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우조선 여신 건전성 재조정 고심
조선·해운업 충당금 최대 1조3천억 추가 적립해야
입력 : 2016-05-15 12:00:00 수정 : 2016-05-15 14:43:00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업에 대한 여신 건전성 재분류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 구조조정 정책의 눈치를 보며 조선업에 대해 대부분을 정상여신으로 분류하고 있었으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여신 건전성 재조정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한진해운 3개사에 대한 KEB하나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2조7942억원이다.
 
여기에 농협은행이 1조6466억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0조2018억원의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다.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은 현재 금융당국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이 확충 방안에 대해 고심 중이지만, 민간 은행은 스스로 익스포저에 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특히 은행들은 이들 업종에 대해 정상여신으로 분류해왔다. 대표적으로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돈 대우조선해양의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해왔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은 영업을 통해 번 돈으로 이자조차도 지불하지 못하는 기업을 뜻한다.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일 경우 신용위험평가 대상에 포함되는데, 은행들은 이러한 부실기업의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평가한 것이다.
 
은행들은 그간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정책을 눈치보면서, 당기순익 저하를 우려해 정확한 건전성 기준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은행들은 대출 회수 가능성에 따라 여신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눈다. 은행이 대출해준 회사가 구조조정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은행은 여신을 회수의문 이하로 분류하게 된다.
 
현재 조선·해운업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여신 건전성을 재분류할 경우 은행의 추가충당금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신 해당 금액 만큼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은행의 순이익은 감소한다.
 
하나·농협·우리은행 등의 경우에도 현재 대우조선해양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농협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이 지난 3월말 기준 1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또 하나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8000억원 규모의 익스포저를 떠안고 있으며 국민은행도 7000억원, 우리은행 4800억원, 신한은행 2800억원 가량의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다.
 
건전성 평가가 다시 이뤄질 경우 시중은행은 조선 해운업종에 대해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3000억원을 충당금으로 추가 적립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의 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의 15%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의 상반기 실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는 일회성 수익 등이 나오면서 지난해보다 다소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2분기 실적은 충당금 추가적립 등으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만약에 대비해 정상여신보다 많은 충당금을 적립했다"면서도 "조선업에 대한 정부의 정확한 정책 방향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채권단 개별적으로 여신 분류를 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빌딩.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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