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의 분석과 전망)여·야 '잽' 주고받은 환노위 파행
입력 : 2016-07-17 10:14:06 수정 : 2016-07-17 15:11:58
사드 도입과 경북 성주 배치 결정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상황도 복기해볼만하다. 여야의 충돌, 파행 그리고 원내대표들이 등장한 정상화까지 일련의 사건들은 20대 국회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시작은 지난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용노동부 결산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던 중 환노위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지난해 노동부는 9억원이 편성된 노사관계 선진화 홍보비를 3월 이전에 모두 지출한 뒤 예비비 53억8700만원을 추가 편성했다”며 “2015회계연도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3월23일 예비비를 끌어다 쓴 것은 타당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1차 예비비 배정액이 4월2일 대통령 승인을 통해 배정됐는데도 신문광고와 TV광고는 그 이전에 실시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이 대목을 집중적으로 따졌고 여당 의원들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 역시 “부적절 했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 상황 자체에도 몇 가지 포인트가 숨어있다. 사실 국회에서 예산에는 큰 관심이 쏠리지만 결산은 통과의례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20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나라살림을 들여다 볼 기회를 앞두고 특히 야당 의원들은 ‘칼’을 갈고 있었다. 게다가 추경 편성을 앞두고 있으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고의가 아니었다”거나 “앞으로 잘 하겠다”는 읍소가 이어지고 여당 의원들은 “(관례대로) 시정요구를 하고 넘어가자”고 주장했고 야당 의원들은 “책임자 징계와 감사원 감사청구를 포함시켜야 결산에 ‘도장’을 찍을 수 있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머릿수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환노위 정원은 16명. 이 중 새누리당은 6명, 더민주 7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이다. 10대 6은 소수가 버티기에 버거운 구성 아닌가? 14일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주장대로 상황이 정리됐다.
 
15일 오전 새누리당은 ‘전면 보이콧’으로 맞섰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홍영표 환노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상임위 일정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이날 오전 예정됐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와 운영·법제사법·산업통상자원위원회 결산심사, 가습기살균제 사고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 등이 모두 공전했다.
 
이후 교섭단체를 구성한 3당 원내대표간 물밑 접촉이 이어졌다. 홍영표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환노위를 원활하게 이끌지 못해 유감이다”는 뜻을 표명하면서 일단은 국회가 그날 낮부터 ‘정상화’ 됐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예결특위로 넘어가면 징계, 감사청구 문구는 빠지고 시정요구로 바꾸기로 야당이 약속했다”고 말했지만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오래 살다 보니 여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는 세상이 왔다. 거 참 이상하다"고 비꼬았다.
 
여소야대의 단면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모습이다. 그런데 그 속에 드러난 여야의 치열한 수싸움이 더 흥미롭다.
 
야당은 ‘어디까지 공세를 취할 수 있나’를, 여당은 ‘어느 수준까지 버티고 막을 수 있나’를 시험해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독자처리-유감표명 vs 국회 보이콧 선언-유감수용’으로 서로 펀치를 주고받았다. 본질 자체에 대해선 여야가 공감대를 갖고 있었던 사안이기 때문에 조속한 정리가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야당은 이 정도 사안으로 ‘다수의 횡포’란 말을 들을 수는 없었던 것이고, 여당도 ‘발목잡기’ 이야기를 오래 듣긴 어려웠을 테니까.
 
그런데 예산안, 국정교과서 등 아예 입장 자체가 다른 사안들은 어떻게 될까? 잽 다음엔 스트레이트를 주고받고 그 다음엔 서로 카운터펀치를 노리기 마련이다. 잽 교환으로 끝나는 권투 시합은 없다. 아마 추경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스트레이트 정도가 오가지 않을까 싶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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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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