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달영의 스포츠란)스포츠에이전트, 열정만으로 안돼!
제도와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환경과 문화가 뒤받침돼야
입력 : 2016-03-19 06:00:00 수정 : 2016-03-21 10:31:03
과거에는 우리로선 생각도 못했던 스포츠종목의 두 번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스포츠선수의 에이전트로 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선수의 재능과 잠재적 스타성을 믿고 그 선수가 중학교 3학년인 때에 제가 먼저 찾아가 에이전트를 자청했었고 선수의 해외 훈련 등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후원기업을 찾았었습니다. 나름 선수의 스타가능성과 미디어 노출에 관한 데이터를 만들어 대기업 홍보부서 담당자뿐 아니라 회장님에게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후원을 요청하고 심지어는 직접 찾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비인기종목의 유망주 선수라 후원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 때 깨달은 점이 있었습니다. "세상 일이 열정만으로는 안 된다".
 
전부터 스포츠에 관심있는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직종 내지 직업의 하나로서 알려지기도 했지만 스포츠선수와 관련한 비즈니스의 규모도 커지면서 직업으로서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저에게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스포츠에이전트에 대해 자문을 구하려는 젊은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요즘 정부가 스포츠산업 진흥책의 일환으로 '스포츠에이전트' 제도 활성화를 목표로 그에 관한 시책을 마련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언론에 스포츠에이전트에 관한 기사나 보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포츠에이전트를 설명하는 기사도 있고, 해외의 유명 스포츠에이전트를 소개하는 기사도 있습니다. 스포츠에이전트의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는 기사도 보입니다.
 
MLB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스포츠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사진/뉴스1·로이터
 
스포츠에이전트로 성공하려면?…열정과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현실
 
그런데 저는 스포츠에이전트의 화려한 모습을 비춰주는 것도 좋지만 스포츠에이전트가 직업적으로, 산업적으로 제대로 발전하려면 스포츠에이전트와 관련한 제도적, 문화적 측면의 문제를 고민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과제를 아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선수에 관한 산업이 커진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제도적 문화적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스포츠에이전트 산업도 왜곡되고 불공정한 시장이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스포츠에이전트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스포츠에이전트가 열정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에이전트가 하나의 직업으로, 관련 시장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려면 우선 그를 뒷받침하는 법제도적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통일적 규정 하에 국내에서도 에이전트 제도(축구는 기존의 에이전트 제도를 폐지하고 지난 해 '중개인' 제도를 도입하였으나 본질은 같습니다)를 시행하고 있지만, 농구, 배구, 야구의 경우에는 외국인선수와 관련하여서는 외국인선수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국내선수와 관련하여서는 제도를 시행하지 않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국가법령으로 스포츠에이전트 제도의 근거를 둬 스포츠에이전트 제도의 활성화를 도모한다고 하더라도 국제 룰과의 충돌 및 프로스포츠의 자율성 문제로 인해 그 규율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미국도 연방법으로 스포츠에이전트에 관한 법을 마련하여 에이전트계약의 규제, 선수 측과 에이전트의 권리의무 관계 등을 규율하고 있지만 아마스포츠에 대해서 적용하고 있고 프로스포츠는 자율적으로 에이전트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그러한 것에 기인합니다. 유럽에서도 스포츠에이전트 자격의 부여 및 관리 등을 규율하는 국가법령을 마련한 국가가 헝가리, 포르투갈 등 몇 나라에 불과합니다. 에이전트 계약 체결에 있어서의 당사자의 계약철회권 인정여부, 에이전트 등록 및 관리의 주체, 에이전트 자격의 조건, 에이전트의 권리와 의무, 선수 측의 권리와 의무, 에이전트 계약의 파기시 책임 문제, 에이전트 수수료의 산정 및 규제 등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고민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습니다.
 
선수 측의 정당한 이유 없는 에이전트계약 일방 파기…고용관계가 아닌 파트너 관계가 돼야
 
우리의 스포츠에이전트를 둘러싼 불안정한 계약 구조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이른바 선수가 뜨고 나면 함께 했던 에이전트와 뭔가 개운치 않게 이별을 하게 되거나 선수의 친인척이 직접 에이전트를 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선수와 에이전트의 관계가 계약관계라는 점에서 선수는 자유의사로 기존 에이전트와 관계가 끝나면 다른 에이전트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선수의 친인척이 에이전트를 맡는 것을 마냥 나쁘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광고 계약을 하고 후원기업을 유치할 스타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인 국내 현실에서 에이전트에게 돌아갈 수수료가 아까워서 또는 내부자 거래의 필요성 때문에 스타선수가 정당한 이유 없이 에이전트계약을 파기하고 이로 인해 선수 측과 에이전트가 소송 분쟁을 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면 선수와 에이전트의 관계는 불안정해집니다. 선수의 친인척이 에이전트를 맡게 되는 경우가 계속된다면 선수를 두고 에이전트 간의 경쟁도 혼탁해질 수 있습니다. 선수에 대한 영향력이 있는 감독 등 지도자나 구단이 선수가 에이전트를 선임하는데 있어서 개입하거나 특정 에이전트 선임을 강요하는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구단과 선수 측이 에이전트를 바라보는 시선과 대하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에이전트 입장에선 ‘돈’ 되는 선수는 별로 없기 때문에 선수를 얻기 위한 경쟁은 치열합니다. 그러한 시장구조 때문에 '돈' 되는 선수 측은 '갑'이 될 수밖에 없고 에이전트는 '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파트너관계가 아닌 고용관계로 변질됩니다. 선수 측의 자질구레한 개인적 일을 에이전트가 하기도 합니다. 모든 에이전트의 경우는 아니지만 연봉체결에서의 수수료는 받지 않기로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기도 합니다. 에이전트가 선수 측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구단의 '오더'를 받거나 구단의 입장에서 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엔 에이전트가 구단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선진 외국의 유명 스포츠선수가 에이전트로 자신의 친인척을 두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과 에이전트 계약 관계가 나름 보장되는 것이 스포츠에이전트 산업을 발전시킨 이유의 하나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스포츠선수 비즈니스 시장의 규모가 미국 등 선진 외국에 비해 훨씬 적은 우리 시장에서 스포츠에이전트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에게 열정과 노력만을 요구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느 에이전트가 몇 년 전에 저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빨리 돈 벌어서 에이전트를 그만둬야겠다고 말입니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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