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도 기업 구조조정 부실 책임"
국책은행 경영악화 방관…산은·수은에 CEO 낙하산도 주도
입력 : 2016-05-13 06:00:00 수정 : 2016-05-13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부실에 대해 주무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조선과 해운 등 부실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하면서 국책은행의 경영상태가 악화됐는데 여기에 관리감독기관인 금융위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작년 11월까지 산업은행의 관리 부실의 주요 대상이 됐던 대우조선 지분 12.2%(현재 8.5%로 변경)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감사원 감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국책은행에 문제를 떠넘기려한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국책은행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사태에 이른 과정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반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기업 부실 책임을 묻는 내용의 감사를 마쳤고, 감사위원회를 거쳐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감사 결과 발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 검찰 고발까지 예고하고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감사원 조사에서 구조조정 담당 임직원들을 상대로 당시 자금 지원 상황과 배경을 집중적으로 점검받은 것으로 안다"며 "금융당국을 포함한 구조조정 전반의 관리실태라기보다는 산은과 수은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전했다.
 
기업 구조조정이 정부 당국과 청와대 등의 총체적인 의사결정의 산물인데 이를 모두 생략한 채 국책은행의 책임론만 부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은행의 부실을 악화시킨 책임에서도 금융위는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산은과 수은의 부실이 커진 원인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10월 이뤄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지원 결정이다. 지금까지 운영자금 2조8000억원이 지원됐고 4000억원의 유상증자도 이뤄졌다. 앞으로도 1조원을 더 쏟아부어야 한다.
 
이 결정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감독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내려졌다.
 
지난 2010년 금호그룹, 2014년의 동부그룹의 구조조정도 서별관회의 안건이었으며 이 밖에도 많은 기업이 표면화되지 않았을 뿐 서별관회의 등 정부 부처 회의를 거쳐 생사의 윤곽이 나왔다.
 
산은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의 큰 그림은 정부가 그리고 산은은 수행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국책은행으로서 책임을 통감하지만 모든 것을 산은 책임으로 돌리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산은과 수은은 성과연봉제 도입 등 철저한 자구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임 위원장은 산은과 수은에 대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하고 경우에 따라 임금 반납과 같은 고통분담도 주문했다. 정부가 자본 확충을 해주기 전에 부실 구조조정 등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대우조선해양 1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주무감독기관이자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작년까지 12.15% 가지고 있는 2대 주주다. 대우조선 사태 등 부실사태의 책임이 크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당국이 스스로에게 기준이 관대하고 국책은행에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금융위에 대한 기관운영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은 대우조선의 부실에 금융위 책임이 없는지 꼼꼼히 조사해야 한다"며 금융위는 공적자금 상환기금의 관리주체로서 대주주의 역할도 다하지 못했고 산업은행에 대한 감독과 조선산업 등 수주산업의 회계감독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또한 금융위가 산업은행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회장을 임명한 주체였다는 점도 책임론이 제기된 배경으로 작용한다. 관련 기관장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기관이 바로 금융위다.
 
주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기를 이어온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대학 동문이며, 이동걸 현 산업은행 회장은 박 대통령의 선거캠프 출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사태가 커진 지난 몇년 간 정부 스스로 국책은행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들을 앉히면서 부실을 더 키운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그래픽/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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