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달영의 스포츠란)단체·팀의 선수에 대한 독점·비경쟁성이 무너진다
입력 : 2016-10-17 06:00:00 수정 : 2016-10-17 06:00:00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주 월요일 국내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사용하는 선수 계약서를 심사하여 여러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고, 구단들은 공정위 약관 심사 과정에서 해당 조항을 모두 스스로 시정했다고 발표했다. 시정 대상은 선수의 1군 등록이 말소되는 경우 일률적으로 연봉을 감액하는 조항, 훈련 비용을 선수에게 전가하는 조항, 선수의 대중 매체 출연을 제한하는 조항, 구단이 자의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공정위의 이번 시정 조치의 의미는 공정위가 밝혔듯이 선수의 권익 강화와 프로 스포츠 선수와 소속 구단 간의 공정한 계약 문화 정립이다.
 
그동안 선수 인권에 대한 관심 부족과 승리지상 가치관 등에 의해 선수 권익이 침해되고 선수계약의 공정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개선이 더딘 것은 제도적 접근과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호들갑을 떨며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제도적으로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다. 제도적 차원의 이번 공정위의 시정은 프로야구뿐 아니라 프로스포츠 전반에서 선수의 권익 보호가 증진되고 선수계약의 공정성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스포츠에서 선수의 권익 보호와 선수계약 공정성과 선수가 소속한 단체와 팀의 선수에 대한 규율의 독점성·비경쟁성은 반비례의 관계에 있다. 19세기에 들어 스포츠가 하나의 문화와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선수를 구성원으로 하는 팀이 생기고 팀을 구성원으로 하는 단체가 생겨나 선수계약과 선수활동에 관한 제도가 만들어졌다. 20세기에 들면서 리그의 산업화와 활성화는 리그를 운영하는 단체와 소속 팀의 선수계약과 선수활동에 대한 독점성과 비경쟁성을 강화했다. 팀들 간 담합에 의한 단체 룰이 선수의 팀 예속을 보장하는 제도들을 만들었다. 미국에서 발전한 야구, 농구, 미식축구 등의 프로스포츠 초창기에서도 법원의 판결로 프로스포츠는 선수제도가 노동법과 경쟁법 적용의 예외 시장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한 선수시장에서의 단체와 팀의 독점성과 비경쟁성에 따른 여러 제도와 규정은 선수 인권 보호 인식의 강화와 구체적 사건에서 법원 재판에 의해 하나둘씩 고쳐지고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도 2000년대에 들어 자유계약선수(FA) 등 선수계약과 선수활동 규율에서 독점과 비경쟁적 구조를 약하게 만드는 제도들이 도입되고 선수의 권익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단체 규정 조항들이 시정되고 있다.
 
그러나 선수계약과 선수활동의 독점성과 비경쟁성이 옅어지고 있음에도 ‘마지노선’이라고 볼 수 있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있다. 이른바 ‘경쟁활동 금지’로서 소속 단체가 승인하지 않은 대회·경기나 다른 종목에 참가하여 활동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리그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는 것이 스포츠계의 일반적 인식이다. 그런데 최근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국제빙상연맹(ISU)이 승인하지 않은 대회에 선수의 참가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 징계를 가하는 ISU의 규정은 EU의 ‘반독점법(Antitrust Rule)’을 위반한 것이라는 공식적 의견을 ISU에 통지하였다. 선수의 직업활동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스포츠 단체의 선수 독점과 대회 주최의 비경쟁성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큰 이슈로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반독점법이 스포츠의 선수계약과 선수활동 영역에서도 엄격히 적용될 수 있다는 EU의 법적 판단이 공정위의 향후 관련 심사와 국내 스포츠 선수 제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자못 궁금하다.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LG트윈스와 KIA타이거즈 경기에서 9회말 1사 만루 LG 김용의의 끝내기 희생타에 LG선수들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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