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동성애 박해 우려' 진술만으로 난민 인정 안돼"
"일관성·설득력 부족"…이집트인 승소 판결한 원심 파기 환송
입력 : 2017-07-12 06:00:00 수정 : 2017-07-12 0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자신을 동성애자로 주장하면서 박해받을 것을 우려한 이집트인에 대해 근거가 부족하다며 난민 신청을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집트인 H씨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진술에 일관성과 설득력이 부족하고, 전체적인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그 진술이 이집트의 객관적인 정황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까지 종합해 볼 때 원고가 이집트 정부 등으로부터 박해를 받게 될 것이란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의 진술을 그대로 믿어 난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난민의 개념, 난민신청인의 진술 신빙성 판단 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이집트 국적의 H씨는 지난 2014년 4월 관광·통과(B-2) 체류자격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해 체류하다가 기간 만료 사흘 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인정 신청을 했다. 하지만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2015년 1월 H씨에게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1조,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 제1조에서 난민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난민불인정결정을 내렸다. 이에 H씨는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H씨는 "형이 원고가 동성애자란 사실이 알려져 J당으로부터 납치를 당했다가 풀려났고, 납치를 당한 이유는 J당이 동성애자인 자신을 잡기 위한 것"이라며 "생명, 신체의 위협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난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동성애자임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전무한 반면, 원고는 난민면담 시 자국 내의 동성애자 단체나 그 지원 단체, 동성애자들의 모임 장소 등 동성애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J당이 당원의 동생인 원고가 동성애자란 이유로 원고를 잡으려고 했다거나 원고를 잡기 위해 당원인 형을 납치했다는 원고 주장은 작위적이고 사리에 맞지 않아 섣불리 믿기 어렵다"며 "이집트에서 동성애 성향을 외부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살았다는 원고의 난민면담 시 진술에 비춰 이집트에서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H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난민불인정처분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된 경위,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까지의 행적, 동성애자들에 대한 이집트의 제재 상황 등에 관해 어느 정도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고, 동성애자들에 대한 이집트의 제재 상황에 관한 진술은 이집트의 객관적인 상황 등과도 대체로 부합한다"고 전했다. 이어 "면접 조사 당시와 당심에서의 신문 당시 원고의 진술이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원고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이에 의하면 원고를 동성애자로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사실은 이집트에서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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