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모로우)실버시대 겨냥한 첨단 의료 재활산업 뜬다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노인 안전기술 개발에 산학연 힘 모아야
입력 : 2016-07-13 15:16:05 수정 : 2016-07-13 15:16:05
빠르게 늙어가는 한국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00년에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데 이어 앞으로 10년 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척되면서 미처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빈곤, 질병 등 노인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급증하는 노인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젊은 세대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노인들을 위한 안전 제품 개발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일부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동작인식 센서를 통해 인체 균형감각을 길러주는 운동 시스템이나 근골격계 기능 회복을 돕는 훈련기기 등은 노인의 쾌적한 일상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제품들이다.
 
특히 재활의료기기는 전 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 분야다. 일본은 지난해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으로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우리나라도 오는 2026년이면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시니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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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목받는 분야로는 뇌졸중으로 인한 부분마비 환자와 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재활로봇, 그리고 착용자의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해 건강 이상 여부를 판단하는 웨어러블 기기 등이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성남고령친화체험관에서 노인들의 재활의료기기들을 어린아이들이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박민호 기자
 
주목받는 의료 재활기기 산업
 
지난 7일 경기도 성남고령체험전시관에서 열린 노인 의료재활기기 체험전에서는 일반인들이 다양한 의료재활기기를 통해 거동이 불편한 이들과 치매환자들의 일상 속 애로사항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1996년부터 창원에서 20년 가까이 관련 사업을 해온 업체인 젬텍도 체험전에 참가했다. 원래 자동차부품 단조회사였던 젬텍은 조립공정에서 무거운 부품을 들어올리는 기구의 원리를 이용해 재활운동기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젬텍 관계자는 무중력원리를 이용한 운동기기인 ‘디웨이트 밸런스(De-Weight balance)’를 소개하며 “다리 근력이 약해 부축이 필요한 노인도 무중력 상태에선 비교적 쉽게 보행할 수 있다. 하체가 부담하는 신체 무게가 가벼워졌기 때문인데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 수준인 달에서 100kg이 넘는 우주복을 입고도 쉽게 걸어다니는 원리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디웨이트 밸런스의 특징은 스마트 기술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기기에 내장된 컴퓨터가 사용자를 인식하고 사용자별로 축적된 운동량과 근력 향상도를 파악해 알려준다. 근력이 향상된 경우 에어밸런스의 공기 압력을 낮춰 운동 강도까지 자동으로 높여준다. 사용자는 기기 내 컴퓨터에 저장된 자신의 운동기록을 스마트폰으로도 확인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 체계적으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다.
 
또 다른 의료재활기기 업체인 맨엔텔이 개발한 재활의료기기는 고령자가 균형과 근력, 인지 훈련을 통해 노인 질병 발생을 예방하고 조기 치료를 할 수 있는 제품이다. 맨엔텔은 최근 불편한 환자의 이동을 위한 이동환자 리프트를 개발했다. 가정에서 이동이 쉽도록 설계됐고, 환자가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리프트에 태워 이동이 가능하다. 1회 충전으로 사용 시간이 타 장비에 비해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제품은 올해부터 장애등급을 받은 환자에게 정부가 비용의 90%를 지원해주기때문에 환자는 구매비용의 10%만 부담하면 된다. 재활치료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맨엔텔의 재활의료기기가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데 인도 재활의료기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2년에 걸친 제품 테스트를 거쳤다.
 
2년 전부터 인도 군인종합병원에 3차원 균형훈련기와 체간안정화 재활로봇을 보급, 환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맨엔텔은 체간안정화 재활로봇, 3차원 균형훈련기, 척추로봇 등 뇌졸중 환자와 고령자·운동선수의 근력 및 균형 감각을 키워 주는 의료기기를 주로 개발하는 기업이다. 정광욱 맨엔텔 사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첨단 정보기술교육 장비를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와 IT를 융합한 재활의료기기를 독자 개발해 왔다”며 “재활훈련이 재미있는 게임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으면서 근력과 균형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치매 재활케어의 새로운 제안 2016 한일 국제 세미나'에서 노은아 국제보건교육실천협회장이 가정 호스피스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민호 기자
 
국내 시니어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
 
고령자 안전기술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크다. 특히 각종 노인 사고와 질병으로 인한 의료·간병비 등 당사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어줄 뿐 아니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보탬이 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날로 확대되고 있는 관련 시장에서 신제품 출시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나아가 해외시장 진출을 도모할 수 있는 큰 기회다. 노령층을 대상으로 개발된 제품은 산업안전 등 연관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라면 틈새 시장을 중심으로 얼마든지 노려볼 만하다. 노인 안전기술 개발에 산·학·연이 힘을 모아야 할 이유다.
 
하지만 아직 국내 시니어 산업은 초기 단계다. 시니어 제품 종류나 관련 정보가 별로 없고, 살 수 있는 유통망도 미흡하다. 반면 일본은 1990년 초반부터 전국 81개 시니어제품 상설전시와 체험관을 운영하며 시니어제품 활성화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현재 한중일 시니어 인구는 1억7000만명으로 2030년에 2억9000만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노인인구 증가추이를 봤을 때 시니어 제품이 미래 주력 수출산업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분석이다. 내수측면에서도 경제력 있는 베이비부머 부상과 시니어 제품에 IT가 결합되는 추세 역시 우리나라에 큰 기회로 꼽힌다.
 
스마트폰과 연동한 건강측정 및 관리용 제품과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가 위기 상황에서 긴급구조를 요청하는 웨어러블 기기 등 각종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치매 재활케어의 새로운 제안 2016 한일 국제 세미나'에서 청중들이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박민호 기자
 
해외는 로봇재활치료 시대 성큼
 
재활치료의 패러다임은 최근 로봇을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가상 현실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로봇을 이용한 콘텐츠 개발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성남고령친화체험관에 따르면 미국의 향후 5년간 재활치료의 성장률은 3.6%로 추정했다. 이는 2010~2015년 사이 1.2%의 성장률에 비하면 두배 이상의 성장률이다. 또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20년까지 38% 증가할 것으로 보이면서, 재활치료 산업의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재활치료가 늘어나면서 통신네트워크나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일명 재활로봇을 이용한 재활서비스 개발이 미국에서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의 주요업체는 헬스사우스, 킨드레드 헬스케어 등으로 각각 8.4%, 4.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개발 및 판매실적이 신장되고 있다. 재활로봇은 뇌손상으로 인한 재활치료 이외에 스프츠 의학 분야로도 연구되고 있으며, 사업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병원에서 하지마비 환자에게 적용하는 보행재활로봇이 있다. 뇌졸중이나 척수손상으로 인한 하지마비 등의 환자가 혼자 서거나 걸을 수 없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동안 보행훈련을 반복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해준다. 환자의 근력과 지구력을 향상시키고, 뇌신경 회복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밖에 사물인터넷 기술과 팔 등 신체부위에 착용하는 외골격 로봇을 결합해 로봇의 훈련과 환자의 치료과정이 얼마나 진행되고 회복이 되고 있는지 데이터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재활로봇은 1인당 30~50달러의 요금으로 사용 가능하며, 프로그램 전체를 판매(8만5000달러) 또는 대여(한달에 2500달러)할 수 있다.
 
병원의 처방에 따라 가정에서도 재활이 가능하도록 하고,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블루투스 네트워크나 스마트폰 등으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등 체계적인 재활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다.
 
국내 재활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만든 고령체험전시물. 사진/박민호 기자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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