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석이 아쉬운데…" 여당, 반색하면서도 국회운영 차질 우려
당장 국회 상임위 조정 불가피…3선급 이탈에 대야 협상력 저하 우려도
입력 : 2017-05-30 15:24:22 수정 : 2017-05-30 15:24:22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의원 4명을 일시에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 정부인 것을 확인시켜준 인사”라며 환영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의 단체 입각으로 여당의 국회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신임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에 김부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도종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김현미,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김영춘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당의 자랑인 네 분의 장관후보자 내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당 소속 의원을 장관 후보자로 발탁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정부’임을 다시 한 번 확신시켜준 인사”라고 평가했다. 이어 “인사가 만사라는 점을 국민께 확인시켜준 대탕평 인사이고, 균형 잡힌 탁월한 인사”라며 “당은 당·정·청 혼연일체로 각종 산적한 현안을 슬기롭게 극복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정당정치를 통한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평소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개혁과제 수행을 위해 정무감각이 있는 정치인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빠른 인선으로 국정공백을 시급히 메울 필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선출직인 현역 의원들은 어느 정도 검증을 거쳐 인사청문회 돌파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일종의 ‘여당의원 빼가기’로 민주당의 인력 출혈이 심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행 국회법 29조 ‘겸직금지’ 조항을 보면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나와 있어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장관직과 의정 활동을 동시 수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해당 의원들은 본회의 참석 외의 역할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당장 국회 상임위원회 문제가 언급된다. 현재 김부겸·김현미 의원은 기획재정위원회, 김영춘 의원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도종환 의원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각각 소속돼 있다. 특히 김영춘 의원은 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국회 상임위 배치 재조정을 하면 일종의 당내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여소야대 정국에서 각 상임위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3선급 중진들을 청와대가 대거 차출하면서 여당의 대야협상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향후 당청관계가 어떻게 구축될지도 주목된다. 청와대가 당 소속 의원들을 대거 발탁하는 것은 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존중하고 있다는 일종의 증거지만, 동시에 의원들의 ‘입각 기대감’을 이용해 당을 좌지우지 할 가능성도 있다. 한 의원은 “청와대에서 언제 전화가 올지 몰라 의원들이 요즘 핸드폰을 손에서 떼어놓지 않는다. 모르는 전화번호도 잘 받는다”는 뼈있는 농담을 했다.
 
한편 이날 발표 외에도 현역 의원의 추가 발탁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정치인 추가 입각은 제가 답할 영역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통일부 장관에 홍익표·송영길·우상호 의원, 고용노동부 장관에 김영주·홍영표·이용득 의원 등이 거론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에는 김용익 전 의원, 이석현·양승조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법무부장관으로는 박범계·전해철 의원 등의 이름이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3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4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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