4585억원, 영업이익 950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효성은 "전년 대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58.3% 증대됐다"며 특히 "영업이익은 2013년(4859억원) 대비 2배 가까이(95.5%) 늘어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은 수익성의 바로미터다.
 
특히 중공업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중공업PG(Performance Group)는 지난해 매출액 2조4934억원, 영업이익 1522억원을 달성하며 그간의 부진을 말끔히 털어냈다. 전년 대비 매출은 6.1%, 영업이익은 무려 2827% 급증했다. 이에 대해 효성은 "선별적 수주와 환율 영향 등으로 수익이 개선됐고,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및 스태콤 등 신사업 확대 추진 등에 힘입었다"고 말했다.
 
부진도 있었다. 취재팀이 단독 입수한 효성 내부 문건(2015년 10월 중공업PG 전력PU 내 EPC 프로젝트팀 작성)에 따르면, 효성은 지난해 중동 등 해외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일괄수주 공사)에서만 최소 260억원 상당의 손실을 낼 것으로 판단했다.
 
문건에는 작성 당시인 지난해 10월까지 전력망 구축사업을 진행한 카타르, 파키스탄, 인도 등에서의 손실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효성은 국내와 중동, 동남아, 남미, 북아프리카 등에 걸쳐 21곳에서 EPC 사업을 수행 중이다. 중공업PG 매출에서 전력PU의 비중은 60~70% 수준이며, EPC 비중은 10% 정도다. 
 
◇효성중공업 전력PU 내 EPC 프로젝트팀에서 지난해 10월 작성한 해외 EPC 프로젝트 손실 자료. 효성은 카타르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에서 260억원의 순매출이익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문건을 보면, 프로젝트팀은 우선 카타르 전력망 구축사업(10단계)에서만 총 172억6000만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파키스탄과 인도 EPC 사업에서도 각각 46억원, 42억원의 손실이 전망됐다. 손실 원인은 물량산출 오류와 제조원가 차질, 설계 오류와 자재 누락, 원가절감 실패와 공기 연장, 인건비·경비 증가, 발주처 거절로 인한 업체 변경 등 국내 기업들이 해외 EPC 사업에서 겪는 전형적인 문제들이다. 저가 수주에 따른 원가 증가가 악재로 작용했다.
 
이렇게 따진 순매출이익 차질액은 260억6000만원으로, 카타르와 파키스탄, 인도 EPC 총 계약금액(3248억원)의 8%에 해당한다. 문건에 따르면, 이조차 각종 만회방안을 실행해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가정 아래 산출됐다. 만회방안이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계약금액이 2286억원인 카타르 Phase10의 경우, 47억원을 만회금액으로 기반영해 173억원의 손실이 126억원으로 축소됐다.
 
효성이 EPC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9년 무렵이다. 효성은 지금까지 EPC 공정 연장에 따른 손실과 누적 적자에 시름하고 있다. 중공업PG에서는 EPC 사업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8월 백흥건 전력PU장(부사장)을 갑작스레 중국 남통효성변압기유한공사 총경리로 보내더니, 올해 1월에는 백승권 EPC 총괄임원(상무)도 고문으로 발령, 보임해직시켰다.
 
여파는 직원들에게도 번졌다. 그룹 인사팀 주도 아래 일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저성과자 희망퇴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EPC 사업부문 직원은 250명 중 이미 40명 정도가 퇴사했으며 프로젝트팀, 엔지니어링팀, 해외EPC 견적팀, 해외EPC 관리팀 등 4개 조직 90여명은 올 1월부터 서울 본사에서 창원공장으로 이동 조치됐다.
 
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EPC 사업에서 손실이 난 것은 맞다"고 말했다. 또 "EPC 사업부문 전원이 창원공장으로 내려간 것도 사실이지만 제품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핵심 사업부를 창원에 집결,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며 "기업에서 경영상 이유로 상시적인 인력조정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적잔치 이면의 아픔도 있었던 셈이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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