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분출하는 개헌론, 방향은 정반대
입력 : 2016-06-19 13:56:30 수정 : 2016-06-20 00:16:15
 국회의원들은 개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83.3%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체 300명 가운데 250명이 긍정 답변을 내놓은 것이니 통계학적 유의미성은 따져볼 필요조차 없다.
 
흥미로운 것은 국민들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16일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헌론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69.8%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12.5%)의 5배를 넘었다.(15일 전국 유권자 515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
 
국민도 정치인도 같은 생각이니 이제 개헌은 일사천리로 진행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도 매우 어렵다’는 쪽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좀 바꾸자”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더 중요한 질문에 대해선 의견이 완전히 갈라져있기 때문이다.
 
먼저 국회의원들은 ‘4년 중임제 개헌’을 선호하는 비율이 46.8%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이원집정부제가 24.4%, 의원내각제가 14.0%를 기록했다.
 
일반 국민들의 경우 역시 ‘4년 중임제’가 41%로 가장 높았고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누는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가 19.8%, ‘다수당이 행정부를 책임지는 의원내각제’는 12.8%로 나타났다.
 
개헌론 자체만큼 개헌의 방향에 대해서도 정치인들 마음과 민심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4년 중임제’는 대통령의 권한과 리더십을 강화하는 쪽이고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는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권력을 분산시키는 쪽이다. 즉, 두 개헌론이 실은 정반대 방향이고 현행 5년 단임제는 그 중간에 서 있는 것이다.
 
사실 정치전문가들이나 정치 경력이 오래된 인사들은 권력 분산형을 선호하는 쪽이다. 미국 정도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선진국이 분산형을 선택하고 있기도 하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지양, 견제와 균형의 구현 등 논거도 충분하다.
 
문제는 개헌은 정치인이나 국민 다수결로 결정되는 사안이 아니란 점이다.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나 대통령의 발의→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동의→유권자 과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의 찬성을 통해 확정된다.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 득표율 50%를 넘어 당선된 사람은 양자 구도에서 승리한 박근혜 대통령 밖에 없다. 심지어 30%대 후반 득표율로 당선된 대통령(노태우)도 있었다. 대통령 만들기 보다 개헌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1987년 개헌처럼 정치권의 거의 모든 세력이 합의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에만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개헌의 결정적 변수는 차기 주자들이다. 차기 주자들은 대체로 분산형 개헌에 부정적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4년 중임제에 대한 선호를 드러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문재인·안철수 모두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도입론자들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오세훈 전 시장, 유승민 의원 등은 “굳이 개헌을 한다면 4년 중임제 쪽”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반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그리고 상당수 여권 인사들은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소신으로 밝힌 지 오래됐다.
 
이 두 방향이 충돌하면 그게 바로 ‘1노3김’ 시절의 재판이다. ‘통일을 대비한 강력한 리더십, 정권교체를 통한 과거청산’ 등이 4년 중임제의 명분이 될 것이다. 권력분산론 쪽은 권한강화론 쪽을 향해 ‘대통령병 환자’라고 공격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이미 30년 전에 다 나왔다. “권력분산을 내세워 국회의원들끼리 다 나눠먹으려는 야합론, 국민의 선택을 받을 자신이 없는 인사들이 돌아가면서 총리라도 한 번 씩 지내는 꼼수”라고 말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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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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