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공연계 종사자들 “정부 코로나19 지원 대책 애매모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코로나 19 음악산업 대응책 논의 세미나’
코로나 지원 선정 기준 쏠림현상 지적...“코로나 장기전, 펀드구성도 고려”
입력 : 2020-06-11 17:56:13 수정 : 2020-06-11 17:56:1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20년 전 인디신이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우린 한국 대중음악계의 대안을 자처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19가 큰 위기인 것은 분명하나 이럴 때일수록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혁신적인 정책을 위해 머리를 맞댈 때입니다.”(이규영 루비레코드 대표 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장)
 
11일 오후 4시경,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 마스터플랜뮤직그룹(MPMG) 2층 건물 안. 이 협회장이 목소리를 내자 수십명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중음악계 피해 대책 논의와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 ‘코로나 19 음악산업 대응책 논의 세미나’란 타이틀로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중소레이블 대표 뿐 아니라 공연업계 종사자, 뮤지션 등이 모여 2시간 가량 의견을 교환했다. 당초 행사는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음악창작지원센터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수도권 집단감염 확산 우려에 대한 ‘공공기관 집합금지 명령’ 탓에 며칠 앞두고 이 곳으로 급하게 변경됐다.
 
이날 협회 관계자들은 지난달 정부에 요청한 긴급 성명을 환기하며 행사를 시작했다. 앞서 협회 측은 코로나19로 발생한 공연 취소와 공연 재개가 불분명한 위축된 현 상황 속에서 다방면의 피해 실태를 조사해 위급 상황 시 대처방안에 대한 매뉴얼 구성, 고용 유지 및 창출에 필요한 다각도 지원 정책, 대관료와 임대료 등 공간 지원, 콘텐츠 제작 위주의 지원 정책, 위기 상황 대비 펀드 구성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부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 분들과 만나 얘기 나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계셨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임에 모두 공감했다. 이 자리를 계기로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했으면 한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집중 논의된 부분은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은 공연 분야가 주를 이뤘다. 최근 코로나19로 대중음악 공연들의 취소, 연기가 잇따르면서 중소레이블이나 사설 대관업체의 피해는 막심한 상황이다. 앞서 협회는 국내에 코로나 19가 확산세를 보인 2월1일부터 4월30일까지 전국적으로 대중음악계에 211개 공연이 연기·취소돼 손해액만 약 633억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예스24라이브홀 대관 담당자는 “현재까지는 대관료를 보전하는 상태로 공연 일자를 조정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이에 따른 손해를 전적으로 다 안고 갈 수 없다. 장기적으로 공연사와 제작사가 나눠서 분담하는 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종현 MPMG 대표는 “규모가 크지 않은 사설 공연장의 경우는 오히려 환불조차 해주지 않는 사례가 있다. 현재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모두 우왕좌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문제점을 짚었다.
 
‘코로나 대책’이라며 발표한 정부 산하 기관들의 애매모호한 선정 기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앞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와 서울문화재단은 코로나19 지원 대책을 ‘음악’ 부문이라 공모했지만, 최종 선정작들이 상당수 순수예술에 쏠려 대중음악계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규영 협회장은 “정부 측의 보다 명확한 선정 기준이 필요할 것 같다”며 “공연계 전반에 해당한 공모였지만 결과적으로 대중음악은 외면 받은 경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종현 MPMG 대표는 “상반기 대형 페스티벌 3개 중 2개는 취소, 1개는 랜선으로 대체하면서 느낀 건 ‘공연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 대한 명확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이었다”며 “민간 공연업체를 대화의 대상 정도로 파악해주려는 정부의 자세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뮤지션이나 조명, 음향 등 공연 하청업체의 경우는 코로나로 인한 상황이 보다 심각하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밴드 코토바는 “올해 플랫폼창동61의 입주 뮤지션으로 선정됐지만 정부의 공공기관 집합 명령 금지에 따라 시설 사용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음향 관계자는 “발열체크조차 하지 않는 카페, 음식점보다도 공연장이나 공공기관을 더 위험한 공간이라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인 것 같다”며 “철저한 방역 기준을 지키는 선에서 이 공간들에 대한 일부 허용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미나 후반부에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의견 교환들도 많이 나왔다. 이 회장은 “코로나 이전 메르스와 같은 국가 재난 사태가 있었지만 여전히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며 “코로나를 장기전으로 봤을 때, 혹은 또 다른 국가 재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방향이 필요하다. 이에 협회 측에선 펀드구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참석자들은 마지막까지 “국가 재난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믿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협회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향후 2달 간격으로 비슷한 구성의 세미나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코로나 19 음악산업 대응책 논의 세미나’. 사진/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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