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모로우)재취업 뛰어드는 꽃중년, '나이'는 걸림돌 안돼
기업, 중장년 취업 만족도 높아…연봉·근무조건 등 유연한 사고 갖춰야
입력 : 2016-03-23 12:00:00 수정 : 2016-03-23 12:00:00
1997년 외환위기를 온몸으로 버텨낸 4050세대들이 제2의 도약을 꿈꾸며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이른바 '베이비부머'라 불리는 4050세대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대부분 재취업 문턱에서 포기하고 만다. 스스로 '나이'라는 벽에 가로 막혀 멈춰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는 더 이상 재취업의 방해물이 아니다. 중년층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그들을 원하는 곳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김영희 한국무역협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장은 "협회가 중견기업 CEO 115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장년 채용의 만족도가 52%로 높았으며 향후 채용할 계획 역시 32.4%로 높게 나타났다"며 "중견세대들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꼼꼼히 살펴보면 다소 생소하더라도 괜찮은 직업이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4050세대들이 희망하는 직종과 그 트렌드는 무엇일까. 같은 중견세대라 해도 연령대별로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베이비부머는 전쟁 후 불경기를 겪은 뒤 사회적·경제적 안정 속에서 태어난 세대로 정의된다.
 
하지만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6·25전쟁 이후인 1955~1963년 사이에 출생해 인구수는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사회적·경제적 안정 속에서 태어났다고 보긴 힘들다. 2010년 11월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 ‘장래인구추계’ 등에 따르면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695만~714만명이다.
 
이는 전체인구의 14.5%를 웃도는 수치다. ‘100세 시대’에 60대에 은퇴해야 하는 베이비부머들은 남은 삶이 막막해 재취업을 원한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세대의 재취업은 청년들의 취업만큼이나 ‘하늘의 별따기’다.
 
기업과 취업희망자를 연결해주는 한 회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30통 가량의 베이비부머 세대 경력취업 희망자 이력서가 들어오지만 이중 재취업에 성공하는 비율은 10%도 안 되는 실정이다. 
 
46~55세는 풍부한 인맥과 조직생활, 사회적 연륜 등을 겸비한 세대로 다른 연령층보다 자존심이 세다. 눈높이를 낮추는 게 쉽지 않다보니 재취업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연봉·규모·근무조건 등에서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연령층은 자녀에게 쏟아 붓는 교육비와 생활비에 대한 부담도 여전하다. 따라서 안정적인 직장과 적정수준의 월급이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출퇴근 거리도 고려하게 된다.
 
최근 주목받는 직종으로는 '관광안내원', '관광통역안내사', '의료관광안내원' 등이 꼽힌다. 이들 직종은 해외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인기몰이에 한창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1000만명을 돌파했으며 당국은 2020년 2000만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명진 코스모진 관광아카데미 대표는 "지난해 9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의 지원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며 "관광통역안내사는 높은 보수의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55세 이상은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심리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다른 연령층보다 여유가 있다. 따라서 '직업'(job)뿐만 아니라 '일'(work)의 개념으로 취업을 생각한다. 
 
연령층의 특성상 일자리도 급여보다는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재능기부, 사회공헌 등의 분야에 관심이 더 많다. 요양관리사·숲 생태 해설사·문화재 해설사·학교보안관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요양관리사·간병인 등 사회복지 관련 직종은 정부의 복지예산 지원사격에 힘입어 전망도 나쁘지 않다. 경기도 부천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강모씨(32)는 "지난 주말에 친정어머니가 찾아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자랑하시더라"며 "요양보호사는 추후 가족을 간병하게 될 경우에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최근 젊은 세대들에게도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숲 생태 해설사, 문화재 해설사 등 교육형 일자리도 인기다. 경기도는 지난 2일 올해 642억원을 투입해 숲 생태 해설사·문화재 해설사 등 노인 일자리 3만4873개를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1일 3시간씩 주 3일 근무하게 되며 월 평균 20만원의 보수를 받을 수 있다.
 
학교보안관은 이름 그대로 학교와 학생의 안전을 지키는 보안관. 등·하굣길 안전지도와 학교폭력 예방업무를 주로 한다. 현재 서울시에는 557개교에 1200여명의 학교보안관이 있는데 전국적으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베이비부머세대 노후설계, 재취업준비부터'라는 주제로 열린 취업특강에서 재취업희망자들이 특강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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