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리듬)'남매의 난' 조현아, '전문경영인' 도입 진심일까?
입력 : 2020-02-04 18:38:14 수정 : 2020-02-05 14:03:33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앵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을 더욱 강하게 흔들고 있습니다.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이번에는 최대주주인 KCGI, 그리고 반도건설과 '3자 연합군'을 결성했습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동맹 소식을 알리며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하지만 한국 사회 특성상 전문경영인을 데려와도 오너 일가가 경영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사람을 앉히면 겉으로는 경영하지 않지만 뒤에서는 관여할 수 있다는 건데요.
 
이 소식 산업1부 김지영 기자와 함께 자세히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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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 이번 사태를 이해하려면 대한항공 지주사죠. 일단 한진칼의 지분율 현황부터 따져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일명 '조현아 연합군'의 지분율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원태 회장의 지분율은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9%를 가지고 있고요. 조원태 회장이 6.52%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분율 차이가 거의 없어 주총 전부터 이들이 누구와 연합하느냐에 시선이 쏠렸는데요.
 
조현아 전 부사장은 예상을 깨고 자신에게 반기를 들어온 KCGI. 그리고 반도건설과 손을 잡았습니다.
 
KCGI는 현재 한진칼의 최대 주주입니다. 무려 17.29%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도건설도 8.28%. 꽤 상당한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지분을 합하면 32.06%입니다.
 
반면 조원태 회장은 자신의 지분에 재단 등 특수관계인 지분 4.15%, 그리고 우호세력으로 알려진 델타항공의 지분을 더하면 20.67%입니다.
 
조현아 회장과 10%가량 차이가 나는 건데요. 현재까지는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 상황에 놓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달 KCGI, 반도건설과의 동맹 소식을 알리며 '전문경영인'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네 지난주 금요일이었죠.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은 3월 주총을 앞두고 힘을 합치기로 했다고 알렸습니다.
 
이들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한진그룹 전문경영인 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아울러 경영 일선에도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처럼 전문경영인 체제를 내세운 것은 현재 경영 상황이 위기이고, 이를 현재 경영진에 의해 개선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데요. 즉 조원태 회장을 저격한 것이죠.
 
전문경영인 도입은 KCGI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항인데요.
 
조 전 부사장이 고민 끝에 이에 따르기로 했고, 반도건설도 전문경영인 도입에 찬성해 이번 연합군이 결성될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전문경영인. 언뜻 듣기에는 굉장히 합리적으로 느껴지는데요.
 
하지만 전문경영인이 제 노릇을 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고 하는데, 왜 그런 겁니까?
 
[기자]
 
전문경영인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 대표나 사장이 돼 경영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이때 소유주나 일가는 주주로만 남습니다. 즉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사회에서 전문경영인은 '오너 일가의 머슴'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오너들이 자신의 측근을 경영자로 앉힌 후 뒤에서 몰래 지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사실 한진칼도 이미 전문경영인이 있기는 합니다.
 
조원태 회장과 공동 대표로 올라있는 석태수 대표가 그 주인공인데요.
 
석 대표는 돌아가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총수 일가 갑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2018년 앉힌 인물입니다.
 
하지만 석 대표 또한 한진에서 주요 요직을 거친 조양호 전 회장의 사람으로 통했는데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3자 연합군 경영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자신의 측근을 앉히면 뒤에서 몰래 경영에 관여할 가능성은 열려있는 겁니다.
 
[앵커]
 
조현아 전 부사장 사람을 전문경영인으로 앉히면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됩니까?
 
[기자]
 
이번 연합에서 가장 입김이 셀 것으로 보이는 쪽은 KCGI입니다.
 
일단 가장 많은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고요. 반도건설은 지분율을 늘리면서도 지배구조 개선이나 경영 참여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았는데 KCGI는 적극적이었죠.
 
그런데 일각에서는 KCGI가 경영 참여보다는 지분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생기는 단기 차익에 더 관심이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KCGI가 결국 사모펀드이기 때문입니다.
 
KCGI는 애널리스트 출신 강성부씨가 대표로 있는 사모펀드인데요. KCGI 비판의 대상이었던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을 잡자 일각에서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기업 사냥꾼'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강성부 대표가 상속 문제를 고민하는 기업 오너를 찾아가 승계 계획을 세워준 후 이익을 챙겨 나오는 사례도 있었다는 말도 있고요.
 
이처럼 KCGI의 목적이 정말 지분 매매를 통한 단기 차익이라면, 전문경영인으로 누구를 들이느냐는 별로 관심이 없을 수도 있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의 사람이 자리에 앉을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고요.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온 진실은 없고요. 한진그룹의 경영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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