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달영의 스포츠란)'이세돌:알파고' 불공정 논란, 승패 불복 아닌가
불공정 문제제기는 스포츠의 본질·가치관과는 거리가 멀어
입력 : 2016-03-14 18:31:17 수정 : 2016-03-14 18:31:24
'바둑'은 스포츠인가? 한때 바둑계와 스포츠계 일부에서 제기됐던 논란의 주제다. 사전적 의미로서 스포츠는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경기' 또는 '게임'으로서 스포츠의 정의는 조금 다르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승부를 다투는 신체적 활동에 기반한 경쟁'이라고 한다. 이러한 스포츠에 대한 일반적 정의에 비추어 볼 때 바둑은 신체적 활동이라기보다 '수'에 관한 지적능력의 경쟁이므로 스포츠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과 지적능력도 신체적 활동으로 볼 수 있고 바둑도 승부를 다투는 점에서 스포츠로 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맞섰던 것이다.
 
어쩌면 바둑은 저급한(?) 신체활동이 아닌 인간의 고매한 지적활동의 소산이라는 바둑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논쟁은 실익이 없다. 이미 바둑이 아시안게임이나 전국체전과 같은 스포츠종합대회의 한 종목으로 인정받고 대국이라는 경기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스포츠에서의 신체적 활동도 본능이라 할지라도 지적 판단에 의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현재 바둑계와 스포츠계에서 바둑이 스포츠라는 점에 저항(?)을 하지 않는 사실도 바둑의 스포츠 논란은 무의미함을 말해준다.
 
이세돌-알파고 3국. 사진/AP·뉴시스
 
규칙의 상대적 평등, 상대방 존중, 패배 승복…스포츠의 본질과 가치관
 
이와 같이 바둑도 경기나 게임으로서의 스포츠인 이상 경기인 대국을 바라보는 데에 있어서 스포츠의 본질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고 스포츠의 가치관을 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스포츠의 본질은 무엇인가? 스포츠가 '규칙(룰)', '경쟁자', '승부'의 요소를 갖고 있으므로 본질 내지 가치관도 이에 관한 것일 수밖에 없다. 바로 규칙에 있어서는 '상대적 평등', 경쟁자에 대한 '존중', 그리고 승부에 관하여는 '결과에 대한 겸허한 승복'이다. 이를 도외시한 주장 내지 관점은 스포츠의 본질 내지 가치관에 배치된다.
 
요즘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 간의 바둑 대국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가 핫 이슈이다. 1국부터 3국까지 연속 3번 이세돌 9단이 패배하자 인간들은 구글의 알파고 지적능력(?)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도 내보인다. 그 와중에 일부에선 이번 대국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을 한다. 다른 한쪽에선 불공정하다는 문제제기는 인간의 '정신승리법'에 지나지 않는 자위라고 한다. 위에서 본 스포츠의 본질과 가치관에 의하면 과연 이번 대국이 불공정한가?
 
불공정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워…경기결과에 승복하는 자세가 아쉬워
 
스포츠는 경쟁자 간의 능력 내지 기량의 차이를 전제로 하면서 경쟁자에게 동일한 규칙(룰)을 적용한다. 절대적 평등이 아닌 상대적 평등을 추구한다. 나이나 체급경기에 있어서 체중을 기준으로 경기 참가를 제한하거나 제약하지만 경쟁자 간의 능력의 차이를 고려하여 열등한 경쟁자에게 경기 조건을 더 낫게 하거나 규칙 적용에 있어서 특혜를 주지 않고 줄 수도 없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갖는 기보에 관한 정보 불균형을 이유로 이번 대국이 불공정하다는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보 불균형을 이유로 대국이 불공정하다면 이세돌 9단은 단수 아래와는 대국을 둬서는 안된다는 말과 같다. 이러한 정보 불균형을 이유로 이세돌 9단에게 제한시간을 달리 줘야한다는 주장도 경기조건은 경쟁자 모두에게 동일하여야 하는 스포츠의 본질에 어긋난다. 육상 100미터 경기에서 우사인 볼트와 경기하는 대한민국 선수에게 10미터 앞에서 출발하도록 할 수 없지 않은가.
 
일부에선 이번 대국이 1대1이 아닌 구조여서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엄청난 하드웨어 컴퓨터와 그것을 움직이는 정교한 소프트웨어를 조율한 집단적인 다수의 천재 프로그래머들과 이세돌 구단 개인의 경기다, 알파고는 인터넷에 연결돼 컴퓨터 자원을 무한정 사용하기에 사실상 무제한의 훈수꾼을 두고 바둑을 두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는 이세돌 9단의 상대방인 인공지능 컴퓨터프로그램 알파고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부족한 것이다. 알파고가 인터넷(클라우드 시스템) 연결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스스로 판단 하에 적절한 수를 찾는 것이라면 알파고 자체를 경쟁자로 봐야지 수 많은 컴퓨터 또는 알파고를 설계한 프로그래머들을 경쟁자로 볼 순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스포츠로 본다면 불공정한 조건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국이 열리기 이전부터 일부에선 불공정성을 얘기했다고 하지만 단정하기 어려운 불공정성을 내세워 인공지능 대 인간의 의미있는 대국을 폄하하는 것은 3연패한 경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인공지능으로부터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스포츠의 가치관에 어긋나는 인간의 '경기 결과에 대한 불복'이나 다름 없다. 툭하면 승패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는 우리의 잘못된 버릇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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