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의 분석과 전망)홍기택, 최경환, 이정현...다음은 누구인가
입력 : 2016-07-03 14:11:05 수정 : 2016-07-03 14:11:05
레임덕의 본질은 대통'령'의 '영'이 제대로 서지 않는 것이다. 그 양상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예는 이런 모습이다. 대통령의 신임을 업고 실세연하던 사람, 되는 일은 물론이고 안 되는 일도 되게 만들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짐'이 되는 상황. 20대 국회가 본격화된 지금이 딱 그렇다.
 
지난주 국회 각 상임위에서 업무보고가 시작될 때만 해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맞춤형 보육, 추가경정예산 등을 두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통령 인수위원 출신인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파동,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인 이정현 의원 녹취록 폭로가 현안들을 뒤덮어 버렸다.
 
현 정권 출범 직후부터 KDB금융그룹 회장, KDB산업은행 회장에 이어 AIIB 초대 부총재까지 요직만 지내고 있는 홍 부총재는 '서별관회의 폭로'에 이은 돌연 휴직으로 모두를 아연실색하고 만들고 있다.
 
그런데 홍 부총재의 이상 행보는 결국 최경환 의원에게 도달할 수밖에 없다. 그가 지난달 말 "지난해 대우조선에 대한 4조2000억원 지원은 청와대 서별관회의(비공식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결정했다(…)청와대 서별관회의 때 산업은행은 린치 당했다"고 구체적으로 폭로한데서부터 일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실세가 "내 위의 실세들 앞에선 나도 힘이 없었다"고 증언 한 것이니까.
 
'초이노믹스'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경제 분야에 있어 확고한 2인자 였던 최경환 의원에게 계산서가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으로 촉발된 '갑질 논란'의 불똥도 최 의원에게 튀고 있다. 손위 처남을 오래 보좌관으로 기용했고 그 인물이 금융 관련 공기업에 임원이 됐고, 또 의원실 인턴, 운전기사 출신 인물들이 공기업에 정규직으로 채용된 것이 다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총선 참패 책임에다가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산업 부실의 책임, '갑질 논란'까지 겹친 상황에서 최 의원이 과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물론 청와대의 뜻이 확고하다면 출마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표 선출을 장담하긴 힘들다. 청와대-친박 일각에서 "계파색이 옅은 인물을 밀자"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2인자 소리' 듣던 최 의원마저 '짐'이 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사심 없는 로열티'와 '성실성'만은 모두에게 인정받는 이정현 의원 역시 마찬가지 상황에 처했다. 첫 미국 순방에서 벌어진 윤창중 당시 대변인의 말도 안 되는 행동의 여파로 이남기 당시 홍보수석까지 사퇴하며 청와대의 첫 홍보라인이 초토화되자 박 대통령은 정무수석을 지내던 이 의원을 홍보수석 자리에 투입했다.
 
이 의원은 특유의 뚝심과 성실성을 발휘해 당시 홍보라인을 정상화시켰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불과 세 달 뒤에 실시된 전남 순천 재보선에 새누리당 간판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국회에선 'TK 친박'과는 다른 결로 박 대통령을 옹위했고 재선에서 성공한 후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 폭로는 이정현의 성실성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드러냈다. 이 의원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간 대화는 "나 여기 출입처잖아. 전화 좀 해줘"라는 이 의원의 말로 마무리 된다. KBS가 자기 출입처라는 말은 이 의원이 홍보수석 시절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제의 최경환, 홍보의 이정현….검찰에도, 문화계에도, 체육계에도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막힌 곳을 뚫고 안 되는 일을 하게 만든 이들이 있었다. ‘카더라’의 보호막에 쌓여있던 사람들의 실명이 이제 하나씩 드러날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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