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직고용 논란에 청와대 '당혹'
국민청원 하루만에 20만 육박
통합당 "대통령 찬스 새치기"
정의당 "정규직 전환 원칙 지켜야"
입력 : 2020-06-24 17:39:03 수정 : 2020-06-24 17:39:03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인천공항공사(공사)가 1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발표하자 취업을 준비하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급등하면서 청와대가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공공부분 비정규직의 정규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공약이지만, '공정가치'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 여론의 추이를 살피면서 대응방침을 고민하는 기류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 청원은 오후 5시 기준 동의 19만 명을 돌파하며 게시 하루 만에 답변 기준 20만 명에 육박했다. 청원인은 "(공사에) 들어가려고 공부하는 취준생과 현직자는 무슨 죄냐.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게 해주는 게 평등인가"라며 "이건 평등이 아닌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공사는 지난 22일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공항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통제(30명), 여객보안검색(1902명) 등 생명·안전과 밀접한 3개 분야 직접고용을 발표했다. 그 외 공항운영(2423명), 공항시설·시스템(3490명), 보안경비(1729명) 등은 공사가 100% 출자한 3개 전문 자회사로 각각 전환될 예정이다.
 
논란은 익명의 오픈채팅방에서 시작됐다. 한 누리꾼이 '알바(아르바이트)로 보안(검색요원)으로 들어와 190만원 벌다가 정규직이 돼 연봉 5000만원 받는다'고 주장했고, 이 글이 삽시간에 각종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박탈감을 호소하는 취준생들의 공분이 커졌다.
 
공사 측은 "보안검색요원은 2개월간의 교육을 수료하고 국토교통부 인증평가를 통과해야 한다"며 '알바생의 정규직화'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평균 임금은 약 3850만원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정부의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구성, 3년간 130여차례에 걸쳐 정규직 전환 대상과 처우개선, 채용방식 등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해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공사 내부에서도 이번 결정에 대한 반발이 심상치 않다. 장기호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위원장은 "공사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발표함에 따라 공사직원들과 취준생들에게 큰 박탈감을 줬다"며 헌법소원 제기 방침을 밝혔다.
 
공사 직고용(2143명)이 아닌 자회사 정규직(7642명)도 공평하지 않다며 동요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규직 전환 대상인 보안검색요원들도 2017년 5월12일 이후 입사자(약 900여명)는 완전 경쟁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탈락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래통합당 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번 사태를 '명백한 새치기'로 정의하고 2030세대의 분노 이유를 '대통령 찬스'에 따른 젊은이들의 배신감이라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은 "인천공항의 '묻지마 정규직화'로 대한민국의 공정 기둥을 무너뜨리고, 노력하는 청년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면서 공공기관 채용 시에도 국가공무원과 같은 공개채용 방식을 적용하는 내용의 '로또 취업 방지법'(가칭)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이번 혼란은 문재인정부의 무원칙과 거기서 비롯된 공사의 졸속처리 때문"이라며 "정부가 먼저 스스로 정한 '비정규직 제로화' 방침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면서 '상시·지속 업무'(연중 9개월 이상, 향후 2년 이상) 정규직화 원칙에 따른 공사 직고용 확대를 촉구했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가 23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 앞에서 공사의 일방적인 ‘비정규직 정규화 전환’ 방침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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