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투자 대중화시대)잘 고른 채권 하나, 열 주식 안 부럽다
매력 커진 장내채권시장…올들어 일평균 12조원 거래
개인 접근성 커지며 '대중화'…국고채30년물 발행 4년 40%대 수익
입력 : 2016-08-05 06:00:00 수정 : 2016-08-05 06: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장내채권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은행 예금을 빼 채권을 사는 개인투자자들이 빠르게 늘면서다. 개인투자자들의 장내 직접 채권투자가 늘면서 전체 채권거래 가운데 장내시장 거래 비중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기금이나 기관 등 전문투자자들의 장외채권거래가 주류를 이루던 과거와 대조적이다. 개인의 채권투자는 주로 PB센터에서 비싼 수수료를 물어야만 매입할 수 있었지만 최근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활용한 장내거래가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년 전 한국거래소가 장내채권 최소 매매단위를 10만원에서 1000원으로 낮추는 등 진입장벽을 완화한 것도 개인의 채권시장 참여를 높였다. 작년 7월 성과연동형 시장조성제도 도입은 유동성을 끌어올렸다. 호가는 촘촘히 형성됐고 투자자들은 현실적인 시장 가격에 원하는 만큼의 채권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됐다. 
 
올 들어 장내 채권시장을 통한 일평균 거래량은 11조9197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일평균 6조5588억원으로 7조원에 못 미쳤던 장내 거래량이 5조원 넘게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장외시장을 통한 채권거래량이 일평균 21조80억원에서 20조415억원으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장내거래에 대한 접근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국채거래의 경우 장내를 통한 거래량이 장외거래량을 역전했다. 연초 이후 장내 국채거래량은 일평균 12조754억원으로 장외(10조9372억원) 대비 1조원 넘게 차이가 났다. 지난 2010년 장내·장외 일평균거래량이 각각 2조1310억원, 12조5036억원으로 장외에 쏠림이 있었던 만큼 그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채권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성과연동형 시장조성제도 도입…"채권투자 대중화 선도"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한 점은 장내 채권거래 증가에 가장 주효한 요인이 됐다. 국내 기준금리 인하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이슈로 금리 변동성이 확대된 점도 그 이유다. 거래소가 올해 협의상대매매와 환매조건부채권(REPO) 실시간 결제 도입 등을 통해 거래편의를 높이고 채권정보 제공을 확대하면서 투자자의 시장접근성도 높아졌다.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개인투자자들의 일반채권시장 거래 비중은 지난 2014년 20%대에서 올해 30%대까지 올라섰다.
 
무엇보다 거래소의 성과연동형 시장조성제도가 장내 채권거래에 편의성을 제고했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성과연동형 시장조성제도 도입 1년 만에 장내 채권거래량이 25% 넘게 증가하면서 채권투자에 대중화 기대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금리 기조와 안전자산 선호증가 현상이 맞물리며 채권시장이 활황을 보였고 시장조성활동이 강화됨에 따라 일평균 거래량도 제도도입 전에 비해 25.9% 증가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호가 스프레드와 일중 변동성 축소 등 시장참여자의 암묵적 거래비용이 줄면서 가격발견 기능이 제고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스트립(STRIPS) 채권의 실시간 시장조성제도가 시행된 점도 장내채권 거래량을 띄운 요인이 됐다. 원금·이자 분리채권인 스트립 채권은 하나의 고정금리 이표채권을 원금과 이표로 분리해 각각 별개의 무이표채권으로 만든 채권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2014년 말 발표한 국고채 선진화 방안에서 물가연동국채를 제외한 모든 국고채를 스트립 대상으로 지정했다. 시행 첫날인 지난 7월1일부터 스트립 채권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큰 폭 증가하는 등 시장조성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 한 달 장내채권 시장에서는 총 510조194억원(국채 508조8532억원) 가량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시행 이전인 전달(266조1724억원)의 약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채권거래 수수료가 장외에서 브로커에 지불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 때문에 개인뿐 아니라 소규모 기관투자자들도 증권사 HTS를 통한 장내 채권시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성과연동형 시장조성제도 도입 1년 만에 장내 채권거래량이 25% 넘게 증가하면서 채권투자에 대중화 기대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천덕꾸러기' 국고채30년물, '40%대 효자' 됐네  
 
채권투자를 통해 짭짤한 성과를 낸 개인도 많다. 일례로 2012년9월 첫 발행된 국고채30년물을 매수한 투자자의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은 43.4%. 발행 첫 날 유통수익률 3.08%에서 이날 현재 1.520%까지 무려 156bp(1bp=0.01%p) 빠지면서다. 같은 날 국고채 10년물, 5년물에 투자했다면 각각 28.7%, 17.9% 수익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등장한 30년만기 장기국채는 발행 이듬해 시장금리 단기급등이 지속되며 한때 10%대 쓴 투자손실을 보기도 했으나 이후 강세로 돌아서며 이런 결과를 냈다.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12년 9월11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30년만기 국고채 발행기념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채권의 기대수익률은 통상 주식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대, 안정적인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몸값을 높이고 있다. 과거 찬밥 신세였던 채권형펀드의 수탁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지난 2008년 30조원 초반대에 불과했던 채권형펀드 수탁고는 이달 현재 107조원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1%대 은행 예금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회사채 등 채권투자를 적극 대안으로 삼으면서다.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와 브렉시트 등 불확실성이 커진 대내외 투자환경도 안전자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년 채권형펀드가 3.07% 성과를 올리는 동안 주식형펀드에서는 2.37% 손실을 본 현황만 봐도 그렇다. 지난 한 달 국내 채권형펀드로 4조원이 몰린 반면 주식형펀드에서 1조원이 빠져나간 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 간접투자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는 약 30종의 채권형 ETF가 상장돼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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