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달영의 스포츠란)이재명 시장·성남FC, ‘경기장은 중립의 공간‘ 가치 훼손
스포츠의 정치개입은 달콤한 독…자제와 절제가 필요
입력 : 2016-06-02 17:20:19 수정 : 2016-06-02 17:20:19
프로축구단 성남FC가 경기장 내외에서 진행한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에 대한 반대 활동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에 대해 성남시 등 경기도 6개 지방자치단체가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성남FC 구단이 지난달 2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인천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관중들에게 지방재정개편를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나눠주고 서명운동을 했다. 그날 경기에서 '성남 FC는 이제 축구 못합니까? PLZ SAVE SFC!'라고 적힌 대형 걸개를 걸고 경기했고 디지털 A보드엔 '성남FC는 축구 못합니다. 성남FC는 선수 보강 못합니다. 성남FC는 경기장 환경 개선 못합니다'라는 문구를 노출시키기도 했다. 5월31일에는 탄천종합운동장 앞 광장에서 성남FC 선수단과 팬 등 200명이 참석하여 지방재정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는 자체 설명회를 가졌고, 김두현 선수가 선수단 대표로 지방재정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남FC의 지방재정개편 반대 활동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 목적과 성격이 '정치적'이어서 프로축구연맹 규정 위반의 소지가 있고,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성남FC에 대하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편에서는 지방재정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에 성남FC가 성남시로부터 받고 있는 지원금의 상당한 금액이 삭감될 수도 있다며 구단 존폐가 달린 문제이므로 책임을 질 사안이 아니라고 한다.
 
스포츠의 정치화를 막기 위한 원칙이 바로 스포츠의 정치적 중립성경기장은 중립 공간
 
성남FC의 지방재정개편 반대 활동에 대한 논란은 바로 스포츠와 정치의 관계에 관하여 오랫동안 제기되고 있는 '스포츠와 정치의 결합' 또는 '스포츠의 정치화' 문제다. 스포츠가 문화의 하나로서 인식되고 산업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스포츠와 정치의 연관성에 대한 사건·이슈들이 생기면서 둘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특히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용한 정치의 스포츠 개입 또는 스포츠의 정치 관여라는 현상('스포츠의 정치화'라고 부른다) 속에서 그 역기능 내지 문제가 드러나면서 스포츠계는 하나의 원칙을 만들었다. 바로 스포츠의 '정치적 중립성'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축구연맹(FIFA) 등 국제스포츠단체와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등 국내스포츠단체가 정관이나 규정에서 단체와 소속 구성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스포츠의 정치적 관여 및 개입은 스포츠의 본질과 가치에 위배되고 정치적 반대 세력에 의해 스포츠가 피해를 입거나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위험성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다.
 
스포츠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구체적 가치의 하나가 바로 경기장은 '중립'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IOC, FIFA 등 국제스포츠단체와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등 국내스포츠단체가 경기장 중립 공간이라는 가치를 위해 경기 전후 및 경기 중, 경기장에서는 일체의 정치적 언동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 책임을 묻는다. 프로축구연맹도 상벌규정 별표 '유형별 징계기준' 9항에서 정치적 언동을 징계사유로 정하고 이를 한 구단, 선수 등 구성원에 대한 징계를 규정하고 있다.
 
성남FC의 국가적 차원의 지방재정개편에 대한 반대 활동은 제3자의 시각에선 정치적 언동에 해당
 
성남FC와 그 입장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성남FC의 이번 지방재정개편 반대 활동이 구단의 존폐가 걸린 문제에 대한 의사표시이므로 정치적 언동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정치적 언동 여부는 언동을 하는 자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의 입장 내지 객관적 기준에서 판단할 문제다. 지난 런던올림픽 때 박종우 선수가 우리로선 당연한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든 행위에 대해 정치적 언동 이유로 FIFA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실은 이를 말해준다.
 
지방재정개편은 성남시에만 적용되는 사안이 아니고 국가적 측면의 지방재정 일반의 사항이다. 성남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반대하지만 이를 찬성하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가 대립되고 있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논쟁을 통해 해결해야 할 정치적 사안이다. 인권과 같은 보편적 내용이 아닌 정치적 사안에서 어느 한 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동은 제3자의 시각에선 정치적 언동이 아닐 수 없다. 성남시에 불리한 지방재정개편이 바로 성남FC의 존폐로 연결된다고 보는 것도 무리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주장은 성남FC의 재정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국가적 차원의 지방재정개편 문제를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여서 제3자의 시각에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성남시가 성남FC의 오너이고 연간 수십억원의 지원금을 교부한다고 하더라도 성남FC는 성남시와 별개인 독립된 법인(주식회사)이다. 성남FC는 프로축구연맹의 구성원으로서 프로축구연맹이 정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성남FC의 존폐가 걸린 문제여서 반대의 입장에 있고 그 입장을 표시하려면 구단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지 않고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성남FC가 직접 했든 제3자가 하는 것을 승인했든 경기장에서 지방재정개편을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걸개를 설치하고 유인물을 관중에 나눠주고 서명을 받는 것은 '경기장은 중립의 공간'이어야 하는 가치를 어긴 것이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수원, 용인, 성남 등 6개 경기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지방재정개혁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염태영 수원시장, 채인석 화성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정찬민 용인시장, 최성 고양시장, 신계용 과천시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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