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 마스크 문제 인식전환 있어야
입력 : 2020-03-10 06:00:00 수정 : 2020-03-10 06:00:00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마스크를 사겠다고 아침부터 약국 앞에 장사진을 이룬 긴 행렬. 이 행렬의 3분의 1도 마스크를 사지 못한다. 줄에서 잘린 사람들은 재빨리 다른 약국이나 다이소로 이동해 보지만 여기도 마찬가지. 코로나19가 만든 대한민국의 새로운 아침 풍경이다. 사람들은 이런 일상을 몇 주째 계속하고 있다. 놀란 정부는 마스크 5부제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그러나 이는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제아무리 5부제를 하고 일주일에 2장씩 배분한다 한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상황이 이러한 데 우린 계속해서 마스크 쓰기를 고집해야 할까.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은 아닌가. 본래 마스크는 국민 모두가 낄 필요는 없었다. 의료진과 환자, 노약자, 그리고 대구·경북처럼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지역 사람들에게는 필수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굳이 마스크를 찾아 삼만리를 떠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정부의 전략 미스였던가. 어느 사이 한국인들은 마스크를 맹신하고 안 끼면 큰일 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고 마스크 사용을 절제해야 한다.
 
대중들이 너도나도 마스크를 끼고 사재기를 하는 동안 진정 마스크가 필요한 의료진과 간병인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지난주 서울대 병원 앞에서는 의료진들이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곳 간호사들은 일회용 보호구를 재사용하고 마스크도 재사용해야 하는 어려움을 성토하고 대책을 요구했다. 진정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들은 마스크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단 말인가. 
 
프랑스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금처럼 창궐하기 전, 보건부 장관은 국민들을 향해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낄 필요가 없고, 모든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차단해 주는 것도 아니라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전파 속도가 빨라지자 마스크를 찾는 프랑스인들이 늘어났다. 프랑스 정부는 마스크 대란을 예상하고 재빨리 정책을 내놓았다. 지난 4일 시베스 은다예(Sibeth Ndiaye) 정부 대변인은 프랑스 엥테르(France Inter)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부터 처방전 없이 마스크를 살 수 없다”고 밝혔다. 그녀는 지금까지 약국에서 자유로이 판매해 왔던 마스크를 “의료진과 처방전이 있는 사람에게만 팔도록 약국에 지침을 내렸다”고 했다. 그녀는 “감염된 사람이나 감염 가능성이 큰 사람에게 마스크가 보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리비에 베랑(Olivier Véran) 보건부 장관 역시 같은 방송에서 “실제로 보건용 마스크는 지금부터 의료 처방전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급하고 이 조치는 바로 적용된다. 이는 보건부의 권고사항으로 일반 대중은 마스크가 필요 없으므로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은다예 대변인은 또한 “전 정부에서 비축한 재고가 있어 보건용 마스크가 모자랄 위험은 없다”라고 밝혔다. 이 마스크들을 약국에 점차적으로 풀겠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정부가 마스크 재고품을 간병인들과 바이러스 감염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동원했다”고 밝혔다. 손세정제의 경우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리는 부정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은다예 대변인은 또 밝혔다. 최근 몇몇 약국에서 값을 올렸기 때문이다. “만약 좋지 않은 행위를 했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그녀는 약속했다. 한편 부뤼노 르 메르(Bruno Le Maire) 경제부 장관은 손세정제 가격을 정확히 책정하도록 시행령을 내렸다. 
 
지난 5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코로나19를 피할 수 없는 전염병으로 규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감염을 차단하고 전파 속도를 늦추기 위해 엘리제에서 20여 명의 전문가와 회의를 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장-프랑수아 델프레시(Jean-François Delfraissy) 감염병 전문의는 “우리는 지금 코로나19 2기에서 3기로 가는 국면에 처해있어 1~2주 더 제약을 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프랑스는 코로나19가 또 다른 국면을 맞자 단호한 조치들을 발 빠르게 내놓고 있다. 국가비상사태에 정부는 국민들의 생활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도 이러한 점은 너그러이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마스크를 만들어 낸다 한들 지금처럼 너도나도 마스크를 낀다면 마스크 대란은 해결될 수 없다. 정부는 국민들의 기분만 맞추려 들지 말고 좀 더 단호하게 국민을 설득하고 리드해야 한다. 지금은 비상사태가 아니던가. 마스크 문제의 진실을 이야기하고 국민의 동참을 요구하라.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건강한 사람들은 마스크를 자제하고 마스크보다 손을 철저히 씻는 습관을 기르도록 전문가를 동원해 홍보하라. 국민들이 무서워 “마스크가 곧 온다. 기다려라”라는 소리만 언제까지나 하고 있어선 안 된다. 우리 국민도 이젠 성숙할 만큼 성숙했다. 진실을 말하고 국민들의 협조를 구하면 길은 열릴 것이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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