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모로우)농촌은 기회의 땅, 귀농의 꿈 영근다
농촌서 미래 캐는 ICT 청년농부…농업보다 부가가치 큰 6차산업 주목
입력 : 2016-08-22 13:49:36 수정 : 2016-08-22 13:49:36
농업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육성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기간산업이다. 하지만 우리 농어촌과 농어업에 대한 관심은 저조하다. 귀농, 귀촌인구가 늘고 있다고 해도 농촌 인구감소는 여전하고 농촌에서 젊은이를 찾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 생명줄을 담보하는 농어업이 더 이상 사양 산업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 농어촌은 무한한 발전가능성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의 사업을 보완하고 발굴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번 해피투모로우에서는 선배 귀농인의 성공적인 사례를 통해 우리 농촌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고 1차 산업에서 융·복합 6차 산업으로 고도화 되고 있는 농업산업에 대해 집중 분석해 본다.(편집자)
 
허브를 소재로 농업의 6차산업화를 통해 부가가치 창출을 선도하는 농가가 있어 화제다. 지난 17일 뉴스토마토가 개최한 <해피투모로우 제4회>에 출연해 귀농귀촌의 성공비결을 밝힌 경기 화성시 매송면 원평리 원평허브농원 이종노 대표(왼쪽사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허브농원을 조성해 허브 재배는 물론 도시민들에게 체험거리도 제공하고 체험객들에게 허브가공제품을 판매하는 등 농업의 6차산업화 원조로 불린다.
 
이 대표가 허브농원 조성에 나선 것은 지난 1997년부터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이 대표는 매송면으로 1988년에 귀농했다. 처음에는 채소농사를 했으나 가격이 불안정해 대체작목을 찾던 중 대학원 지도교수로부터 허브를 접하게 됐다.
 
처음에는 허브 줄기를 광주광역시의 허브 재배농가와 화훼시장에서 구입해 꺾꽂이를 통해 허브농사를 시작했다. 이후 1999년 4월에 허브농원을 개장한 후 첫해에 3만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 이는 농촌진흥청의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사업을 통해 시작한 사이버농업 덕택이다. 
 
원평허브농원은 1만2000㎡ 규모에 체험장과 학습장을 비롯해 허브쉼터와 재배동 등이 있는 비교적 작은 농장이지만 본격 개장한 이후 140만명의 도시민과 소비자들이 찾은 ‘허브테마농장’이다. 허브오일을 비롯해 샴푸·화장품·미용소금·미스트(얼굴보습제) 등 20여가지의 가공제품과 연간 6만~7만명의 체험 및 직거래 소비자들을 통해 연 4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의 허브농원은 개장한 이후 지금까지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된다. 허브화분·가공제품은 농원을 찾은 소비자와 직거래 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우리 농원은 누구나 편안히 찾아와 힐링하고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라며 “단순히 허브와 가공제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농원을 매개로 도시민과 정을 나누고 허브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아이디어 하나면 '나도 부농'
 
원평허브농원에는 허브와 관련된 것이라면 없는 게 없다. 화분은 물론 향초, 향주머니, 비누, 보디오일, 미용소금, 사탕, 주방세제 등 허브를 이용한 제품만 100가지가 넘는다. 연간 방문객이 10만명에 이르고, 농원의 매출액은 6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농업은 더이상 1차산업이 아니라 최첨단 6차산업이다. 기본적으로 생명을 다루는 산업이면서 다양한 가공품을 생산한다"며 "자연환경과 문화·전통을 보존하고, 농촌체험마을이나 쉼터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부농의 대열에 있지만 누구나 그렇듯 처음부터 평탄한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자란 이 대표는 1987년 12월 결혼 직후 귀농했는데 대학에서 농학을 공부하면서 키운 꿈이었다. 처음에는 채소농사를 지었다. 이 대표는 “잘 될 리가 있겠나. 초기에는 싹이 나자마자 말라죽었고, 온갖 정성으로 키워서 시장에 내놓으면 가격이 폭락했다. 13년 동안 채소농사를 지으면서 남몰래 울기도 많이 울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 대표는 채소농사를 짓는 와중에도 고려대 생명환경대학원에서 원예학을 공부하며 향학열을 불태웠다. 허브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대학원 수업에서였다. 그는 교수님이 슬라이드로 보여주는 유럽의 허브시장과 제품을 본 순간 ‘바로 이거다’ 싶어 무릎을 쳤다고 한다. 
 
이 대표는 그해 곧바로 준비에 착수해 1년4개월만에 채소밭을 허브농장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허브 가공품 생산과 판매를 위해 2000년 12월에는 ‘허비너스’라는 법인도 설립했다. 제품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2005년 1월에는 화성시 농특산물 통합브랜드인 ‘햇살드리’ 상표 인증을 받았다. 
 
농촌문제 해법은 6차산업
 
최근 잦은 기상재해가 기후산업인 농업의 위협요인으로 떠오르고 있고, 환율 등 국제경기도 우리 농업의 불안요인으로 잠재돼 있다. 더욱이 농촌 고령화와 탈`이농현상 지속으로 농촌경제 침체 및 활력 저하, 고령화로 인한 악순환이 농촌 활력 창출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 중이다.
 
이 대표는 "요즘 농촌은 FTA확대, 기후변화 등 세계 환경변화와 고령화 및 과소화, 부녀화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며 "1차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는 6차 산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인도 누구보다 잘살 수 있고, 멋지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주고 싶다”며 “앞으로 6차산업화를 통해 우리 농업·농촌의 희망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공유하겠다”고 강조했다.
 
농업의 6차 산업화는 농촌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수입 농산물 개방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새롭게 등장했다. 농산물 생산, 가공, 유통, 서비스를 결합해 도시에는 알맞은 가격에 안전하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공급하고 농촌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을 키우기 때문이다.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그리고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을 말한다. 즉, 1차×2차×3차 산업이 6차 산업이다. 특히 농촌주민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지며 농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 식품 또는 특산품 제조, 가공(2차 산업) 및 판매, 유통, 체험, 문화, 관광서비스(3차 산업)을 복합적으로 연계하고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의 전반을 일컫는다.
 
뉴스토마토가 지난 17일 개최한 세대공감 토크파티 <해피투모로우> 제4회에 출연한 이종노 원평허브농원 대표(왼쪽). 사진/박민호
 
스마트폰으로 농장 ‘척척’…귀농 걱정 끝 
 
고령화, 곡물자급률 하락, 도시와의 소득 격차. 우리나라 농촌이 안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점들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농촌 인구의 39.1%가 65세 이상이다. 이는 전년 대비 1.8% 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곡물자급률은 지난해 23.9%로 전년보다 0.2% 포인트 하락했다.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에 대한 농가소득 비율도 2000년 80.5%에서 지난해 64.4%로 16.1% 포인트 떨어졌다.
 
이처럼 어려운 농촌의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스마트팜(Smart Farm)’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접목해 노동의 효율화, 품질 향상, 생산성 제고 등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비닐하우스, 과수원, 축사 등에 ICT 설비를 갖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원격 제어하는 형태를 예로 들 수 있다. 
 
스마트팜에서는 온도, 습도, 조도, 공기상태 등 재배 환경이 자동으로 측정되고, 이를 분석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작물이나 가축이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조성한다. 관리자는 원할 때마다 온도, 습도 등을 확인해 상황에 따라 보온덮개, 환풍기, 스프링클러, 열풍기 등도 원격 조작할 수 있다.
 
현재 스마트팜 보급은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국내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스마트팜에 달려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2010년 농림부는 ‘농식품 ICT 융복합 모델화 사업’ 계획을 세워, 스마트팜을 일부 농가에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2014년 12월에는 SK텔레콤과 함께 세종시에 스마트팜 100곳을 조성했다. 또, 내년까지 전국 800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2015년 농림부 평가에 따르면 스마트팜 도입 농가는 이전보다 생산량이 평균 25% 증가한 반면, 인건비는 약 9% 감소해 결과적으로 총수입이 31% 증가했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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