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삼성전자, 초저유전율 절연체 개발…반도체 미세공정 한계 돌파
반도체 내부 전기 간섭 최소화…공동연구 네이처 논문 게재
입력 : 2020-06-25 00:00:00 수정 : 2020-06-25 00:00:00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신현석 교수팀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신현진 전문연구원팀, 기초과학연구원(IBS) 등과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반도체 소자를 더 미세하게 만드는 '초저유전율 절연체'를 개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UNIST는 이번 성과가 세계 학술지 네이처에 25일 0시(한국시간)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반도체 소자의 크기를 줄이면서 정보처리속도를 높이려면 절연체의 유전율을 낮춰야 한다. 유전율이란 외부 전기장에 반응하는 민감도를 의미하며 유전율이 낮으면 전기적 간섭이 줄어들어 반도체 소자 내 금속 배선(전류가 흐르는 길)의 간격을 줄일 수 있다.
 
UNIST·삼성전자 종합기술원 공동연구의 교신저자인 신현석 UNIST 교수. 사진/과기정통부
 
공동 연구팀은 기존 절연체보다 30% 이상 낮은 유전율을 갖는 '비정질 질화붕소 소재' 합성에 성공했다. 현재와 같은 나노미터 단위의 반도체 공정에서는 소자가 작을수록 내부 전기 간섭 현상이 심해져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진다. 이 때문에 전기 간섭을 최소화하는 낮은 유전율을 가진 신소재 개발이 반도체 한계 극복의 핵심으로 알려졌다.
 
현재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절연체는 다공성 유기규산염으로 유전율이 2.5 수준이다. 이번에 공동연구팀이 합성한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은 1.78로 기술적 난제로 여겨진 유전율 2.5 이하의 신소재를 발견해 반도체 칩의 전력 소모를 줄이고 작동 속도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이론적 계산 및 포항가속기연구소 4D 빔라인을 활용해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이 낮은 이유가 '원자 배열의 불규칙성' 때문이라는 점도 밝혀냈다. 또한 기존 공정은 유전율을 낮추기 위해 소재 안에 미세한 공기 구멍을 넣는 탓에 강도가 약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비정질 질화붕소는 물질 자체의 유전율이 낮아 이러한 작업 없이도 높은 기계적 강도를 유지할 수 있다.
 
실리콘 기판(노란색) 위에서 붕소 및 질소의 증착에 의해 3㎚ a-BN 박막이 형성되는 과정 시뮬레이션. 사진/과기정통부
 
제1저자인 홍석모 UNIST 박사과정 연구원은 "낮은 온도에서 육방정계 질화붕소(화이트 그래핀)가 기판에 증착되는지 연구하던 중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 특성을 발견했고, 반도체 절연체로써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연구과정을 밝혔다. 교신저자인 신현석 UNIST 교수는 "이 물질을 상용화하면 중국 반도체 굴기와 일본 수출 규제 등 반도체 산업에 닥친 위기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이어갈 핵심 소재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신현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반도체 산업계에서 기술적 난제로 여겨진 부분에 대해 학계와 산업계가 상호 협력해 해결방안을 찾아낸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유럽연합의 그래핀 연구 프로젝트 파트너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매니쉬 초왈라 교수와 스페인 카탈루냐 나노과학기술연구소의 스테판 로슈 교수가 참여해 국제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초연구실, 중견연구(전략) 및 IBS, 삼성전자 등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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